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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밤이 되어서야 -6-
게시물ID : readers_275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먼지티끌
추천 : 1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29 1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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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 전에-

 말따옴표도 없고, 줄간격도 그리 넓지 않은 불친절한 글입니다. 글솜씨가 부족해 한 번 쭉 훑고는 잘 이해하지 못 하실 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마음으로 또박또박 읽다보면 읽기도 편하고, 이입도 더 잘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화 링크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487&s_no=27487&page=1
 2화 링크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506&s_no=27506&page=1
 3화 링크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516&s_no=27516&page=1
 4화 링크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529&s_no=27529&page=1
 5화 링크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7536&s_no=27536&page=1


 폭동, 아닙니다.

 

 사내는 저도 모르게 소녀의 손목을 세게 쥐었다.

 

 내 말에 동의 안 하면 안 놔줄 거야, 하는 눈빛에 소녀는 건성으로 수긍하는 척했다.

 네네, 알았어요. 시위 맞아요. 그래도 그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 입었고, 누구는 아직도 그 피해를 받는 중이라고요.

 

 소녀는 누구는이란 단어에 특히 힘주어 말했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사내는 복잡한 표정을 짓다 손을 놓았다.

 

 미안합니다.

 

 소녀는 떨고 있는 사내에게서 애써 시선을 내렸다. 손목에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소녀는 가게에서 하룻밤 묵기를 원했다. 거절하려던 사내는 자신이 말했던 마을의 치안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

 소녀는 손님들이 가상현실을 하는 방에서 자겠다고 말했지만 사내가 거절했다. 기계 때문에 자리도 부족할뿐더러 무엇보다 노인과 소녀 사이에 더 이상의 접점 따위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평소 과묵하기만 하던 어둠이 목소리 하나를 전했다.

 

 아저씨, 자요?

 네. 잡니다.

 

 소녀는 작게 웃었다.

  

 그게 뭐예요. ‘안 온 사람 손 들어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어, 아까 그 시위얘기는 미안해요. 아저씨껜 민감한 주제 같았는데, 너무 제 기분만 생각했나 보네요.

 괜찮습니다. 저도 죄송합니다. 거 손목은 좀 괜찮습니까.

 아까부터 괜찮았어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실례인 건 알지만 불 좀 켜면 안 될까요?

 

 사내는 야광 막대 하나를 켰다. 소녀는 등만 보이고 있었다.

 이러면 잠이 안 오지 않습니까.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한데, 저 아직 어두운 게 무서워요.

 지금 나이가 열일곱 아닙니까?

 

 사내 딴에는 농담을 던진 것이었으나 소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엄마가 발작하는 걸 본 게 열 살 즈음이었어요

 한밤중에,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온통 깜깜해서 제대로 보이는 것도 없는데 그 와중에 엄마가 온몸을 비틀어대는 소리만은 똑똑히 들리는 거예요. 금방이라도 숨넘어갈 듯이, 게거품 토하는 소리도 나고.  

 엄마, 엄마 울면서 어디 있는지 찾으려고 방을 엉금엉금 기어 가로지르는데 엄마가 휘둘러대는 주먹에 제대로 맞았지 뭐예요. 입술에서 짭짤한 맛이 나는 게 찢어진 듯했어요

 아픈 것도 모르고 울고만 있었는데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어요. 발작이 끝나면 소강상태에 들어가서 다시 정신 차릴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는 몰랐으니까. 갑자기 조용해진 엄마가 되게 무서워지는 거 있죠

 혹시라도 죽은 거 아닐까근데 차마 확인은 못 하겠더라고요. 만약 코 밑에 손가락을 대봤는데 숨결이 안 느껴지면? 내가 무언가를 해야 했나? 내가 죽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불 속에서 해가 뜨고 엄마도 눈뜨기만을 기도했어요. 누구한테 기도했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그대로 잠들었다가 엄마 눈물 때문에 깼어요. 스포이트로 떨어뜨리듯이 한 방울씩 얼굴을 때리니까 저도 모르게 눈이 떠지더라고요. 엄마가 계속 미안해, 미안해 말했는데 나중에 보니 엄마한테 맞은 부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어요. 입술뿐만 아니라 눈하고 팔다리에도 이런저런 멍으로 가득하더군요. 밤에는 몰랐는데 토 냄새도 꽤 심했고

 엄마가 우니까 괜히 저도 슬퍼져서 같이 엉엉 울었어요. 솔직히 당시엔 그렇게까지 심한 병인 줄은 몰랐어요. 평소보다 좀 더 아픈 병인가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었죠

 그러다 나이 먹으면서 주변에서 들은 것도 있고 한 번은 엄마가 함께 죽자고 번개탄 피우는 거 보면서 이건 좀 많이 심각하구나, 깨달았어요. 그즈음부터 엄마하고 조금씩 거리를 두려고 했던 거 같아요. 학교 마치고 나서도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집에 가거나........ 하여튼 최대한 엄마 주변엔 안 가려 했죠

 엄마도 제가 피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어느 순간부터 말이 없어졌어요. 그러다 열네 살 때 돌아가셨어요,

 

 

 솔직히 몹시 졸렸던 사내는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가 다음 말을 꺼내자 사내는 저도 모르게 소녀 편을 바라봤다.

 

 

 엄마는 죽인 건 저였어요.

 중학교에도 안 가고 곧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엄마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저까지 일해야 했거든요. 발작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죠

 하루는 밤늦게 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였어요. 되게 더운 날이어서, 그때 먹었던 음료까지 생각나요. 딸기 맛이었는데. 하여튼, 아무도 없는 길이 괜히 으스스해서 서두르는데 반대편에서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어요

 가까이서 보니 단순히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인형이라서 별생각 없이 지나쳤어요. 근데 갑자기 뭔가가 제 손을 확 잡아당기는 거예요. 그 인형이었어요. 별안간 그게 제 옷을 찢더니 눈에 연결된 촬영기로 한 번 쭉 훑었어요

 왼쪽 눈에 빨간빛이 들어오는 거로 봐서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누가 조종하고 있던 거였어요. 인형이 제 팔다리를 잡고 있는 동안 길 구석에서 서너 명 정도가 낄낄대면서 튀어나왔죠.......

 

 엉엉 울면서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는데 그날은 항상 마중 나오던 엄마가 안 보였어요. 안에 들어가니 엄마는 세상모르고 자던 중이었어요. 살갗이 벗겨질 때까지 가슴하고 아랫도리를 밀고 나서야 간신히 제 몸을 마주할 수 있더라고요

 난장판이었죠. 온몸은 멍투성이에 손톱자국 가득하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데 그 조그만 틈에서 눈물은 또 어찌나 쏟아지던지

 근데 재밌는 점이 뭔지 알아요? 그때 전 그 새끼들보다 엄마가 더 싫더라고요. 집이 가난한 것부터, 벽 밖으로 쫓겨난 거, 왕따 당한 것. 그리고 그날 안 좋은 일을 당한 것까지 그냥 다 엄마 때문인 것만 같았어요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우는데 괜찮냐고 묻지도 않고 편하게 잠만 자는 엄마가 그냥 너무 미웠어요. 어찌어찌 자려고 눕기는 했는데 현실감이 전혀 안 느껴졌어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게 하나도 안 아팠어요. 좀 많이 무서운 꿈 꿨다 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들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눈물이 흐른 곳이 너무 쓰라린 거예요. 그제야 깨달았죠. 제가 무슨 일을 당한 건지.

 

 이불에 얼굴 묻은 채로 숨죽여서 울고만 있었는데 그 순간 팔 하나가 제 어깨를 탁 잡더라고요.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엄마가 발작하던 중이었어요. 평소였다면 고개도 돌리게 하고 단추 같은 것도 다 풀어줬을 텐데. 그날따라. 왠지 그날따라.......

 

 

 소녀는 말을 멈췄다. 소녀는 사내에게서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지만 사내는 소녀가 울고 있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었다.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가 너무 미워서 이불만 꼭 뒤집어쓰고 있었어요. 근데 거품 무는 소리가 꼭 목 졸릴 때 캑캑대는 거 같아서, 갑자기 그 새끼들한테 당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어요

 그러자 저도 간질이 있나 의심될 정도로 몸이 떨렸어요.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저는 그냥 이불만 덮고 있었죠. 행여나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손이나 다리에 엄마가 닿기라도 하면 자지러지게 비명도 질러댔어요

 그날 밤은 평소보다 훨씬 발작이 심했어요. 한참을 지나도 잠잠해질 기미가 전혀 안 보여서 오히려 제가 먼저 차분해졌죠. 그러니까 엄마가 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어디선가 그대로 놔두면 혀 깨물 수도 있으니까 수건 같은 걸 물리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그렇게 했죠.

 

 

 사내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꺼냈다. 뇌전증은.......

 

 소녀가 말을 가로챘다.

 

 알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수건을 물리니까 얼마 안 가 조용해져서 아, 이젠 괜찮구나 싶었죠. 근데 다음날 일어나보니까, , 수건이 목구멍을 막아서, 그러니까....... 


 이번엔 사내 쪽에서 말을 막았다.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내는 한 마디 덧붙일까 하다가 결국 입을 닫았다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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