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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주의자의 하루
게시물ID : readers_275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스마스
추천 : 1
조회수 : 3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30 21: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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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버워치 승급도전을하고 있는데, 누나가 갑자기 머리를 때리면서 컴퓨터를 껐어요. 거의 끝나가던 상황이라 짜증이나서 확 째려 봤지만, 누나가 또 때릴 것 같아서 알아서 눈을 깔았어요.
 "너 이거 여성혐오 게임이라는 건 알고 있니?"
 게임 많이 한다고 때린줄 알았는데, 이건 또 왠 개풀뜯어먹는 소리인가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누나가,
 "쯧쯧, 이래서 한남충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설명을 시작했어요.
 "너 오버워치 캐릭터들 중에서 여성 캐릭터가 유독 약소국 출신이란건 아니?"
 이야, 게임을 수백시간 할 동안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는데 게임도 안 하는 사람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말야, 캐릭터들 옷. 이게 뭐야? 딱 달라 붙는 야한 옷 입고서, 어? 이거 다 여성혐오라고, 여성혐오."
 "옷은 한조가 제일 많이 벗고 있는데."
 "이 쪼그만게! 어디서 말대꾸야!"
 괜히 말대꾸 했다가 한대 더 맞고 거실로 쫓겨나왔어요. 에휴, 그냥 게임 많이 한다고 뭐라고 하지 별에 별 이유를 다 대는 것 같아요. 뭐 어쩌겠어요, 이 집에서 제일 힘이 없는 제가  참아야죠.
 쇼파에 누워서 웹툰이나 봐야겠어요.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가 하는 날이네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암울하지만, 아무튼 그 때 되면 통일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야, 너 누가 이런 웹툰 보래? 이거 여성혐오 웹툰이란거 몰라?"
 하아,
 맞은데 또 맞으니까 아파서 욕부터 나올 뻔 했네요.
 "넌 도대체 어떻게 된 애가 벌써부터 그런 여혐작품들만 접하고 그러니? 너 이 만화 주인공이 배빵 맞는거 야하게 그린거 몰라?"
 아뇨, 제가 사실 이 작품 굉장히 좋아하는데 말이죠. 딱히 누나의 감수성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폭력적이라고 보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배를 때렸다고 여혐이란건 또 뭔가요?
 "이런 작품을 어린애가 그대로 보게 하는 네이버가 문제야, 네이버가. 이 작가 아직도 안 짤렸네."
 누나는 혼자서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서는 네이버에 항의를 하겠다고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켰어요.
 도대체 뭘 하질 못하겠네요.
 게임도 하지말라, 웹툰도 보지말라. 돈 없는 초등학생이 PC방을 가겠어요, 어딜 가겠어요.
 TV앞을 보니 왠 DV D가 놓여져 있네요. 아, 요새 인기있는 작품이에요. 너의 이름은!
 영화관에서 한 번 봤지만, 명작이라 다시 한 번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DVD를 넣고 TV를 켜요. 아아, 예쁜 영상이에요. 유성이 떨어지고 노래가 나와요. 노래를 좀 따라불러 보아요. 영화관에서 부르면 요새 혼모노? 무슨 모노? 라고 하던데, 집이니까 상관없을 것 같아요. 아니, 사실 작은형이랑 같이 영화관에서 봤는데, 형이 막 노래부르고 미츠하짱! 이렇게 불러서 좀 부끄러웠어요.
 "야!!! 누가 너 이런 여혐작품 보라 그랬어?! 너 보자보자하니까 정말?"
 아니네요, 상관이 있었네요.
 "아, 쫌. 머리 계속 때리면 머리 나빠진단말야!"
 "이런 여혐작품을 누가 또 돈주고 사다놓은거야? 남자 주인공의 변태같은 시선, 여주인공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처리! 다 맘에 안들어! 에잇!"
 아, 비싼물건일텐데. 반으로 그냥 부숴져 버렸네요. 아마 작은형이 사왔을텐데, 에휴 저도 모르겠네요.
 그냥 TV나 틀어요. 뭐만 하면 여혐, 여혐, 여혐, 여혐 이러니 할 수 있는게 없네요.
 TV를 돌리는데 요새 표창원 의원이 좀 많이 나와요. 무슨 잠? 더러운 잠? 그거 패러디 했다고 문제가 많다던데,
 "야!!! 너 진짜!!
 아오 깜짝이야.
 간떨어 질 뻔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맞지 않기 위해 얼굴을 잘 감싸요.
 "누나, 이것도 여혐이야?"
 "어머어머 애봐애봐, 넌 저런 여자의 나체를 강조하는 작품이 어떻게 여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거니? 너 초등학생이지만 정말 안되겠다."
 눈물이 났어요. 아니, 요새 사교육이 아무리 열풍이라지만 초등학생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요. 그리고 누나는 매일 남자 아이돌 섹시하다 그러면서, 왜 나보고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벗은 여자가 여혐이면, 벗은 남자는 남혐 아니에요?
 억울해서 눈물이 났지만,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어요.
 어휴, 뭐 어쩌겠어요. 초등학생 인생이 다 그렇지 뭐.
 그냥 쇼파에 누워있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어요.
 자고 있는데 누나랑 작은형이랑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야이 미친! 니가 내 캐릭터로 핵 썼냐? 영정당했잖아 새끼야!!"
 "아싸, 니 캐릭터 민주화. 디바 장인이라고 그래서 핵으로 에임좀 높여 줬지."
 어, 누나도 오버워치를 하나봐요.
 "미친. 내 계정 어쩔거냐고. 평생 미츠하짱이나 빨아먹고 살아."
 누나가 아까 부숴버린 DVD를 던지고 형이 격분해서 소리를 질러요.
 "아, 미친. 이거 한정판인데. 니 이게 얼마나 비싼건지 아노?"
 계정을 잃은 자와 DVD를 잃은 자의 한 판 싸움이 시작됐어요. 에휴, 다큰 어른들이 뭐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서, 방에 들어와서 다시 오버워치를 해요. 하여간 나만 가지고 뭐라 그런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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