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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위대하다.. - 뺑소니 사고 추적 일기
게시물ID : bestofbest_275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꾸는식물
추천 : 276
조회수 : 9114회
댓글수 : 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2/26 15:25:08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2/26 10:42:42
제가 아침에 출근하려 나오니 주차해둔차가 개박살 되어 있더군요.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 둘이 와서..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둘다 담배를 피우면서 "이런건 못잡거든요?.. 그냥 포기하는게 맞아요.." 하고 가버림

나혼자 아파트 관리실에 올라가서 주차장 CCTV를 계속 살폈는데도
특이한 사항이 없었음.. 
계속 화면을 살피다가 새벽 5시경 수상한 차가 CCTV 찍힘..

5시의 그 차는 비틀비틀거리면서 헤드라이트도 안켜고 달려옴.....
그리곤 화면이 잠시 끊김...
결국 수상한 차는 그것밖에 없어서 그차를 몇번이고 다시 봄..
너무 어두워 잘 안보이는데 그차는 흰색 or 은색 계열의 차라고 예상됨...

그차가 헤드라이트만 켰으면 차넘버가 보였을텐데
불도 끄고 비틀비틀 오는 중이라 넘버가 잘 안보임..
그리고 하필 그때에만 CCTV 녹화가 이상하게 되어 잘 안보였음.
솔직히 나는 못잡을것이라 포기하고 그냥 출근함..

--------내가 출근하고 난 뒤, 아내 혼자서 수사를 시작함 --------

아내는, 혼자서 CCTV를 대략 30회 정도 다시보기 하며 검색함.
포기할 수 없다고 사고현장 (주차장) 주변을 검색함.
바닥에서 빨간색 페인트 자국 발견 (내차가 빨간색임)
바닥에서 아주 미세한 회색 페인트 조각 발견...
그 근처에서 또다시 미세한 회색 페인트 조각 몇개 더 발견
내차의 파손 위치로 보아, 승용차는 아닐것이라고 스스로 추리함.
차량의 파손 상태가 심한걸로 보아, 차량은 덩치가 크다고 추리함.

내차 조수석 문짝 2개, 휀다, 범퍼를 모두 박살낼 정도였으므로,
상대 가해차량도 이상이 있을거라 예상되었고
더구나 사고 시간은 새벽 5시.. 나는 새벽 7시에 나왔으므로,
단 2시간만에 차를 고치거나 할 수 없었을테고,
가해차량은 CCTV 화면으로 봐서는 음주운전이 확실하므로
멀리 못갔을것이라 판단하고...아파트 주변 주차된 차량 모두 검색
그러나, 이미 그 차는 없었음..

그래도 아내는 포기하지 못함.
아파트 관리실에서 방송함..
자수하면 수리비만 받겠다고 방송을 해달라... 라고 아내가 말함.
아파트 관리인 및 관리소장은..
"이런방송 10년간 해봤는데도 자수하는 사람 없어요.. 포기하쇼" 라고 말함.

"관리비 내는데, 관리소에서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잖아요?
그래놓고 방송 한번 하라는데 그정도도 못해준단 말이오?
지금 장난하냐.. 내가 방송하라는데 왜 안하냐" 라고 난리침

그리고 나서 방송을 하는데... 그냥 방송한게 아니고
이때까치 추리한것을 토대로 낚시 방송을 함..
정확하진 않았지만,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거죠.

"어젯밤 5시에 주차된 차량 접촉사고 냈던 회색 봉고차...
지금빨리 자수하면 수리비만 받겠습니다.
이미 경찰에 신고 되었으므로, 결국 CCTV 조회 해보면 잡힙니다.
빨리 자수하세요.. 나중에 벌금도 내고, 합의금도 내야 되니..
지금 말씀하셔서 차만 고쳐주세요" 라고..

회색인지도 확실치 않고.. 사실, 경찰도.. 그 이후 연락도 없는 색휘들인데..
또한 CCTV도 하필 그시간에 작동이 이상해서 넘버도 안보이지만
이미 아내는 다 알고 있다는듯... 낚시.. 를 한거죠 ㅋ

-------- 여기까지 아내 혼자 둘째 아이 업고 스스로 수사함 --------

결국 그 사고 가해자는 잠시 후 전화가 오더군요.
회색 스타렉스가 맞더군요...
그나마 다행;;
만약... 회색 봉고차가 아니었음 가해자를 못낚았을텐데..

마누라의 인간승리임 ㅋ
견적만 140만원 나오던데... 

그 가해자는 바로 옆라인 사시는분이었고,
실제 뺑소니를 할 생각은 아니었는듯..
저랑 통화를 하는데..

"제가 CCTV 다 봤거둔요? 어제 음주하셨죠?"하니..
절대로 안했답니다. 비가와서 길이 미끄러웠다 하던데..
99% 음주 맞습니다...
만약, 그때, 경찰 불러서 음주측정했다면... 단속대상이었을겁니다.
그러나.. 이미 자수한 상황에서.. 그럴 필요가 없고,
나역시.. 그때 울산의 갈마 모임 갔다가 억울하게 벌금도 냈고 했으니..
그냥 넘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차만 수리해주세요... 라고 했고, 그분도 
"당연하죠.. 정말 죄송합니다. 아침에 기분 나쁘셨죠?
일찍 말씀드릴려고 했는데 주무실까봐 아침 되길 기다렸어요" 하더군요.

술이깨길 기다렸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 어쨌든... 140만원 날아갈번 했는데...
마누라의 수사력,추리력,배짱.... 이런것에 놀랐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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