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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27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1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2/01 23:12:54
xenogenesis : 완전 변이 세대, 이형 발생
dendroid : 나무 형태의
flèche :
[건축] (고딕식 교회당의) 작은 첨탑(steeple)
[축성] 돌출보(突出堡)
(펜싱) 플레시 ((날쌔게 달리며 하는 공격))



지구가 빙하기에 접어들거나, 혹은 완전히 사막화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상은 틀렸다.

지금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의지를 가진 식물들이다.

인간의 도시와 마을은 지구 전체의 관점으로 볼 때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넒은 구면 위에 찍힌 몇 개의 점을 모아봐야 넓이가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식탁보에 튄 파스타 소스 정도일 것이다.

지구라는 식탁보 위는 모두 식물들이 차지했다. 녀석들은 예의 없이 식탁 위에 기어올라 소스 자국을 핥았다.

인간이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도시와 도시의 통신은 예전에 단절되었다. 지상은 물론이고 지저에 심어두었던 통신 케이블도 녀석들의 우악스런 줄기와 뿌리를 견디지 못했다.

작은 도시나 마을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불을 지르는 것도, 유독성 액체를 들이붓는 것도 소용없었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각 국가의 수장들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로 결의했다. 그것도 자기네 나라 땅에. 그러나 대부분은 녀석들의 방해로 해치가 열리지 않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운 좋게 발사되어 식물들을 해치운 나라도 있었다. 그러나 녀석들은 핵폭발로 증발한 땅을 또 다시 뒤덮고, 인간이라면 몇 초 안에 죽을 방사능마저 정화하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녀석들의 가장 큰 무기는 돌연변이다. 녀석들은 거의 25일마다 한 번씩 완전변이세대를 만들어 낸다.
물론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이 25일마다 변하는 것은 아니다. 놈들은 마치 역할을 분담하듯, 가장 적합한 개체가 인간의 대응책을 무효화할 새로운 개체로 변이한다.

공격성을 띄지 않았던 녀석들도 한 달쯤 뒤에 다시 찾아가면 마치 펜싱의 플레시처럼 고속으로 가시를 쏘아내는 기관을 가지게 된다.

25일.

방사능도, 독극물도, 이글거리는 화염도, 그들에게는 25일 안에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문제에 불과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식물들에 저항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우리가 찾은 마지막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의 수법을 빌리는 것이었다.
어렵사리 채취한 식물의 유전자를 이용해 자원한 군인들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십 명의 군인들이 인간의 모습을 잃고 죽어갔다. 마침내 세 명의 군인을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들에게는 이미 인간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의 몸에서는 군데군데 가지가 자라고 꽃이 피었다. 피부는 목질화되어 거칠었고, 유일하게 안구만이 남아 시각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의 입은 엉겨붙어 더 이상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우리는 그들이 25일 안에 신체의 형질을 완벽히 바꿀 수 있는지 수차례 실험했다. 다음 세대가 발현하며 모습을 바꾸는 식물들과 달리, 그들은 자신의 몸을 변이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 그들의 수명은 보통 인간에 비해 짧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가능하다면 그들 사이에 변이된 형질을 가진 2세대가 출현하기를 빌겠지만, 이미 수도 없이 난도질된 유전자들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리라 기대하는 것은 헛소리에 가깝다.

이제 우리가 몸을 숨기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돔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벽과 천정에는 금이 갔고, 갈라진 틈을 타고 비가 새어드는 일도 잦아졌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 안에 있는 인간성은, 우리를 위해 희생을 자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흉측한 나무로 바꿀 때 모두 포기했다. 

그저 그들이 아직도 남아있을지 모를 도시와 마을을 잇는 전령이 되어, 인류를 다시 하나로 묶고 반격의 기회를 가져다주기를 바랄 뿐이다.

21XX년 여름.
센트럴게노믹스 선임 연구원 조기태
세 명의 신인류를 지옥으로 보낸 후에.


완전변이세대 같은 단어가 나오면 대략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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