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사회가 서구의 제도와 기술을 받아들여 국가를 재편하여 근대국가로 생존해 나가는 일은 전혀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집트의 근대화는 대단히 성공적이어서 그 결과 이집트는 한때 종주국인 터키를 해체의 기로에까지 놓이게 했죠. 하지만 서구 열강의 간섭으로 그 꿈은 좌절되었고 더 나아가 영국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고 말았죠.
단순히 서구 열강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는 거죠.
헌데도 우리 역사가들을 보면 우리 근대사에서 개항만을 무조건적으로 여기는 풍조가 있는 듯 싶습니다.
개항은 단지 그 첫단계에 불과할 뿐이고 근대국가로 생존해 나가는데에는 수많은 관문이 있으며 대부분의 비구미국가들이 그 관문을 끝내 통과하지 못하고 구미 열강에게 예속되는 처지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비록 중간단계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부강한 국가를 이룩한 나라 역시 서구 열강의 침략에 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고 나면 그동안의 성과는 다 무효화되고 낙후된 식민지 사회로 퇴락하고 말았죠.
우리의 경우를 돌아보면 참 암담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그나마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지정학이죠.
세계 제 열강의 세력이 교차하는 점이점이라는 점은 오히려 적당한 내정안정과 뛰어난 외교술만 있다면 어떻게든 국가의 존립은 얻어낼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불행하게도 민씨 척족정권과 고종은 그걸 살려낼 능력이 없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