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 2년(1127년) 2월에, 막주(莫儔)와 오견(吳幵)이 금영(金營)으로부터 왔는데,
이성(異姓/다른 성씨)를 추립(推立/제위에 추천함)하라는 금수(金帥/금의 장수 종한과 종망)의 명(命)을 전(傳)하였다.
유수(留守) 왕시옹(王時雍) 등(等)이 백관(百官)과 군민(軍民)을 소집(召)하여
공의(共議/함께 의논함)하여 장방창(張邦昌)을 세웠는데,
모두 실색(失色/안색이 변함)하여 감(敢)히 답(答)하지 못하였는데,
감찰어사(監察御史) 마신(馬伸)이 무리에게 고하여 말하길
「아조(吾曹/우리들)는 쟁신(爭臣/간관)의 관직(職)에 있으면서,
어찌 좌시(坐視/앉아서 바라보기만 함)하고는 한 마디로 토(吐/말함)하지 않겠는가?
마땅히 의장(議狀/논의 장소)에 공입(共入/함께 들어감)하여,
애걸(乞)하여 조씨(趙氏)를 보존(存)해야 한다.」
이때 진회(檜)는 어사대(台)의 장(長)이었는데, 마신(伸)의 말을 듣고는 옳다 여겨,
곧 논의장(狀)에 진입하여 말하길
진회(檜)는 나라의 후은(厚恩/후한 은혜)을 하(荷/은혜를 입음)하여,
보답(報)함이 없음을 심괴(甚愧/심히 괴로워함)하였소.
지금(今) 금인(金人)이 중병(重兵)을 끼고, 이미 성(城)을 발(拔/뿌리 뽑음)함에 임(臨)하였고,
생살(生殺)의 병(柄/손잡이)를 조(操/손에 쥠)하고는, 필히(必) 역성(易姓/성씨를 바꿈)하고자 하니,
진회(檜)는 모두 죽어 이로써 변(辨/바로잡음)하여, 주(主/임금)에 충성(忠)할 뿐만 아니라,
장차 양국(兩國)의 이해(利害/이로움과 해로움)를 분명(明)하게 할 뿐이오!.
조씨(趙氏)가 조종(祖宗/태조)으로부터 이로써 사군(嗣君/임금 자리를 이어받음)에 이르기까지,
170여 년이오.
잠시 간신(奸臣)이 패맹(敗盟//맹세를 깨트림)한 연(緣/이유, 연유)으로,
인국(鄰國/인근 국가)과 결원(結怨/서로 원수가 되거나 원한을 품음)하였고,
모신(謀臣/모략을 꾸미는 신하)이 실계(失計/실책)하여, 오주(誤主/임금을 그르침)하고 상사(喪師/군사를 잃음)하였고,
마침내 생령(生靈/살아 있는 백성)이 피화(被禍/화를 입음)에 이르렀으며,
경도(京都/수도 개봉)를 실수(失守/지키지 못 함)하였고, 주상(主上/임금)이 출교(出郊/성밖으로 나감)하였고,
군전(軍前/금나라 군영)에서 구화(求和/화친을 구함)하였소.
양(兩) 원수(元帥/종망과 종한)가 이윽고 그 논의(議)를 윤(允/허락함)하여,
중외(中外)에 포문(布聞/널리 전함)하였으며, 또한 탕장(帑藏/황실 창고의 재물)을 공갈(空竭/다해서 없어짐)하였고,
사용할 복어(服禦/어복)마저 추취(追取/구하여 취함)하였고,
양하(兩河)를 할지(割地)하였고, 공손(恭)히 신자(臣子)가 되었는데,
지금(今) 곧 전의(前議/전의 의논)을 변역(變易/고쳐서 바꿈)하니,
인신(人臣/신하 된 사람)으로 차마 죽음이 두려워 논(論)하지 못하는 것이오?
중국(中國)에서는 송(宋)이, 참령(號令/지휘하여 명령함)하여 일통(一統/하나로 합침)하며,
면지(綿地/길게 잇닿은 땅)가 만리(萬里)이고, 덕택(德澤/덕과 은혜)를 백성(百姓)에게 가(加)함이,
전고(前古/지나간 옛날)에 있지 않았소.
비록 흥망(興亡/흥하고 망함)의 명(命)은 하늘의 유수(有數/정하여진 운수나 순서가 있음)에 있으나,
어찌 일성(一城)을 잃었다고 폐립(廢立/임금을 폐하고 다른 임금을 세움)을 결정(決)하시오?
옛 서한(西漢/전한)은 신실(新室/왕망의 신나라)을 절(絕/끊음)하고, 광무제(光武)가 이로써 일으켰소.
동한(東漢)은 조씨(曹氏)에 절(絕/끊음)하고, 유비(劉備)가 제촉(帝蜀/촉 황제)하였소.
당(唐)은 주온(朱溫/후량 태조)이 찬탈(篡奪)하였으나,
오히려 이극용(李克用/후당 태조)이 그 세서(世序)를 추(推/받듦)하고 계승(繼)하였소.
대개(蓋) 기광(基廣/넓은 기초)은 곧 난경(難傾/쓰러뜨리기 어려움)하고,
근심(根深/뿌리가 깊음)하면 곧 난발(難拔/뽑기가 어려움)한 것이오.
장방창(張邦昌)은 상황(上皇/휘종) 당시(時)에 있으면서, 권행(權幸/권신)에 부회(附會/비위를 맞춤)하였고,
모두 나라의 정치(政)에 두(蠹/좀)가 되었소.
사직(社稷)이 경위(傾危/형세가 위태로움)하고, 생민(生民)이 도탄(塗炭/몹시 고통스러운 지경)함은,
진실로 일인(一人)의 소치(所致/어떤 까닭으로 생긴 바)가 아니오?
역시 장방창(邦昌) 때문이오.
천하(天下)가 바야흐로 고통받고 구수(仇讎/원수)와 같이 여기는데,
만약(若) 토지(土地)로써 부(付/줌)하고, 인민(人民/신하나 백성)을 주인(主)으로 한다면,
사방(四方) 호걸(豪傑)이 필히(必) 공기(共起/함께 일어남)하여 주살(誅)할 것이고,
마침내 대금(大金)의 병한(屏翰/병풍과 기둥)함이 부족(不足)할 것이오.
필(必)히 장방창(邦昌)을 세우면, 곧 공사(京師/수도 개봉)의 백성은 복종(服)할 것이나,
천하(天下)의 백성은 복종(服)하지 않을 것이오.
경사(京師/수도 개봉)의 종자(宗子/황족)는 멸(滅)할 수 있으나,
천하(天下)의 종자(宗子/황족)은 멸(滅)할 수가 없소.
종회(檜)는 부월(斧鉞)의 주살(誅)을 불고(不顧/돌아보지 아니 함)하니,
양조(兩朝/송과 금)의 이해(利害/이로움과 해로움)를 말하자면,
원(願)컨대 사군(嗣君/임금 자리를 이어받음)의 위(位)를 회복(復)하여 사방(四方)을 이로써 안정(安)시키고,
대송(大宋)의 몽복(蒙福/복을 꿈꿈)할 뿐만 아니라, 또한 대금(大金)의 만세(萬世)에도 이(利)로운 것이오.
금인(金人)이 진회(檜)를 심취(尋取/찾아 잡아감)하여 군전(軍前)에 예(詣/다다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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