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자전거 가격은 천차만별이죠.
생활자전거나, 로드냐, MTB냐, 픽시냐, 하이브리드냐, 리컴번트냐... 뭐 이런 차이도 있을 테고, 프레임이 철이냐, 알루미늄이냐, 카본이냐, 대나무냐... 이런 차이도 있겠죠.
그 외에 구동계에 뭘 썼냐, 휠셋은 어떤 거냐, 등등... 다양한 이유로 자전거 완차의 가격은 결정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런 자전거가 비쌀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할까요.
물론 가격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얼핏이나마 '자전거 중에 비싼 건 많이 비싸더라.' 하는 분도 계세요.
저는 지금 그런 분들이 아니라, '자전거가 비싸봐야 뭐 얼마나...' 하는 몇몇 사람들을 말하고자 합니다.
방금 전 저는 자전거와 무관한 어느 모 사이트에서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지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고 있는데, 차량 운전자가 음주운전 중에 창문을 열고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화가 나서 나도 같이 욕을 해주는데 운전자가 먼저 가버렸다.
그래서 다시 가던 길 가는데, 아까 그 운전자가 길가에 기다리고 있다가 발차기를 했다.
나는 별로 안 다쳤는데, 할부도 안 끝난 자전거가 다쳐서 슬펐다.
운전자가 "까짓거 얼마나 한다고! 물어주면 될 거 아냐!" 해서 진단서랑 견적서를 끊어서 청구했다.
그리고 운전자 음주측정했더니 알콜농도 0.069 나오더라.
라는 내용과 함께 깨진 카본 드랍바 견적서+초음파 비파괴 검사 견적서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드랍바는 바테입과 공임비 포함 436,000원, 비파괴 검사는 8,057,500원.
그리고 거기에 달린 "저거 자전거 새로 사면 얼마 안 할 텐데, 운전자 X 돼보라고 검사 맡긴 거네." 라는 댓글...
'아니다. 프레임이 카본이라서 사고 한 번 나면 위험하니까 죽기 싫어서 검사 맡긴 거다. 자전거 주인 목숨값이라 생각하면 800이 비싼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는데, '저거 다 갈아도 800 안 들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죠.' 라고...
사실 그 글은 원래 그 사이트에 올라온 게 아니고, 도싸에 작년에 올라왔던 글을 누군가 퍼온 거였어요.
도싸 가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원글 작성자께서 그 이전에 차대 등록하시면서 자전거 스펙을 쫙 적어놓으셨더라고요.
그거 보고서 네이버 검색에 쳤더니, 프레임+휠셋만 해서 최소 730~820.
물론 말 그대로 공임이고, 뭐고 다 빼고 그냥 인터넷에 쳐서 나오는 최저가격만 가지고 했을 때가요.
거기에 구동계랑 이것저것 하면 800으로는 택도 없을 게 뻔한데...
그 얘기 해드렸더니, 그래도 다행히 바로 그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고 받아들여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뭐... 애초에 저 사고가 일어난 것부터가 차량 운전자 보기에 자전거가 얼마 하겠냐 싶어서 시작된 거겠죠.
솔직히 자전거 값=차 값이다 싶었으면 저렇게 안 했을 거 아니예요.
그냥 그래요.
'돈이 없어 자전거 탄다'는 인식이 아직 좀 남아있는 것 같아요.
비싼 게 최고라는 뜻도 아니고, 비싼 거 탄다고 유세 떠는 것도 아니예요.
비싸든 안 비싸든 서로 조심해야 되는 건 맞지만, 자전거가 싸다는 인식이 바닥에 깔리다 보니까 '저거 그냥 한두푼 물어주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막 대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 일은 아니지만, 그냥 좀 씁쓸해서 적어봤습니다.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