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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서 제일 맘에 드는 구절
게시물ID : readers_2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메디오스
추천 : 1
조회수 : 9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2/14 20:59:18
 그녀는 갈수록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악의나 의심따위에는 무관심했고, 단순한 현실들로 이루어진 자기만의 세계에서 행복해하면서 찬란한 사춘기에 정착했다. 여자들이 무엇 때문에 코르셋이나 페티코트에 신경을 쓰면서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단순히 머리에서 뒤집어쓰기만 하면 되는 헐렁한 원피스 하나를 거친 삼베로 만들어서는, 자신이 벌거벗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옷 입는 문제는 더 이상의 절차 없이 해결해 버렸는데, 그녀가 사물을 인식하는 바에 따르면, 집에서 지낼 때는 그보다 더 적합한 옷차림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장딴지를 덮을 만큼 치렁치렁 자란 머리카락을 다듬는 일이나, 머리를 빗으로 고정시켜 봉우리처럼 틀어올리는 일이나, 땋아서 여러 가지 색깔의 리본으로 묶는 일이 너무 귀찮다며 그냥 빡빡 밀었버렸고, 그 머리카락으로 성상들에 씌울 가발을 만들었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그녀의 본능은 가히 놀랄만한 것이어서 그녀가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유행을 멀리하면 할수록, 즉흥적인 면에 따라 구습을 극복하면 할수록 그녀의 경이적인 아름다움은 더욱더 뇌쇄적이 되었으며, 남자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더욱더 자극적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들의 마음을 미혹시키는 여자라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매일매일의 재앙이라는 사실을 지상에 존재했던 마지막 순간까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녀 레메디오스가 우르술라의 명령을 거역하고 식당에 나타날 떄마다 외지인들 사이에서는 흥분으로 인한 정신적인 공황 상태가 야기되곤 했다. 그녀가 거친 삼베 슈미즈 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는데, 그녀의 빡빡 밀어버린 까까머리가 도전이 아니고, 열이 식히려고 허벅지를 드러나는 뻔뻔스러움과 손으로 식사를 하고 나서 손가락을 빨아대는 취향이 범죄를 유발시키는 도발이 아니라고 이해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목욕하는 과정이 어찌나 오래 걸리고, 어찌나 조심스럽고, 의식을 치르는 듯 어찌나 열성적이었던지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이 그 모습을 보았더라면, 그녀의 육체가 너무 아름다워 그게 당연하겠지만, 그녀가 자신의 육체에 매료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로운 의식은 그녀에게만은 그 어떤 관능성도 지니지 못했고, 단순이 배가 고파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편이었다. 어느 날, 미녀 레메디오스가 목욕을 막 시작했을 떄 외지 남자 하나가 지붕 기왓장 하나를 쳐들고는 그녀의 나체가 연출하는 기막힌 광경 앞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녀는 깨진 기왓장 틈으로 그 남자의 안절부절못하는 눈빛을 보고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조심하세요. 그러다가 떨어지겠어요」미녀 레메디오스가 소리를 질렀다.
 「그저 아가씨의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에요」그 외지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래요?  좋아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기와가 다 삮으니까요」미녀 레메디오스가 말했다.
 「비누칠을 해줄게요」그 외지인이 소곤거렸다.
 「뜻은 고맙지만 이 두 손으로 충분해요」미녀 레메디오스가 말했다
 「등이라도 좀 칠해 드릴까요」그 외지인이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일없어요. 등에 비누칠을 하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러고 나서, 미녀 레메디오스가 물기를 닦는 사이, 그 외지인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녀에게 결혼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는 목욕하는 여자를 구경하느라 한 시간을 허비하면서 점심 먹는 것까지도 잊을 만큼 바보 같은 남자하고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마침내, 그녀가 그 헐렁한 원피스를 입었을 때, 그는 모두들 의심하고 있듯이 실제로 원피스에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음을 알고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비밀을 알아버린 이상 자신은 영원히 그녀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을 거라 느꼈다. 그래서 그는 목욕탕 안으로 내려오려고 기왓장을 두 개를 더 떼어냈다.
 「아주 높아요. 그러다가 떨어져 죽는다고요!」
 그 순간 삭은 기왓장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려 그 남자는 비명을 채 다 지르기도 전에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고, 머리통이 깨져 즉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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