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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인이 쓴 손기정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2765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을Ω
추천 : 92
조회수 : 8713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5/19 00:37:54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5/18 22:51:56

당신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지도를 펴기 바란다.
아마 당신이 알고 있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한반도가 있고
그 곳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보일 것이다.




이야기는 이 조그만 나라의 어느 마라토너가 그 중심에 있다.



이 나라는 지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무력에 의존하는 나라 사이에서 놀랍게도
2000년간 한 번도 자주성을 잃어 본 적이 없는 기적에 가까운 나라이다.



이 한국인들은 나라 대신에 '민족'이라는 표현을 쓰기를 좋아한다.
어느 여름날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나는 이 나라, 아니 이 민족의 굉장한 이야기에 빠져 들고 말았다.


 


1936년 히틀러 통치 시절, 베를린에서 올림픽이 열렸고
그 때 두 일본 인이 1위와 3위를 차지하였다. 2위는 독일인이었다.
헌데 시상대에 올라간 이 두 일본인 승리자들의 표정...
이것은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슬픈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불가사의한 사진....
무엇이 이 두 승리자들을 이런 슬픈 모습으로 시상대에 서게 했는가...





[이사진은 2002년 11월 18일에 공개된 사진입니다.

손기정선생님이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후 시상 대에서 월계수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과거도, 그리고 현재도 가장 인간적인 유교라는 종교가 지배하는
이 나라 아니 이 민족은 이웃한 일본인(죽음을 찬미하고 성에 탐닉하는)에
대해  '영리한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불행히도 이 인간적인 품위를 중시하는 자부심 강한 민족이
이 원숭이들에게 침략, 즉 식민지로 떨어지고 말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시 대부분의 불행한 식민지의 청년들은
깊은 고뇌와 번민에 개인의 이상을 희생하고 말았고,
'손' 과 '남' 이라고 하는 두 청년들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이 두 청년들은 달림으로써 아마도 자신들의 울분을 표출해야만 했는지 모른다.
이 두 청년들은 많은 일본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달렸을 것이다.
달리는 내내 이 두 청년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들은 승리했고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들의 가슴에는 조국 한국의 태극기대신에 핏빛 동그라미의 일장기가 있었고,
스탠드에 역시 이 핏빛 일장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 대부분의 국기는 혁명, 투쟁이라든가 승리 또는 위대한 황제를 상징하는
 데.. 이 나라 국기는 우주와 인간과 세상 모든 것의 질서와 조화를 의미한다)


 


이때 이 두 청년의 표정이란....
그들은 깊게 고개를 숙인 채 ....
한없이 부끄럽고 슬픈 얼굴을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뉴스를 전한 일본 검열하의 한국 신문 EastAsia(동아일보를 지칭)는
이 사진 속의 일장기를 지워 버리고 만다.


 


이 유니크한 저항의 방법,,,
과연 높은 정신적인 종교 유교의 민족답지 않은가.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 신문사를 폐간시키고 만다.
이 우습고도 단순하면서 무지하기까지 한 탄압의 방법이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침내 이 민족은 해방되고 강요당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무서운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른 후, 한강의 기적을 통해
(한국인은 지구상에서 일본인들을 게을러 보이게 하는 유일한 민족이다) 
스페인보다도 포르투칼 보다도 더 강력한 경제적 부를 이루고 만다.



그리고는 1988년 수도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이른다.






불과 50년... 태극기조차 가슴에 달 수 없었던
이 나라 아니 이 민족이 올림픽을 개최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개막식, 성화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선
작고 여린 소녀 마라토너로부터 성화를 이어받은 사람은
그 날 너무나도 슬프고 부끄러웠던 승리자, "손" (손기정)이었다.


 


노인이 되어버린 이 슬픈 마라토너는
성화를 손에 든 채 마치 세 살 먹은 어린애와 같이
훨훨 나는 것처럼 즐거워하지 않는가!!
어느 연출가가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역사란
이처럼 멋지고도 통쾌한 장면을 보여 줄 수 있나 보다.
이 때 한국인 모두가 이 노인에게,
아니 어쩌면 한국인 개개인이 서로에게 얘기할 수 없었던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극적이게도 서울올림픽 도중 일본 선수단은 슬픈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쓰러져 죽음을 기다리는 히로히토 일왕의 소식....


한국인의 종교 유교는 인간,
심지어는 죽은 조상에게까지 예를 나타내는 종교이다.
이 종교의 보이지 않는 신이
인류 역사상 (예수나 석가도 해내지 못한)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기를 바랬다.
이처럼 굉장한 이야기가 이대로 보존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놀라운 정신력으로
그들이 50년 전 잃어버렸던 금메달을 되찾고 만 것이다.


 


서울 올림픽이 끝나고 4년 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이라고 하는 '손' 노인과 너무나 흡사한 외모의
젊은 마라토너가 몬주익 언덕에서 일본과 독일의 선수들을 따돌리고,
마침내 더 이상 슬프지 않은, 축제의 월계관을 따내고 만 것이다




경기장에 태극기가 올라가자
이 '황' 은 기쁨의 눈물과 함께 왼쪽 가슴에 달린 태극기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는 스탠드로 달려가 비극의 마라토너 '손' 에게
자신의 금메달을 선사하곤 깊은 예의로서 존경을 표한다...
'황' 을 가슴에 포옹한 '손' 은 말이 없다.


 


나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는 인간에 대한 신뢰에 한없이
자랑스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인간이란, 이 한국인 아니 이 한국 민족처럼 폭력과 거짓과 다툼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서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것이 비극적인 눈물로 시작된 역사일지라도
환희와 고귀한 기쁨의 눈물로 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상 어느 민족도 보여 주지 못했던
인간과 국가와 민족의 존엄을 이 한국인 아니 한국 민족이 보여 주지 않는가.


 


여러분이여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라,
그리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 선 두 한국인 사진을 찾아라...
당신은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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