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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ARMA [3부-현계(顯界)] 1.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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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0
조회수 : 2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07 21:53:09

The KARMA

      [3부-현계(顯界)]         


                                                      아카스_네팔


1. 살인

2015. 1. 1. A. M.2:50. 중앙고속도로 칠곡IC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며 새벽바람을 가르는 택시가 한대 있었다.


팔자도 좋아누군 새해 첫날부터 뺑이 치는데.”


대구 북부정류장 근처에서 죽때리다가 승객을 겨우 채워 나라시(총알택시)를 뛰고 돌아가는 박씨였다실내에 꿉꿉하게 찬 술 냄새도 뺄겸 창문을 열고그는 참고 있던 담배 한개피를 꺼내 물었다간만에 피우는 담배맛은 꿀맛이었다.

새벽 도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젠 올빼미생활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매일 이 시간쯤이면 졸음이 밀려 든다박씨는 몇바퀴째 돌아가던 단조로운 발라드 CD를 끄고 경쾌한 리듬의 트로트 곡으로 음악을 돌렸다운전대에 얹은 손으로 핸들을 가볍게 치면서 서투르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운전석 창문을 조금 열어 새벽 공기를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졸음을 쫓아야 했다.

새벽공기는 차갑다는 이유 하나로도 개운한 감이 있었다대책 없이 밀리던 도로를 휑하니 가로질러 마음껏 내달릴 수 있다는 것도 새벽 운행의 장점이었다.

하지만이놈의 졸음은 약도 없었다.

박씨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보았다.

 

니미럴좀 세워두고 한 잠 때리고 갈까...”


갓길로 차를 붙이면서 속도를 줄일 때 박씨는 문득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느낌에 등골이 오싹했다.


길옆에 무엇인가 있다!’


박씨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와 동시에 택시가 도로에 타이어 자국을 그리며 괴성을 질렀다.

끼이이이이익

더운 김이 찌릿하게 턱밑에서 차오르는 듯 했다박씨는 운전대를 잡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래분명 뭔가 있어...’


이십 여 미터 뒤에 분명 무엇인가’ 있다.


아니야피곤해서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설마...이 늦은 밤에...’


그래도.. 하지만불과 몇 초동안에 느낀 공포가 지금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무겁게 흘렀다.

경쾌한 댄스곡은 이미 단조로운 리듬으로 변해 있었다새어 들어오던 바람에 다시 한 번 몸서리를 치던 박씨는 급하게 창문을 올렸다그리고 잠궜다.

주위엔 간간히 지나가던 차마저 끊겨심장 뛰는 소리가 자신의 귀를 때리는 듯 했다.


‘.....’


잠시 후박씨는 결심을 한 듯 꺼진 시동을 다시 걸었다그리고 후진 기어를 넣었다.

박씨는 이를 물었다몸서리치는 공포와 함께 그것을 덮어 버릴 만큼 다른 감정이 그를 옭아맸다그것은 호기심이었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결국 기어가 후진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엑셀에 힘이 들어갔고차는 조금씩 뒤로 미끄러져 갔다.

왜에엥............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오른쪽 빽미러로 뒤를 주시하던 박씨는 다시 한 번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 내고 있었다.

과연 몇 미터 뒤에 과연... 무엇인가 길가에 있었다박씨는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왜에에엥......... ‘그것이 조수석 뒷자리 옆까지 왔을 때 백미러를 쏘아보는 박씨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하지만그것은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인형이었다과속방지를 위해 콘크리트위에 철심을 박고 인형을 꽂아 둔 것이었다.


아이 시발간 떨어질 뻔 했네재수 없게 길가에다 저런 걸 왜 세워놔서 아우!”


애꿎은 인형에다가 분노의 욕설을 쏟아 붓던 박씨는 몇 번이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기어를 바꿨다서서히 차가 도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그리고 십여 미터 갔을까또다시 박씨의 택시는 그 자리에 멈춰서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저게 움직인다...!”


꼼짝 않던 그의 택시가 잠시 후 정적을 깨고 다시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통제할 수 없는 호기심이 공포를 누르고 있었다.

왜에에엥...

이번에는 인형이 금세 조수석 옆 문밖까지 다가와 있었다차가 멈췄다.

박씨에겐 고개를 돌릴 조금의 용기와 시간이 필요했다짧은 숨을 내쉬고 용기를 내어 조수석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찰나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야 이게으허..!!”


순간박씨의 몸이 자리에서 한 뼘쯤 솟구쳐 올랐다.

콘크리트 받침위로 난 쇠파이프에 꽂혀 모형스피드건을 움켜 쥔 채 퀭하니 빠진 눈을 부라리며 서있는 남자그것은 어이없게도 사람이었다.


.....저거..!”


박씨는 한마디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혀를 놀려보려고 안간 힘을 써보았지만 온몸은 이미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몸놀림은 고사하고 처참하게 죽어있는 시체의 형상에서도 무엇에 홀린 듯 눈길을 뗄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받침대로 세워둔 쇠봉에 꿰어진 채 간신히 서 있는 눈 없는 와이셔츠의 남자구부정하게 굽혀진 상체축 늘어진 팔그 끝에 장난스럽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형 스피드건!

팔과 모형 스피드 건은 바람이 불 때마다 힘없이 출렁거리면서 움///고 있었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눈이었다.

눈없는 눈두덩. 

눈이 있던 자리에 그것이 없을 때 비로소 보게 되는 함몰된 구멍시커먼 구멍은 마치 할 말이라도 있는 듯 구부정한 머리에 박혀 박씨 쪽을 향해 있었으며...그 속에선 피가..아직 굳지도 않은 피가 주룩 주룩 흐르고 있었다!


으아아악!”


박씨는 마치 얼빠진 사람처럼 미친 듯이 엑셀을 밟고 내달렸다새벽공기를 가르며 차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이삼백 미터쯤 달렸을까박씨는 급하게 차를 갓길에 다시 대었다.


아니지...전화를 ...신고부터 해야지!’


아직도 그의 몸은 마치 빠른 템포에 춤을 추는 듯 심하게 떨고 있었다.


으으으으...’ 

이가 절로 부딪혔다.

서너 번의 신호음 끝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112입니다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경찰서죠...사람이 죽어 있어요..칠곡IC 근처요내리막 길 옆 풀숲에 사람이..기둥에 꽂혀 있다고요...전화번호요기다리라구요?”


고속도로 순찰대를 보낼 테니 비상등을 켜놓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미칠 노릇이었다.


아우우우!!”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머리를 핸들에 처박은 순간충격으로 클락션이 빵 하고 울려 버렸다엉겁결에 놀라서 무의식중으로 머리를 들던 박씨는 눈앞에 펼쳐치는 광경에 또다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흐어억...!”


그의 손에서 핸드폰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다.

삼십 여 미터 전방에 설치된 무인카메라 기둥아래.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것은 분명 사람의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빛나는 두개의 점그것은 눈이었다.

무인카메라 가로 기둥 아래 두 팔이 뒤로 꺾여 기둥을 안은 기묘한 형상으로 묶여있는 여자박씨는 그 여자의 살아있는 눈과 마주쳤던 것이다짧은 순간이었지만박씨는 자신을 향해 마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듯 번쩍하고 빛을 발하는 안광을 놓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극도의 공포에 의식마저 가물가물해지던 박씨는온몸이 마치 감전된 것처럼 떨기 시작했다단 일분도 더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문만 열면 당장이라도 목을 조를 것 같은 퀭한 눈의 시체가 팔을 덜렁거리며 뒤에 서 있었고고개를 들면 헤드램프 같은 눈알을 자신에게 고정한 채 무인카메라 기둥에 기괴하게 매달려 있는 여자가 있었다..

박씨는 다시 한 번 이마에 사정없이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전화를 해야 했다그러나 그 순간휴대폰은 오히려 유난히 큰 벨소리로 울려대기 시작했다.


아악!”


얼굴이 납덩이가 된 박씨가 더듬더듬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고서도 덜덜 떨며 말이 없자 상대편에서 먼저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경찰입니다현장부근입니다흰색 소나타 맞습니까?”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박씨가 일단 오늘은 들어가 쉬고내일 아침에 경찰서로 나오라는 말을 들은 때는 날이 밝아 올 무렵이었다이미 도로에는 편도 두 차선을 막고 순찰차 대여섯 대와 형사들이 두 그룹으로 나눠 법석을 떨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박씨는 가까운 곳에 있는 고참 급으로 보이는 형사를 불렀다.


"저어..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내일 아침 경찰서로 가면 되죠?"

"아홉시까지 오십시오."


박씨는 집에 가라는 소리에 힘을 얻은 듯 자동차 열쇠를 어색할 정도로 힘껏 돌렸다그런데 그때 멀찌감치 에서 아까부터 그를 지켜보며 어딘가로 전화를 하던 형사 한 명이 박씨의 택시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박씨가 잠긴 창을 내리자 형사는 무거운 목소리로 정중하게 또박 또박 말을 건네왔다.


"죄송합니다만잠시 내려 주셔야겠습니다."

"아니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저 양반이.."


하지만 박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미 운전석 차문은 밖에서 열리고 있었다.


<계속>

.............................................

# 현대 역사 판타지 [카르마 ( The KARMA )] 는 

문피아 일반연재 ( https://blog.munpia.com/akash_nepal )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유머 '책게시판'에도 올려보려 합니다. 열심히 올려보려고 합니다. 

문피아 (검색 : 아카스네팔 또는 카르마)에서는 카르마의 '1부 외전'과 기타 허접한 단편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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