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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권 지지자의 19대 총선 정리
게시물ID : sisa_194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작
추천 : 1
조회수 : 3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4/12 12:53:32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뭐 이것저것 논란이 많네요. 다 짚을 수는 없겠지만, 대충 훑어봅니다.


1. 수도권의 승리

지난 2007년 대선은 수도권의 배신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MB 지지가 나왔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member&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bestofbest&no=50346&page=1&keyfield=&keyword=&mn=43120&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50346&member_kind=bestofbest 참조) 그러나 그 이후 보궐선거나 지자체 선거 등에서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이번 총선에서는 거의 압도적인 야권의 우세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지난 2004년 탄핵정국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대 총선과 비교해보면 수도권에서 이만큼 승리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아파트'와 '경제살리기'라는 (구) 한나라당의 속임수에 더 이상 수도권이 속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모든 언론을 정권이 손아귀에 쥐고 있어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수도권의 표심은 대선까지 큰 변화없이 흘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수도권의 승리는 MB와 새누리를 향한 가장 강력한 타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수도권 유권자들은 만족해 해도 좋습니다. 아마 저들은 과반수 의석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찝질한 구석이 있을 것이며, 쫄기도 했을 것입니다. 수도권의 민심을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를 가지고 헛된 고민을 하겠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2. 부산, 경남 지역의 약진

과거 총선에서는 부산, 경남 지역에서 야권은 40% 이상은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45% 가까운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많더군요. 국회의원 한 자리 한 자리라는 측면에서는 아쉽지만, 각 지역구를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걸음을 걸어간 셈입니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면 MB와 딴나라가 이렇게까지 나라를 말아먹어도 45% 밖에 못 먹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관점을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후보와 손수조 후보의 대결이었죠.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와, 20대인데 각종선거법 위반을 일삼는 (참신해야 할 20대가 구태의연한 비리정치를 가장 많이 보여준) 초짜후보의 대결인데도 손수조 후보가 무려 44%를 득표했다는 점에서 한숨이 나오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 경남 지역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야권이 많이 약진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MB정권의 실정과 부산, 경남 지역의 생각있는 사람들의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대구, 경북 지역의 블랙홀

솔직히 이 지역은 답이 없다고 봅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그리고 박근혜까지 모두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유시민 씨에 이어 이번 김부겸 후보까지...수도권에서 출마했으면 당선되었을 사람들이죠. 국회의원 한석, 한석이 아쉬운 판인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누군가는 앞날을 내다 보면서 계속 두드려야 하는 게 맞고,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열리기 마련입니다. 


4. 말 많은 강원, 충청 지역

강원과 충청 지역은 한국 정치사에서는 항상 곁가지였습니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충청권을 공략한 JP의 자민련이었고, 지금은 자유선진당이지만...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이 세력은 힘을 쓰지 못하고 해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충청권은 계속 반여당 성향을 띨 것으로 보입니다. MB나 박근혜나 충청권의 발전을 계속 발목잡아온 것이 사실이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강원 지역은 충청에 비하면 더더욱 곁가지였습니다. 아무래도 군부대가 많고 인구는 많지 않으며 산간 지역이 많다는 지역 특성, 그리고 한국 정치사에서 큰 인물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소외된 지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쨋든 강원 지역의 정치세력화...라는 화두는 아무도 던진 바 없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강원 지역은 앞으로도 계속, 자기 지역을 얼마나 더 발전시켜 줄 것인가, 얼마나 더 챙겨줄 것인가 라는 지역 중심의 표심을 보여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에서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이, 야권 후보들의 표심 공략이 실패했다, 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5. 야권 단일화의 성과

여러가지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야권 단일화는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진보당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에서 출마한 경우에도 민주당 후보가 받을 만큼의 지지율을 거의 다 받아가고 있더군요. 이는 야권 단일화라는 대의가 각 당의 지도부에게뿐만 아니라 각 당의 지지자에게도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도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선은 대선에서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예행 연습이었다고 본다면, 훌륭한 성과를 남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있었던 과오에 대해서는 반성과 수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대선까지는 7개월 이상 남았으므로, 그러한 반성과 수정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6. 전체적인 그림 vs 지역 공약

이번 총선을 조금 멀리서 지켜보면서 새누리 쪽의 인터뷰를 몇 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국회의원은 두 가지 책무가 있다. 하나는 국가일을 하는 것이고 하나는 지역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약집의 75%~80%를 반MB로 채운 야권 후보에 대한 새누리 측의 계산된 작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입니다. 수도권은 이미 발전할 만큼 발전했고, 각 지역마다 지하철, 마을버스, 광역버스 등등 해서 더 이상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한 공약>만으로는 먹히지 않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지방은 그렇지 않죠. <다리 하나를 더 놓겠다>라는 공약만으로도 먹히는 지역이 아직 많습니다. 

야권은 전체적인 그림을 <MB정권 심판>으로 그리고, MB정권이 이런이런 것을 잘못했으니 그들을 심판할 수 있게 우리를 찍어달라, 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같은 전략 아래서도 전술은 제각각일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정권심판론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선거에 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방에서는 <정권이 잘못해서 우리 지역도 이렇게 피폐해졌다. 따라서 정권을 심판하고 우리 지역엔 뭘 하겠다>는 것까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제가 각 지역마다 다 체크해볼 수는 없으니 오유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 야권은 이 점에서 실수를 한 것이고, 새누리는 여기에 방점을 두고 집중공략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수도권에서도, 각 당의 당선분포도를 보면 경기 내부는 야권이 당선된 반면, 경기 외곽 지역은 전부 새누리당이 당선되었습니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에 가까운 지역은 전부 야권이, 외곽지역은 전부 새누리당이 당선되었습니다. 
일산이 재밌는 지역인데, 더 발전된 일산은 전부 야권이 당선된 반면, 서울에 더 가까우면서도 덜 발전된 고양 을 지역은 새누리당이 당선되었습니다.(고양 갑은 심상정 후보가 간신히 승리했죠. ㅊㅊㅊㅊ)

이런 경향성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며, 차후 대선으로 가는 길에서 연구해야 될 분명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7. 마무리

MB정권 심판이라는 명분에 도취되어 자만했다는 분석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점에서 야권 특히 통합민주당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한명숙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좀더 적들과 빡세게, 화끈하게 싸워줄 수 있으며 대권에는 욕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박지원(유일하게 7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더군요.) 대표 체제로 가는 것이 이번 대선을 위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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