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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직구주의) 미필자들은 몰랐던, 그 곳의 이면 (7)
게시물ID : military_276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류세아
추천 : 20
조회수 : 1717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3/07/28 20:01:38
안녕하세요,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시작에 앞서 여러분께 질문드릴 게 있는데요, 연재속도 조절 때문입니다.
제 글을 재미있게, 관심있게 보신 분들께서는 꼭, 조금 수고스러우시더라도 대답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미필이신가요? 군필이신가요 
밀리터리 게시판이라지만 군대에 친구, 가족 등을 보낸 미필들도 많이 계시는 것 같고, 애초에 제 글이 미필분들께서 한번쯤 읽어주셨으면 했던 글이라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어느 정도 오래된 게시글까지 보시게 되나요?
그냥 쓰고싶으신 글만 쓰고 가시는 분도 계실 테지만, 제 글을 읽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대답하시는 분께서는 그런 분은 아니실 것이고, 밀리터리 게시판에 종종 오셔서 쓰여진 글을 읽고 가시는 분이실텐데, 어느 정도 오래된 글까지 (제목만이라도) 한 번 흝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점심에 글 하나를 쓰고 저녁에 글을 쓰면, 어느 날은 전 글이 2페이지로 넘어가있고, 어느날은 한 페이지에 글을 2개 올리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혹시 제가 글을 올리는 속도가 읽는 속도에 비해 과히 빠르다면, 이 역시 글의 가독성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속도를 조절해볼까 합니다.

다시 한 번, 대답을 부탁드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것에 한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댓글에 1~6화의 주소를 링크하겠습니다.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어서, 전 화를 읽지 않으면 간혹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이전 이야기를 모두 읽도 이번 이야기를 읽으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100% 제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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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는 선임 편이다. 이것은 누가 가장 먼저 시작한 말일까. 군대에서 느끼기로 이만한 진리는 없었던 것 같아. 사실상 간부라는 사람들도 자신의 일을 누군가에게는 시키기 마련이고, 간부쯤 되는 사람이 해야 될 일을 시키려면 그 부대의 생활사에 어느정도 정통한 사람에게 시켜야 간부 역시 마음이 놓이겠지. 이것은 흔히 선임층이 될 것이고, 따라서 선임에게 이것저것 많이 덕을 입은 간부 입장에서 갓 들어온 신입들이 선임들과 불화가 있을 때, 마음이 선임에게로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 물론 군대의 계급사회 때문에, 아랫것이 윗사람과 불화가 있으면 거진 아랫것이 잘못해 보이는 것도 한 몫 하겠지만, 내가 직접 생활하며 보고 느낀 생리는 보통 전자의 느낌이었어. 

저번 이야기의 끝맺음을 기억해? 선임들은 나에게 '설문지에 무엇이라도 까발린 일이 있느냐'라고 물었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거짓말했어.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차라리 맞다고 말학 그냥 내내 보복성 구타를 당하는 것이 나았어. 사실 내가 해야 할 가장 올바른 선택은 설문지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선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참말로 답변하는 것이었지. 내 후임들은 다들 영리했고, 멍청한 것은 나뿐이었어. 

어떻게 보면 내 후임들도 설문지에 쓰고 싶었던 말이 많았을지도 몰라. 그네들이라고 폭력과 억압에 그렇게까지 길들여졌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또한, 설문 작성 내내 소대장의 태도에도 심각한 문제가 많았었는데, 나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조급함으로 이것저것 써넣었던 것이기도 하지.

다시 설문지를 작성하던 바로 그 때의 이야기를 해보자. 소대장은 이 설문조사는 감찰 때문에 하는 설문조사이고, 피해와 가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설문지에 자신의 이름을 넣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단 하나의 거짓도 써서는 안 될 것이고 단 하나의 숨김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이미 대대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설문이기 때문에 비양심적인 설문조사를 하게 된다면 설문 작성자 역시 군법에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라고 말했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소대장의 말을 보고 피식할거야. 그리고 그에 넘어가 이것저것 작성한 나의 우매함을 우스워하겠지. 맞아. 소대장은 그냥 후에 감찰이 있을때, 설문지에 누가 뭘 찌를 놈인지 알고싶어서 우리에게 설문조사를 했던 거야. 감찰 때문에 하는 설문조사라고는 이야기했지만, 직접 감찰관들에게 넘어갈 설문이라고는 하지 않았고, 설문지가 후에 어떻게 다루어질지도 설명하지 않았지. 그냥 있는 그대로 쓰라고 했었어. 소대장은 우리 중에서 누가 병사들 간의 우애를 배신하고 내부의 부조리를 고발할 놈인지 찾고 싶었던 것이지. 난 이것을 설문조사를 한 다음날 깨닫게 된다. 

선임들이 모두 체육관으로 불려갔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는 선임이 아니어서 알 수 없었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소대장이 설문 결과를 선임들에게 모조리 공개했었다는 것이야. 간부는 선임들 편이었던 거지. 약 한시간가량 선임들이 모여있다 나왔고, 그들은 겉치례식 휴가제한을 받았어. 3박 4일 포상이 하나씩 잘려나갔던 거지. 그들이 얼마나 분노했는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군인에게 있어 휴가제한은 군생활 연장만큼 무서운 형벌이니까.

그리고 다시 후임층이 체육관으로 불려갔지. 소대장은 '선임들이 이렇게 하는 줄 몰랐다. 이번 휴가를 확실하게 제한함으로서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 또한 너희가 더한 체벌을 원한다면 설문 결과를 위로 올려 영창행도 가능하다. 여기서 선임들이 이 이상의 체벌을 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 라고 말했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어. 거기에는 후임층들만 모여있었지만, 전번에 말했다시피 후임층들도 폭력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고, 그것에서 당위성을 찾은 사람도 많았지. 나는 물론 선임들이 더 큰 벌을 받았으면 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 자리에서 나는 더 큰 형벌을 원한다고 선뜻 나서 말할 용기가 낮 않았지. 소대장은 그렇다면 더이상의 형벌은 없는 것으로 하자며 선임들을 불러들였지.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엽기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후임층을 밟아버렸는데, 설문지로 고발한 후임과 고발당한 선임을 짝지어 세운 뒤 악수를 시킨 거야. 

난 '아무 것도 작성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었고, 내가 그렇게 말한 걸 믿고있던 선임들과 그자리에서 악수해야 했지. 선임들이 나를 보는 눈이 느껴졌고, 후임들조차 내가 작성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고 사실 작성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상황이었지. 난 단숨에 뒷구멍으로 호박씨나 까는 더럽고 비열한 인간이 되어버린 거야. 선임들의 말에 따르면 인간조차 못되는 그 어떤 것이 된 것이지. 

그날부로 나는 분대에서 설 자리 자체를 잃어버렸어. 나 외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던 몇 명도 소대에서 설 자리를 잃었지. 소대 내부에서는 '누가 누구를 찔렀다더라'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떠돌았고, 그 소문의 주인공들은 글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을만큼 잔인한 대접을 받았지. 그들은 나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내 후임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기수열외시켰지. A같은 경우는 간혹 말을 걸었었는데, 당연히 좋은 말은 아니었어. 여튼 모든 사람에게 나는 인간쓰레기였지. P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버려졌던 거야.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P는 전출이라도 갈 수 있었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 전출로 빠지지도 못한 채 그렇게 당해야 했지. 

소대장은 그렇게 소대의 설문조사를 마무리했어. 선임들에게는 휴가제한으로 충분한 벌을 주었고, 너희 역시 그 이상의 체벌은 바라지 않았으니 지금까지의 일들은 이것으로 끝이다. 남자라면 멋지게 끝내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라고 선동했지. 하지만 병사들의 입장은 달랐어. 선임들은 후임들과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생각했고, 후임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되찾아야 했지. 그리고 우리 분대같은 경우는 그래. 나 때문에 그 신뢰가 깨졌으니 내가 앞장서서 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기억나? 나는 근무지원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 사단이 난 다음날 다른 소대로 지원을 가게 되었지. 지원을 간 상태에서도 종종 분대 후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야밤에 선임이 쓰레기통을 엎으면 자다 일어나 그것을 주워담고, 다시 자러 올라가면 쓰레기통을 엎어버리는 식의 갖은 고문을 당했다고 해. 드래곤볼 괴담이라고 한번쯤은 들어본 일이 있을거야. 그곳에서 선임은 악의서린 장난이었지만, 당시 우리 분대의 선임은 후임에 대한 진짜 경멸과 멸시를 담아서 그 짓을 행했던 거지. 그것도 사실 자신들의 휴가제한과는 관계없는 나의 후임들에게. 

어느 날, 난 후임들을 만났고, 그들은 나에게 친필로 된 사과문을 요구했어. 혹시 그렇게라도 하면 관계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난 도저히 그것을 쓸 수가 없었지.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아무 정신이 없었고, '싫다'라고 똑부러지게 대답도 못한 채 어물렁어물렁 분대로 돌아갈 때까지 사과문을 쓰지 않고 개겼지. 후임에게 개겼다라는 말이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 때의 나는 그랬지. 난 분대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었어. 

5일 뒤 근무지원 기간이 끝나고 휴가일까지 5일이 남은 시점. 소대장이 '혹시 포상휴가가 더 있다면 휴가를 내보내주겠다'라는 말을 했고, 선임들은 좋아라 포상을 긁어모아 그번 휴가를 나갈 수 있었지. 덕분에 나 때문에 후임들이 고생하는 일은 잦아들었고, 그들은 나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지. 

이 일에는 에필로그가 있는데, 소대장은 내가 생각해도 희대의 전략가였던 것 같아. 그의 설문조사 낚시는 완벽하게 먹혀들어갔고, 작전이 끝나고 남쪽 캠프로 돌아온 후, 대대장과 대대 내 각종 간부의 감독 하에 대대원 전원이 감찰관들에게 보내는 설문지를 작성했었지만, 우리 소대에서는 그 누구도 설문지를 작성하지 않았어.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이 일이 있고 나서 휴가를 다녀온 선임 중에는 날 용서한 선임도 있었고, A처럼 전역하는 날까지 죽여버리겠다며 각종 부조리를 일삼은 선임도 있었지. 내 맞선임 R은 네가 한 행동이 옳기는 하지만 맞는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아마 우리는 우리가 버텨서 후에 모든 걸 없애는 길밖에 없을 거라고 말해줬지. R은 나 때문에 많이 맞았었지만, 나에게는 단 한 마디의 책망도 하지 않은, 내 군생활에 가장 괜찮은 선임이었어. 머리도 좋았고, 요리도 잘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법을 잘 알고 있었지. 과도한 근성을 부려서 손해보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 계산적이지만, 착하고 나에게 잘해줬으니까. 난 그것만으로도 그가 좋았어. 그는 언젠가는 신병도 웃으며 들어올 수 있는 부대를 만들고 싶다는 나의 꿈에 동조해 주었지. 

보너스로 그 작전 후 휴가를 나가던 도중에 기차에서 만난 분대 후임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접을게. 
나에게는 가까운 1~2개월차의 후임이 4명 있었는데 1개월차의 T 와 J , 2개월차의 K 와 M이 그들이었지. 알파벳을 너무 많이 이용하는 것 같지만 후임들의 이야기는 거진 나오지 않을테니, 그냥 4명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그들 중 나와 기차에서 만난 건 K였어. 우리는 보통 휴가를 나오면 선임이던 후임이던 서로 말을 놓는 관습이 있었는데, T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지. '네가 설문을 한 건 이해가 간다.' 그 동안 많은 이야기 없이 지낸 T였는데, 이렇게 말해준다는 것이 나는 너무 행복했어. 그들은 나를 오로지 경멸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던 거야. 

전역하고도 훨씬 뒤의 먼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일 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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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루에 쉬는시간은 거진 다 이걸 쓰는데 투자하는 것 같아요. 혹시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릴게요. 항상 제 글을 보고 어떤 분이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1편부터 7편의 어떤 시리즈에 댓글을 다셔도 제가 확인하고 답변할 수 있죠.

댓글은 쓰는 사람의 힘이 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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