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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2768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sdfΩ
추천 : 105
조회수 : 5558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05/20 22:22:14
원본글 작성시간 : 2010/05/20 14:03:26

어려선 뭐가 뭔지 몰라 그냥 지나쳤다가 철 들면서 알게 됐어요, 제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근데 여기서 더 기가막히게 사실은 내 나이 스무살이 되도록 그런 일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아는 사람이,

이 세상천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한 집안에 어엿한 가장이자, 우리 아빠의 형제이자, 나의 큰아버지,즉 다시 말해 보고싶지 않아도, 마주치

고 싶지 않아도, 어떻게서든 보게 되고 어떻게서든 마주치게 되는 친족이시란 말이죠. 

부모에게 신뢰받고 형제에게 존경받고 자식에게 공경받으시는 우리 큰아버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집에

와 차 마시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문득 얼토당토 않는 꿈을 꾼것이고 그래서 나 혼자 말도 안될 착각을 하

고 있는 게 아닐까? 또는 그가 나에게 한 그 모든 일이 별 시덥지 않은 것으로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

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인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요.  

근데, 전요 아무리 생각해도요. 아무렇지 않지 않은 게 아니거든요. 

이성을 만나도 어느 선 이상으로는 깊게 사귀지도 못하고, 밤에 칼 하다못해 조그마한 가위같은 거라도 없으

면 불안해서 침대에 누울 수도 없다거나, 파란 알약 신경안정제에 의지해서 잠드는 이런 병신같은 생활 그 

사람이 한 짓이 아니면 어떤식으로든 설명되지않는 나에게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 고통이거든요. 

중학교때, 처음 제가 성폭행 당한 걸 인지했을 때, 정말 나 혼자 고민하지 말고 다 불어버리자 하는 것도 있

었지만,다른 가족들이 받을 상처가 얼마나 클지 알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늘 자식 며느리 손주 손녀들 걱정 뿐인 할머니며 그 인간 친 딸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착한 친척언

니 거기다 절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시고 이날 이때까지 불편한 점 없이 키워주신 우리 부모님.

말 못해요. 뭐 너 참 인생 어렵게 산다. 라고 말들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아마 성격상의 문제도 어느정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암튼 저는 누가 때려죽인다고 해도 앞으로도 쭉 가족들 한테 절대 말 못 할 거예

요. 차라리 내 속 혼자 썩어 나가지 주위에 사람들 아픈 꼴 어떻게 보라구요.
 
근데 가끔씩요. 

그 사람이 행복해지는거 보면. 막 막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예요. 

한번은요,,, 

그 인간이 신부 아버지랍시고 친척언니 손 잡고 식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솔직히 그때 이건 먼가 세상 신은 

저딴 새끼 안 잡아가고 왜 여적지 살려둬서 저런 호강을 누리게 하는가. 죄 졌으면 죄값을 치뤄야 하는게 아

닌가. 하면서 막 치가 떨리고 속에서 열불이 터지고 먹은 것도 없는데 신물만 올라오고 눈두덩이가 뜨거워 

지면서 눈물만 핑 돌고, 

모르겠어요 . 친척언니가 행복하길 바라는 건 진심인데

잘못을 하고도 태연자약하게 무슨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내 앞에서 뻔뻔하게 말 걸고 행동하시는 큰아버지 

진짜 미칠 것 같아요,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 평생 이 끔찍하고 그지 같은 일 나만 알고, 무덤까지 그냥 그렇게 덮어 두자 하

고 살아왔는데, 실은 위로받고 싶었나봐요. 

왜 옛날 동화중에 있잖아요. 소문이 나면 죽임을 당할까봐 두려움에 떨면서도 비밀을 혼자 안고 있다는 사실

에 결국 병이 나버려 참다 참다 못한 이발사가 숲속에 들어가 구덩이를 깊게 파고 그곳에서 임금님 귀는 당

나귀 귀라고 외치는 그런 이야기. 

그러니까 님들은 이제부터 구덩이인거예요. 단, 대나무가 자라나서는 안되는,,
 
그리고 임금님이 이발사에게 잘못을 빌날은 없을거예요. 평생.

그리고 저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어떤 일에도 덤덤하게 넘기고 살 수 있는 그런 여

자가 되어볼게요.

마지막으로 사과드려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들에게 이런 답답하고 심산 한 글 읽게 한 점 정말,, 정말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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