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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껏 살면서 죄 지은 거 적어 보아요.
게시물ID : humorstory_2893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흑인탄력
추천 : 3
조회수 : 118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04/13 11:27:17
오늘 이런 생각을 한다. 
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정말로 범죄란 걸 저지르지 않고 살았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저지른 범죄는 몇개일까?
그 형량은 또 얼마나?
궁금함이 파도를 친다. 

말 나온김에 오늘 오유에 
시원하게 고해성사하고 
용서 받을 건 받고 
못받는 것은 
그냥 
 
쌩 가기로 한다. 
 
1. 세탁소 큰 딸 속바지 본 죄 - 징역 6개월
 
내 시력은 2.0 / 1.5다 
머리가 나쁘니 눈이라도 좋아야 한다.
지난 주말엔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은 늘 시원하다. 
어제 먹은 술은 푸라면으로 풀어야 제격이다 싶어 편의점에 라면사러 가는길....
 
전방 19미터쯤...
눈에 익은 여자가 지나간다. 
세탁소 큰딸래미다 
교회가는구나 
봄이라 화사하게 입었구나 
똥꼬밸라치마입었지만 이제 대학생이니까 아저씨가 이해해주마
공부 열심히 해라 
아저씨가 응원한다.
 
느닷없이 
내 대괄히를 스치고 지나가는 거센 바람
세탁딸래미에게도 여지없이 들이 닥쳤고
설마 설마하는 순간
 
아아 바로 그 순간 하프하게 올라간 치마
그 사이로 보인 정체불명의 검은색 원단
 
세탁딸래미: (반사적으로 치마 내리며) 아... 씨봔
 
아... 아닐꺼야. 난 시력이 좋은 것이지 청력은 나빠.
절대 저 애는 그냥 '아... 치마' 라고 그랬을꺼야 
욕은 아닐꺼야.
 
그리고 나와 시선이 마주치고...
난 눈에다 안약대신 맨소래담을 한바가지 쳐바른 것 같은 화끈거림이 동반되었고...
난 얼음이 되었고...
계면쩍어 전화하는 시늉이라도 할라고 했는데...
들고나온 핸드폰이 TV리모콘임을 알았을 땐... 
 
저 먼발치 벗꽃나무로 추정되는 나무엔
마지막 잎새 하나가 바람결에 휘날리고 있었다.


어쨌든 뜻밖의 수확에 
오늘밤 분명 나는 침대에 누워 
휘성의 인썸니아를 부르며 
양 한마리 양두마리 양세마리를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팬티도 아니지만 반성한다.
 
 
2. 이웃사촌 예의 엉망죄 - 징역 3개월 

사실 마티즈는 32평 아파트 베란다에 들어 갈 정도로 작다. 
그런 차가 차량 두대가 주차해야 할 공간에 떠억... 주차중이었다. 
이사 온건가?
아니다... 이 차주 상습범이다. 

전화했다. 
"차 좀 주차할께요"
"5분만 기다리세요"
10분후에 화장 다 하고 나온 두여자
그런데 옷차림은 거지였다. 
화장만하고 옷이 거지인 모양새가 우스웠다. 
 
다음순간이 더 가관이다. 
마티즈를 둘이 셋트플레이를 한다.
언니로 추정되는 여잔 운전.
동생은 뒤에서 차량유도.

너무 웃음이 터져나왔다.
 
푸...풉 으으응흐흠~ !! " 

못참고 나온 웃음이었다. 

갑자기 언니가 창문열고 '왜 웃어요' 쏘아 붙인다.
 
에? 에... 
에... 에드립을 잊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궁리하다가. 
 
"주차 다하면 말씀드릴께요~"
 
그 여자 입은 계속 궁시렁대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이미 하얗게 되어가고 있었다.
뭐라고 그럴싸하게 넘겨야 할까?
아... 그냥 주차땜에 웃었다고 하면 자존심 상할테고...
 
주차를 다하셨다.
나에게 다가온다.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하지.... 하다가 느닷없이 나온 말
 
"식사하셨쎄요?" 
 
처음 본 여자에게 차 빼달라고 부탁해놓고 
식사하셨냐고 여쭙는 이 허드렛한 육신!
그것도 박명수톤으로...
 
태어나서 여자 얼굴이 그런 표정도 나오는구나를 목격했다.
마치 새벽에 전봇대 아래 널부러져있는 오바히트를 본듯한 표정....
 
난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땐 
그 두여자가 차려입고 외출을 할때쯤이었다. 
 
반성한다 이 썩을... 아니 부패할 것들아. 
 
어쨌든 반성한다.
 
아 반성한다고!!



3. 어머니께 거짓말죄 - 징역 2년

몇해전...  
구정을 며칠 앞둔 즈음... 선보라는 어머니의 지시를 거부하려...
구정 지나고 애인 보여드리겠다고 구라를 쳤다. 

구정 지나면 애인 생길줄 알았다. 

다급한 나머지 친구 여동생을 알바로 고용하려 했으나 
'친구가 진짜로 사귀려는 거 아니냐'며 막판 뒤집기를 하는 바람에 
산통 다 깨졌다. 
 
지금은 시집가서 잘 사는 친구야... 그리고 그 여동생아...
사실 니동생, 그리고 너 스타일 아니야. 
그냥 우리 엄마가 좋아하게 생겨서 해본거야.
 
너 그 뒤로 심장오빠가 나 좋아했다고 완전 동네방네 다 떠벌리고 다녔더라.
낮술했냐? 
 
이 글 보거든 너도 반성해라.
난 입술이 똥꾸뇩같이 생긴 여자 안좋아해.
썰면 3접시는 나올 것 같은...
 
아... 아니다. 오늘은 나 반성하는 시간이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반성한다. 


4. 인상만으로 사람 판단한 죄 - 징역 5개월

군대 전역후 집에서 잠시 주택관리사로서의 역할을 수행중에 있을 때...
친구 만나러 놀러 나가는데 
고급 세단 한 대가 내 앞에 선다.
 
어떤 젊은놈이 옆에 여자 하나 태우고 우각이 어디냐고 물었다. 

아... 거기요? 여기로 4키로만 쭉 가시고 우회전 해서 건어물 사거리 나오면 거기서 좌회전 하시고 3키로만 가세요.
 
아주 상냥하게........... 정반대로 알려줬다.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도 이뻤고...
또 준대말로 했던 거 같고...

반성한다. 
 
이 암수서로 정다웠을 것들아...
 

5. 맘에도 없는 말한 죄 - 징역 4개월

예전에 사귀던 여친에게 난 맨날 너 만나면 레드망고가 너무 맛있다고 한 거...
 
너랑 사이 좋을때 니 기분 맞출라고 먹은거다. 
 
쌔빨간 거짓말이었다. 

개 맛없었어. 
 
반성한다. 
 
 
6. 똑같은 메뉴로 저녁식사 두번 한 죄 - 징역 5개월 

저녁 약속 있는줄 모르고 아는 사람이랑 마포갈비에서 갈비 다 먹고 나오는데... 뒤늦게 약속을 알고 다시 마포갈비로 가서 갈비를 또 먹었다. 
종업원이 이장면은 꿈에서 본거 같다며 나를 잠시 긴장하게 했다. 
반성한다. 

7. 노래방에서 춤만 춘 죄 - 징역 3개월

노래방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근데 같이 간 친구중에 곧 회사에서 야유회를 갈 거 같은데 춤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해서 노래만 틀어두고 춤만 췄다. 
노래방 주인이 잠시 들어와서 무슨 문제 있냐고 묻고 가셨다. 
대답해주는 중에도 춤은 계속 되었다. 
반성한다. 

 
8. 김대리 새차 내부 훼손죄 - 징역 5개월 
 
김대리 
나야 심과장 
이 글 보면 날 죽일지도 모르겠네
설마 마클은 안들어 오겠지?
 
김대리 차 사서 기분 날라갈 듯한 그 즈음...
 
미안해. 
 
운전석 뒷좌석 가죽시트 기스난 거 내가 한거야. 
누구냐고... 속상하다고 막 미쳐갈때 
나도 같이 속상해 해준거.... 
그거  연기였어.
 
난 칸에 갔어야 해.
전도연 그 자리 내 자리야.
 
내가 입은 청바지에 찡이 박혀있었는지 몰랐네.
그리고 나 내려주며 잘가라고 했지?
한동안 출발 못하더라?
 
미안 내가 방구끼고 내려서 정신이 혼미해진 거 알아.
정신을 잃을 수도 있었을꺼야.
나 사실... 아웃백 안좋아하는데... 왜 하필 차 산턱을 거기서 낸거야. 
그냥 우린 양평해장국 먹어도 되잖아.
추진실씨가 있어서 잘보이고 싶어서 그랬다는 거 알아.
하지만 전날 과음으로 속이 안좋은 내 속도 모르고 그래야 했냐?
 
어쨌든 미안해.
 
연말쯤 나도 차 바꿀꺼야.
사과의 의미로 내 차 뒷자석에선 똥을 싸도 돼
비닐 깔아 둘께.
 
단 동시상영은 안된다. 
 
치우기 좋게....
 
미안해. 반성한다. 
 
 
9. 이렇게 태어 난 죄 - 징역 30년


뭐 어쨌든 대략 계산해 보니 40년 감이다. 
앞으로 40년은 생존해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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