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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ARMA [3부-현계(顯界)] 5.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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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2
조회수 : 3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19 00:01:16

                                                        [3-현계(顯界)]                                                                                                                                                                                                                                                                                                                                                    아카스네팔


5. 상처


다음날 아침 9시.

검정색 밴이 김 여사와 연옥이 머물고 있는 안가 앞에 멈춰 서자 차 문이 열리고 표팀장이 내렸다.

  

“독종이야 독종. 기어코 찾아냈구먼.”


안가의 쪽문이 열리면서 김 여사가 연옥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김 여사는 싱글거리는 표팀장을 보고선 연신 혀를 내둘렀다. 


"직원들이 고생이 많겠어. 표선생같은 고참을 만나서."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1차 조사에서 바로 뜨던걸요. 천지가 어머니하고 삼년 전 쯤에 쌍둥이 누나를 입원 시켰더라구요. 천지 본인이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기록도 있구요. 일단 면담하기 수월한 누나부터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 쪽에 연락은 미리 해놨습니다. 아, 그리고 KTX로 이동할 겁니다. 차로 이동하면 표적이 되기 쉬워서요."


한 시간 후 그들은 동대구행 KTX에 몸을 싣고 있었다. 대구로 향하는 두 시간 남짓 동안 표팀장은 국과수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자체 조사를 통해 은솔로부터 얻은 정보들을 김 여사와 공유하는데 애를 썼다. 효율적인 팀 운영을 위해서기도 했지만 앞으로 은솔과의 교감을 가장 많이 해야 할 김 여사가 사건에 대한 감이 떨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판단이 빠른 김 여사는 표팀장의 긴 이야기 - 결국 은솔이 연옥의 몸을 통해 말한 이야기였지만 - 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래..그 불쌍한 생명들은 쪼개진 반쪽짜리 영을 가지고 무슨 고통을 당하고 있다던가?"


영매와 퇴마로 평생을 살아 온 그녀였기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만한 의문이었다. 


"누나는 뇌전증이 있고 정서불안에 우울증이 심하다고 합니다. 동생은 악몽과 스트레스성 두통으로 상담을 받았던 기록이 두 군데 병원에서 발견됐습니다. 서울 지역 병원인 것으로 봐서 직장 근처였던 것 같습니다. 두통으로 출근을 못한 적도 작년에 두어 번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사이에 벌써 뒷조사까지 한 거야? 헐이구먼 헐. 그래 뭐하는 친구라던가 천지라는 친구는?"

"학원 강사였습니다. 고등학생들 국어를 가르치더군요."


연옥은 창가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 봄볕 아래 고양이마냥 그녀는 틈만 나면 잠을 자곤 했다. 아마도 은솔과의 동거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감이 많은 것 같았다. 평소에도 조용한 편이었는데 잠까지 많아지니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사건에 휘말린 그녀가 안쓰러워 표팀장은 물끄러미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래도 옥이가... 다 알고 있더라고. 은솔과 교감도 잘하고 있고. 은솔이 말을 하면 옥이는 그걸 그대로 느끼는 모양이야. 앞으로는 오히려 우리가 얘한테 물어봐야 할 걸?"


김 여사가 걱정 말라는 듯 말을 거들었다.


"그나저나...여하간 지용이란 사람이 참 몹쓸 짓을 했네..."


동대구역에 내려 굳이 지하철로 이동하자는 표팀장의 고집에 김 여사가 몇 번 더 혀를 내두른 뒤 일행은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병원은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 택시를 잡아타지 않아도 되었다. 병원은 조경이 잘된 꽤 널찍한 쉼터를 가지고 있어서 요양원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표팀장의 시선은 멀리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에게 가 있었다. 


희망 정신요양센터.

원무과장의 안내로 담당 의사를 만났고, 담당의사와 보호사를 대동하고 바로 그녀가 있는 병동으로 향했다.

밖에서 잠겨있는 출입문에는 실내를 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원생들이 단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바라 본 실내에는 정면으로 널찍한 거실이 있었고 양 옆으로 방들이 나 있는 구조였다. 


“선생님! 잠시 만요. 잠시만!”


갑자기 연옥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표팀장을 밀어내다시피 한 뒤 창살이 세로로 박힌 창문에 매달려 정신없이 안을 살피는 것이었다. 한참을 구석구석 살피던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자 창살을 잡은 그녀의 양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아...악!....어어흑!”


그녀의 입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얘야. 왜 그러니? 아가..아가...괜찮다. 괜찮아.”


김 여사는 연옥의 손을 꼭 잡고 동시에 오른손을 펴서 그녀의 정수리에 올린 채 급히 기운을 불어 넣어 주었다. 


“아...아아! 흑...왜...왜 그런 모습으로 거기 있는 거에유. 이보오! 왜! 왜!..”

“여사님 안되겠습니다. 잠시 옥이를 데리고 나가서 쉬게 해 주세요.”


표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김 여사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온 몸으로 연옥을 안았다. 담당 의사를 따라온 보호사가 함께 매달려 안간힘을 쓰고서야 간신히 그녀를 창살에서 떼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실 끄트머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계속 울부짖고 있었다. 


“놔유! 놓으란께유! 아...아 놓으란 말이에유!”


그녀의 울부짖음은 김 여사와 보호사의 손에 끌려 나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사라진 뒤에도 한 서린 통곡소리는 한참이나 메아리처럼 복도를 돌아 다녔다.


“선생님, 저기 마루 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저...환자..아니 저 원생이...누굽니까?”


창문 너머를 살피던 담당의사가 대답했다. 


“저 원생이 바로 말씀하신 차지은 원생입니다.”


표팀장은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전율을 느끼면서 연옥이 사라진 복도를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차지은이라면..천지의 쌍둥이 누나, 은솔은 어떻게 알았을까.

병원 측이 제공한 사무실에서 네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였다. 지은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은이가 잘 따른다는 담당 간호사가 먼저 들어가 표팀장 일행을 소개한 뒤에 들어가기로 했다.

문밖에서 표팀장은 연옥에게 조용히 말했다. 


“연옥씨, 중요한 시간이야. 연옥 씨가 은솔을 잘 다독여 줘야 해. 나도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처럼 너무 급작스럽게 다가가면 일을 망치게 되요. 알겠지?”

“노력해 볼게요. 하지만 은솔이 힘들어 할 때는 저도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연옥의 손을 꼭 잡고 있던 김 여사가 입을 열었다.


“옥아. 그럼 이 말을 계속 마음속으로 은솔에게 전해라. 지금 니가 진정하지 않으면 지은이하고 천지는 영영 너에게서 마음을 닫아 버릴 거라고.” 


이윽고 문이 열리고 담당간호사가 나왔다.


"죄송합니다만 간호사님은 밖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보안상 같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규정상 보호자가 동석해야 한다는 투철한 직무규정을 강변하는 간호사를 복도에 세워 놓은 채, 세 사람은 사무실로 천천히 들어섰다.


"지은 씨.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흐흑!"


표팀장이 소파에 미리 앉아 있던 지은에게 인사를 건네려는 찰라, 등 뒤에서 연옥의 울음이 다시 터졌다. 김 여사가 그녀의 어깨를 꼭 안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연옥은 입으로 손을 가린 채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지은과 표팀장이 마주 앉았으며, 지은의 옆자리엔 김 여사가, 그 옆에는 연옥이 앉았다. 모두 자리에 앉자 표팀장의 입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준비한 멘트들이 흘러 나왔다.


"지은 씨. 워낙 다급해서 미리 약속도 없이 왔습니다. 여기 있는 연옥 씨를 도와주십시오."

"네에?"


그렇게 시작된 표팀장의 이야기는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집에서 곤히 잠자던 사람이 새벽에 잠옷차림으로 갑자기 집을 나가 수 백 미터 떨어진 고속도로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 속도감지 카메라 기둥위에 순식간에 기어 올라간 일부터, 얼이 빠진 채 새벽일을 기억도 못하다가 국과수에서 설문기박사의 최면시술로 말문이 다시 열렸던 이야기며, 그녀의 입을 통해 알게 된 은솔이라는 존재에 대해 표팀장은 최대한 쉽고 편하게 지은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그게 저하고 무슨 상관이 있죠?"

"지은 씨..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지은 씨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그랬듯이 지은씨도 믿기 어렵겠지만 들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표팀장은 슬슬 올라오는 담배생각을 누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연옥 씨를 통해서 은솔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은 백 년이 넘게 저승으로 가지 않고 현계에 머무르고 있는 영혼이라고..."

"한 많고 원 많아 서지...불쌍한 것"


김 여사가 연옥의 손을 부비며 한마디 했다. 연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저승, 현계, 영혼...따위의 예상치 못했던 말들이 튀어 나오자 지은의 눈이 커졌지만 표팀장의 말을 계속 듣고 싶은 듯 그녀는 상대방을 깊이 응시하고  있었다.


"은솔은 함께 살던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이 먼저 비명횡사 하는 바람에 사별하고, 오로지 남편이 나중에 죽어 딱 한번 저승으로 갈 때 만나 보고픈 소망 하나로 수십 년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년이 지나서야 그 사람이 자결을 했다는 사실을....그것도...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혼을 반으로 가른 채 목숨을 끊어 사자들이 미처 수습도 하지 못하는 와중에 흩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그의 영혼이 이대를 거쳐..."


마치 납량 특집 같은 이야기를 이어가던 표팀장이 잠시 말을 멈추고 지은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은과 천지라는 남매로 살고 있다고 말해 줬습니다. 쌍둥이남매로 말이죠."


지은의 눈이 휘둥그레 진 것은 당연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 마냥 그녀는 표팀장을 빤히 바라 볼 뿐이었다.


"반쪽짜리 혼을 타고난 까닭에 고통을 짊어지고 살고 있다고...지은 씨는 뇌전증에 우울증...천지 씨는 악몽과 두통에 고생한다는 사실을 저희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러 오신 거예요? 그러니까...그게 저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

"이야기를 다 말씀드리자면 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은씨도 천지씨도 지금 안전하지 않다는 겁니다. 괜찮다면 저희들은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만.."


표팀장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비쳤다.


"저희들은 지은 씨의 도움이 필요해서 왔지만 지은 씨에게도 도움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말을 마치자 표팀장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김 여사가 연옥의 손을 잡고 부축하면서 얼떨결에 따라 일어섰다.


"내일부터는 저희 직원이 병원에 상주하고, 경찰 병력들이 병원 주변을 순찰하게 될 겁니다. 일단 지은 씨 오늘 폐쇄병동으로 옮기고 방에 CCTV를 달고 전담 직원이 24시간 모니터링 하도록 하세요. 폐쇄병동 면회객 일체를 차단하고 지은 씨 진료기록은 병원장 직인이 찍힌 원본을 매일 저희들에게 팩스로 보내도록 하세요. 그리고 저희 직원의 요청이 있을시에는 이유는 묻지 마시고 무조건 협조하세요. 불편하겠지만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이 상부 허가가 끝난 사항입니다."

"상부라면...?"

"당신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곳입니다. 아, 그리고 직원들 철저한 입단속 부탁합니다."


병원을 나서면서 표팀장은 병원장과 원무과장을 불러 당부를 빙자한 지시를 내렸다. 업무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한 그의 성격은 평소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표팀장과 연옥, 그리고 김 여사는 다시 십여 분을 걸어 지하철을 타고 시내 모처로 이동했다. 표팀장이 미리 연락해 둔 안가였다. 

도착해서 김 여사와 연옥이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할 동안, 표팀장은 그들을 기다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거의 하루를 참아 온 담배를 꺼내 물면서 그는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의문들을 이리 저리 맞춰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은 다시 응접실에 모였다. 

표팀장이 다기 세트를 차려 놓으며 차 대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여사님. 내일은 김 여사님이 수고를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김 여사와 연옥은 둘 다 손질 안한 머리를 풍성하게 늘어뜨린 채 소파에 앉았다. 표팀장은, 항상 단정하게 쪽진 머리의 김 여사가 편한 차림으로 연옥과 함께 앉아 있으니 마치 모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연옥의 얼굴은 병원에서보다 한결 나아 보였지만 충혈된 눈망울엔 아직도 그늘이 남아 있었다. 

표팀장이 차를 따르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은 궁금함을 주려고 했습니다. 아마 지은 씨 지금 많은 것이 궁금할 겁니다.  내일은 김 여사님이 믿음을 주세요. 연옥 씨는 내일 은솔이 아니라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해 주세요. 지은 씨가 마음을 열고 우리를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찻잔이 다 채워졌다.


"그래야 그 다음날 그녀가 은솔과 대면할 때도 마음을 열겁니다"

"그러니까 내일은 밑밥을 깔아 놓고 모레 본격적으로 당사자끼리 만나게 하겠다?"


김 여사는 기분이 좋고 편할 때 말이 짓궂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녀는 다기가 잘 차려진 티 테이블에서 남이 우려서 채워주는 녹차를 아주 좋아했다. 


"밑밥이라니요. 하하. 어차피 우리 사람이 돼야 하니까 두루두루 빨리 친해지는 게 좋죠."


그때였다.


"그런데요..."


잠자코 있던 연옥이 말을 꺼냈다.


"은솔이....소용없데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지금?"

"네. 지금 이 안에서 죽은 듯 가만있어요. 아까 오전에 병원에서 원생들 모여 있던 그 병실 문 앞에서...그를 본 이후로..."

"그...라니?"


김 여사가 조용히 연옥의 손을 맞잡았다. 


"지용의 모습. 하지만 그 모습이....흑흑..."


연옥은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깊은 한숨을 쉰 다음에야 그녀의 입에서 놀라운 말들이 흘러 나왔다.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지용이...그녀 안에서 피를 흘리며 웅크리고 있었다고 했어요."

"지용이라면 백 년 전에 그....남자?"


표팀장도 거기까진 생각지도 못했던 듯 두 눈이 동그래졌다. 연옥은 은솔의 통곡을 오롯이 느꼈던 듯 연신 훌쩍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불러도 소용없을 거라고 해요...지용의 영은 눈도 없고...두 귀도 없는...피 흘리는 모습이었다고....흑...흑..“

"천지와 그녀가 함께 있으면...뭔가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요? 여사님?"

"이미 은솔이 그렇게 생각했다면....쉽지는 않겠지. 영이라는 게 육신을 꿰차고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어지간해선 내보내기 힘들어."

"아니 TV같은데 보면 퇴마도 하시더니.."

"아 이 양반아. 그건 내 속에 다른 영이 손으로 차고 들어와 주인 행세 할 때 내보내는 것이고! 이건 주인 령이란 말이야!"

"...."


김 여사는 한심하다는 듯이 표팀장을 흘겨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전혀 밝지도 짓궂어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무척이나 슬픈 사연을 말하려는 사람처럼 어두워 보일 뿐이었다.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안 될 일이야....암."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법이 있으면 해봐야죠. 말씀해보세요. 뭡니까?"

"그게..."

"안돼유!"


김 여사와 표팀장이 깜짝 놀라 연옥을 바라보았다. 연옥은 어느새 은솔에게 압도되어 눈을 뒤집은 채 김 여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폭주하는 모습이었다.


"안돼요! 그럴 순 없어유!"


연옥의, 아니 지금 이 순간은 은솔로 빙의된 그녀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진정해요. 은솔씨 그런 일 절대로 없을 테니까. 걱정 말고! 진정! 진정!"


은솔의 폭주하는 모습에 표팀장이 그답지 않게 당황해서 영문도 모른 채 두서없이 말이 나왔다. 하지만 평소 같으면 폭소를 터뜨릴 김 여사도 지금은 그저 고개를 돌린 채 눈가를 훔칠 뿐 말이 없었다.

김 여사는 연옥을 꼭 안아 다독이고, 표팀장은 이런 저런 화제꺼리로 계속 허공에 던질 말들을 지어 시간을 한참이나 보낸 후에야 은솔은 다시 연옥의 내면으로 침잠할 수 있었다.


“죄송해요.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니가 무슨 잘못이 있냐. 은솔이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그랬겠어. 괜찮다. 괜찮아.”


김 여사는 이번엔 연옥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다. 표팀장도 연옥의 변화에 아직까지 적응이 덜 된 듯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처럼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자애롭게 옥과 은솔을 감싸주는 김 여사가 팀원이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식어버린 차를 다시 마시면서 연옥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찻잔을 입술에 댄 채 그녀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어야 온전한 영으로 합쳐 질 수 있다.....는 건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에요.”


<계속>

출처 https://blog.munpia.com/akash_nepal/novel/77513
[외전] 1부 - ROOM 읽으러 가기 http://www.todayhumor.co.kr/board/list.php?kind=search&table=panic&search_table_name=panic&keyfield=subject&keyword=ROOM&Submit=%EA%B2%80%EC%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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