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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ARMA [3부-현계(顯界)] 6. 까마귀와 고양이
게시물ID : readers_277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2
조회수 : 3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21 10:52:51
                                The KARMA
                            [3부-현계(顯界)]
                    


                                                                  아카스_네팔



6. 까마귀와 고양이


"병원 내 대기라니... 참나." 

담당의사는 의사 생활 이십 년 만에 처음 겪어보는 국가 기관의 갑질 (?)을 소심하게 담배연기로 항거할 뿐이었다. 
휴게실에서만 허가된 흡연을 본인의 사무실에서 마음껏 할 수 있는 자기만의 규칙은 갑질의 범위에서 잠시 벗어나 있었다. 환기를 위해 그는 창문을 열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서 라꾸라꾸 침대라니...."

가아아아악.
어디선가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심한 밤에 재수 없는 (?) 한 남자의 기분을 더욱 우울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
                                      .
                                      .
옥이 꺼내놓은 금기와 같은 말을 앞에 놓고서 모두 침묵을 지켰고, 간혹 진행되는 대화는 겉돌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일행은 흩어졌고, 밤과 새벽이 온 뒤 다시 날이 밝았다.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어야 온전한 영으로 합쳐 질 수 있다...

사실 온전한 지용의 영이라야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부적의 위치를 알고 있을 가장 중요한 존재, 지용의 영을 깨워 부적을 찾아야만 ‘봄꽃을 맞이’ 할 수 있다. 
그렇다. 작전명 '봄꽃맞이'.
'봄꽃'은 우리와 함께 이곳을 구할 '그들'이다.
하지만 확인한 것은 웅크리고 있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불안하고 불쌍한 반쪽 영혼일 뿐이었다. 심지어 육신마저 병들게 하면서 천천히 소멸해 가고 있는 영혼. 
알게 된 모든 사실을 보고하라는 상부의 지침을 지켜야 하나. 표팀장은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그는 어젯밤 보고에서 모든 것을 말하진 않았다. 만약 그럴 경우 그의 조직에서 어떤 명령을 내릴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둘 중 한 사람이 대를 위한 희생이라는 명목아래 죽임을 당하겠지. 혈육의 죽음을 같은 자리에서 보면서 말이야.’

이해한다. 그게 국가기관이 비상사태 상황에서 내려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경찰 심리분석 수사관 출신으로 국정원에 들어온 표팀장은 '조직의 생리를 낯설어하자'는 신조 같은 것이 항상 있었다. 가능성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고 결정부터 한다면 그건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사형제가 그러하듯이.

“지은과 천지 둘 다 팀원으로 받아들인다면 지용의 영혼을 부를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표팀장이 간밤에 김 여사를 따로 불러 조용히 물어본 것도 자신의 그런 철학 때문이었다.

“위험해. 태어날 때부터 육신에 자리 잡고 있던 주인령인데, 그 주인령을 둘 중 한 사람의 몸으로 불러내 합칠 경우, 남은 육신은...어떻게 되겠는가? 영혼 없는 육신. 다시 영이 들어간다 해도 성공할지 모르거니와...난 그런 일은 시도해 본 적 조차 없어.”

지하철에서 내려 병원까지 십여 분을 걸어가면서 표팀장은 이곳저곳에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다. 병원 주변은 이미 경찰 병력이 촘촘히 에워싼 채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으며, 정문에서는 삼엄한 방문객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표선생, 저기...저 보이는 고속도로에 새까만 것이 자네가 부른 경찰들인가?”
“네 김 여사님.”
“헐이구먼 헐. 이거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오늘이 1월 8일입니다. 1월 1일 칠곡IC에서 사건이 발생한지 정확히 일주일째죠. 그리고 이곳은 고속도로 인근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지은이 있죠. 철저히 준비해도 모자랄..” 
“푸훗!”
“?”

표팀장과 김 여사의 눈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했다. 분명 풋하고 터지는 웃음은 연옥의 범행이었다. 좀 엉뚱한 면이 있긴 했지만 심각한 상황에 어울릴 웃음은 분명 아니었다.

“연옥씨이?”
“너 이젠 엉뚱해지기로 한 거냐? 어제보다 좀 나아져서 기분은 좋다만.”

표팀장과 김 여사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지만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연옥의 볼이 빨개졌다. 

“그..그게 아니라 은솔이 중얼거리는 말이 웃겨서..요.”
“뭐라냐?”
“그대로 전해주세요.”

어차피 앞으로 많이 당할 일인데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표팀장이 말을 보탰다.

“쓸데없는 짓 하고 있네.”
“음...”
“어리석은 인간... 기껏 생각한다는 게..”
“그..그만...하고”

표팀장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을 막았다.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그래 보세요 아니..이미 듣고 있겠구먼. 은솔씨..이젠 이렇게 바로 대화합시다. 제가 취한 조치가 마음에 들지 않은가 본데..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 말해 봐요.”
“알고 있었으면 벌써 얘기해 줬겠지.”

김 여사가 큰 기대하지 말라는 듯이 한 소리했다. 영문도 모르고 신분증에 트렁크, 실내까지 조사하면서 방문차량과 실랑이를 벌이며 진땀을 흘리는 경비원의 야속한 눈빛을 뒤로 하고 병원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알고 있데요"
"....."

이번엔 김 여사가 멋쩍어 졌다.

"까마귀를 조심하세요."

은솔의 설명을 듣고 난 표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까마귀의 흔적을 찾아 옥상으로 떠났지만 별 소득은 없었고 설사 그녀의 말을 곧이 믿더라도 녀석들이 굳이 흔적을 남길 이유도 없었다.

"고양이를 안고 들어가세요. 길고양이를요."

은솔은 다행히 다소 의외의 처방을 말해 주었고, 숨 가쁜 난리법석의 시간이 흐른 한 시간 뒤 병원 옥상엔 병원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고양이 수송의 임무를 띤 헬기가 착륙했다. 
난감한 웃음을 짓는 조종사와 멋쩍은 웃음을 나누고 표팀장은 이동장을 건네받았다. 국가기관의 힘은 그렇게나 막강(?)했다. 하지만 주변의 모든 소음을 몽땅 쓸어버리면서 굳이 보안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옥상에다 헬기를 착륙시킨 것은 표팀장의 의견이었다.

'보여주자. 어딘가에서 보고 있다면.'

만약 다음 표적이 지은이라면 저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표팀장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천지에 대한 경호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해. 눈치 채지 않게 말이야."

다행히 고양이도 낯선 환경에 적개심을 드러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울어댄 통에 표팀장의 의도는 반은 성공한 듯 했다.
지은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담당의사의 사무실에 먼저 와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어제와 사뭇 달랐다.
테이블위엔 차와 함께 과일과 과자가 있었고, 연옥의 무릎엔 기분이 많이 좋아진 고양이가 엎드려 있었다. 사람 손을 타서 성격이 온순해진 전직 길고양이, 표팀장이 주문한 대로 온 것 같긴 했다. 지은을 앞에 둔 그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진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크게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김 여사가 잘 이끌어가고 있었다. 

"지은 씨 주려고 선물을 준비했어요."

김 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양이를 품에 앉아 지은에게 건네고 있었다. 아마 이야기를 마칠 때쯤이면 김 여사는 지은을 딸처럼 편하게 대하고 있을 것이다.

"자. 이제 CCTV 끄시고 녹화 중단하세요."

모니터를 보고 있던 표팀장의 지시에 따라 사무실안 환자 관리용 CCTV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어차피 김 여사가 대신 들고 들어간 가방이 현장 상황을 녹취하고 있는 마당에 병원에 자료를 남겨봐야 좋을 것 없다. 표팀장은 주변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기로 하고 통제실을 나섰다.

"주로 지은이가 얘기를 했지. 나는 들어주기만 했어. 아휴 참 불쌍한 팔자들이 많아." 

눈가를 훔치며 양손에 지은과 연옥을 감싸고 김 여사가 사무실을 나온 건 그로부터 한 시간 남짓 시간이 흐른 후였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표팀장은 세 여성이 마치 모녀 관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자신의 혼을 갈라 자결했다는 이야기는 내 들어 본적이 없는데 그 말인 즉슨 그게 아무나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야. 지용이 말년에 인연을 잇고 있었다는 절이 낙산사라 했던가? 고찰이니까 절에 복장품 같은 게 있을 거야.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고....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하지 않은가? 그 갈라진 영들이 이 대를 윤회해서 남매로 다시 만났다는 게?"
"서로 끌리는 무언가가 있지 않았겠어요? 원래 하나였기 때문에 서로를 찾는 무언가가."
"그거랑 가족이 되어 다시 만나는 것이랑은 다르지. 쉽게 설명해주지. 표선생이 돌멩이 하나를 던졌는데 떨어진 그 자리에서 그 즉시 대나무 한그루가 날 확률하고 비슷해. 분명... 무슨 곡절이 있어..."

병원을 나서면서도 김 여사와 표팀장의 대화는 이어졌다. 정문에선 여전히 방문객과 나이 든 경비 아저씨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은 씨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연옥은 지은에게 맡기고 온 고양이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녀는 생각에 골몰하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 아니 안 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잠시 후 지하철역 방향으로 표팀장 일행이 사라졌지만 고속도로에 배치된 전투경찰 병력부터, 병원 담장아래 촘촘히 배치된 경찰들에 순찰견까지 일대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희망정신요양센터는 지키는 많은 이들로 인해, 그들의 방식으로 인해 평온함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계속>
출처 https://blog.munpia.com/akash_nepal/novel/77513/page/1/neSrl/1176771
[외전] 1부 - ROOM 읽으러 가기 http://www.todayhumor.co.kr/board/list.php?kind=search&table=panic&search_table_name=panic&keyfield=subject&keyword=ROOM&Submit=%EA%B2%80%EC%8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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