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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었던 흰돌이, 흰순이가 내게 찾아준 행복
게시물ID : animal_153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뚱아저씨1219
추천 : 33
조회수 : 220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04/16 06:52:13
< 뚱아저씨를 똥그란 눈으로 쳐다보는 흰순이(왼쪽) 흰돌이(오른쪽) >

프롤로그 : 유기견이었던 흰돌이, 흰순이를 이태원역 4번 출구 유기견 입양 캠페인장에서  데려온 지 오늘로 열흘이 되었네요. 한 달 간격으로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신 이후로 몹시 허전하고 공허해서 많이 힘들었었는데 흰돌이, 흰순이가 옆에서 외롭지 않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답니다. 

강아지를 돈주고 분양받지 않고 유기견을 입양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서 구출되어 잘 뛰어놀고 있는 흰돌이, 흰순이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척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

■ 유기견인 흰돌이, 흰순이를 입양하기까지 과정. 

뚱아저씨의 어머님이 2월 15일에 갑작스런 화재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님은 3월 14일에 폐암말기로 돌아가셨습니다. 함께 살던 부모님 두 분을 한 달 사이에 다 여의고 나니 그 슬픔과 공허함이라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로 인해 퍼스널트레이너 생활 이후 전혀 하지 않았던 폭음과 폭식이 두 달이나 이어졌고 몸과 마음이 말도 못하게 지치고 황폐해졌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문득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짬을 내어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 올라갔다 오고, 올레길 제7, 8코스를 6시간 걷고 오면서 마음을 서서히 정리했습니다. 그리고는 일상 생활로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데 그래도 그 허전한 마음이라는 것이 한 번에 씻은 듯이 없어질리가 없었습니다. 역시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이죠. 

저녁마다 폭음을 하던 습관을 없애기 위해 사소한 생활용품이라도 사려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건대 이마트에 장을 보러 다녔고 지난 주 수요일에 갔다가 평소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애견하우스가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곳에는 요크셔테리어, 시츄, 치아와 등 귀여운 강아지들이 많이 있었고, 그 중에 한 마리를 분양하려고 상담을 했다가 딱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라고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강아지 분양에 대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는데 '유기견 무료입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면서 관련한 블로그 글들을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유기견 입양을 도와주는 카페인 '유기동물 행복을 찾아주는 사람들 (이하 유행사)'를 알게 되었고, 그 곳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흰돌이, 흰순이의 사진을 처음보게 된 것입니다. 

흰돌이, 흰순이는 목욕을 제대로 못해 까무잡잡했지만 무척 귀여운 강아지들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진돗개를 좋아했기에 다른 어떤 강아지들보다 눈에 띄었습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동물들은 주인을 찾는 일정한 공고 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살처분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안락사를 한 후 쓰레기 더미와 함께 불에다 태워진다고 합니다.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주인에게 버림받고 안락사가 되어 불에 태워지는 운명으로 세상을 마감한다면 인간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슬픈일인가요? 

'오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된다'는 피켓을 보고 난 후 입양 캠페인이 있던 4월 7일(토요일)에 있었던 중요한 약속 두 가지를 다 취소하고 바로 흰돌이, 흰순이를 입양하러 갔습니다. 그 곳에는 흰돌이, 흰순이 외에도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흰돌이는 생후 3개월 반 정도되는 귀엽고 건강한 아이였고, 흰순이는 생후 5개월쯤 되는 아이인데 선천적으로 다리가 짧은 장애견이었습니다. 요즘은 유기견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입양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진돗개와 같이 큰 개에다가 흰순이와 같은 장애견은 입양을 하려는 분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서부터 눈에 밟히기 시작한 흰돌이, 흰순이 두 마리를 한 꺼번에 입양하기로 마음먹고 갔기에 망설일없이 바로 입양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가까운 동물병원에 가서 깨끗이 목욕시키고 예방주사를 맞추고, 입양 조건인 중성화 수술(흰돌이는 바로 수술, 흰순이는 1개월 후 예약)을 바로하고 입양을 하게 된 것입니다. 

■ 뭔가 주눅이 들어있던 흰돌이, 흰순이가 기를 펴다. 

캠페인장에 있던 흰돌이와 흰순이를 안고 병원에 가는데 특히 흰순이가 유난히 침을 많이 흘려서 입고 갔던 점퍼가 축축해졌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목욕까지 깨끗이 시키고, 예방주사 등 조치를 취하고 입양절차를 마친 후 콜택시를 불러 안고 타고 오는데도 역시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흰순이가 무슨 병에 걸려서 침을 많이 흘리는게 아닌가 걱정됐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거실에다 내려놓고 나서 딱 1분이 지나자마자 흰돌이, 흰순이가 금방 신이나서 뛰어놀기 시작했고 침을 질질 흘리던 흰순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침흘리는 것을 딱 멈추고 깔끔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 흰돌이, 흰순이와 열흘을 지내고 나서.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흰돌이 흰순이를 지난 주 토요일에 입양해왔으니 이제 딱 열흘이 되었네요. 첫날에는 이 녀석들 둘이 싸우기도 해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아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어요. 흰돌이는 식성, 먹성이 무척 좋아서 먹이를 주면 마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금방 먹습니다. 흰순이는 그에 비해서 식성, 먹성이 럭셔리한 편인데 먹이를 주면 아주 오래오래 씹어먹습니다. 

그러다보니 흰돌이가 훨씬 더 빨리 먹고 흰순이 것을 빼앗아 먹을만한데 절대 그러질 않아요. 흰순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이 무척 기특합니다. 그러면 상으로 개껌을 하나 주면 무척 좋아하지요. ^^ 

변은 주로 마당 옆에 있는 3평쯤 되는 화단이 있는데 그곳에다 알아서 잘봅니다. 특별히 무슨 교육을 시킨 것도 아닌데 역시 영리한 진돗개의 혈통을 받고 태어난 아이들이라서 기특합니다. 

흰돌이, 흰순이가 잘먹고, 잘자고, 잘싸고, 잘놀고 하니까 정말 키우기가 좋아요. 물론 강아지를 두 마리 키운다는 것이 손이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까다로운 아이들처럼 손이 많이 가지 않아서 무척 수월합니다. 게다가 내가 외출을 나가 있는 동안에는 자기들끼리 잘놀면서 집도 잘 지켜주니 든든하기까지 합니다. ㅋㅋㅋ ^^ 
■ 내게 큰 힘을 주고 있는 유기견 흰돌이, 흰순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겁니다. ^^ 

저희 집은 크진 않지만 다행히 흰순이, 흰돌이가 뛰어놀만한 마당도 있고 배변을 할 수 있는 화단도 있어서 키우기가 수월한 편이에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딸랑딸랑 방울 소리를 내면서 반겨주는 흰돌이, 흰순이를 보면 무척 힘이 납니다. 전에는 집에 들어오면 그저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흰돌이, 흰순이가 있으니까 적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사람은 아니지만 나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답니다. ㅋㅋㅋ 

■ 혹시 강아지를 돈주고 사서 분양받을 계획이 있는 분은 유기견을 입양하세요. 

뚱아저씨가 강아지를 분양받으려고 하다가 유기견인 흰돌이, 흰순이를 입양하면서 행복을 느낀 것처럼, 혹시 지금 강아지를 돈주고 분양받으려고 하는 분이 있다면 그러지 마시고 유기견을 입양하세요.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입양을 한 주인에게도 큰 힘이 되어준답니다. 

유기견은 흰돌이, 흰순이처럼 마당에서 키우는 큰 개인 진돗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츄,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등 실내에서 키우는 소형견들도 많이 있어요. 정말 귀엽고 예쁜 아가들입니다. 

그 아가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세요. 이번 주에 입양되어 주인을 찾지 못하면 다음 주에는 안락사가 되어 쓰레기 더미와 함께 화장될지도 모릅니다. 유행사의 유기견, 유기묘 입양 캠페인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까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이뤄집니다. 가실 때에는 꼭 주민등록증을 지참하시길 바래요. 

흰돌이, 흰순이의 육아일기를 쓰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유기동물 입양캠페인 글까지 쓰게 되었네요. 유기견을 입양한 주인으로서의 보람과 기쁨이 묻어나오다보니 그렇게 된 거라 양해해주시기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 

사진 아래부터 차례대로

1) 유기견이 오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된다는 가슴아픈 내용의 피켓

2) 지지난 토요일(4월 7일) 이태원역 4번 출구 유기견 입양캠페인 장에 있던 흰돌이(맨왼쪽), 흰순이(맨오른쪽)

3) 집에 와서 목욕시키고 사랑을 주며 안아줬더니 안정을 찾으며 뽀샤시해진 모습

4) 왼쪽다리 장애견인 흰순이, 하지만 변도 잘가리고 뛰어노는데 전혀 지장이 없이 건강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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