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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 의제는 통진당이 주고, 욕은 민주당이 먹고(요약있음)
게시물ID : sisa_1972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大司馬
추천 : 3/2
조회수 : 45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4/16 19:40:38
 관도사님 한번 따라 해봤습니다. 매번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그래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들어주는 사람 없어도 할말이 있을때는 해야지요.
 역게 承相님 따라서 나는 大司馬를 해야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이전' 이라고 닉을 써야 할까요.
 창의력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새누리당 텃밭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투표 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던 선거네요. 예전에는
 이것 저것 시도도 해봤고, 시민단체에 관심 있어서 인턴같은것도 하면서 여러 분들 직접 볼 수 있었지만 
 이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업에 종사하는지라 비겁하게도 몇개 단체 후원금 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선거 끝나고 집에서, '앞으로 조심하며 살아야겠다. 나같은 사람 정도 되어도
 언제 일을 못하게 되고 벌금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라고 했다가, 예전같으면 대공분실에 처넣었을걸
 현실을 고마워하면서 살아라고 해서 부모님과 싸움이 났습니다. 그리고 감기몸살. 

 선거에 졌다고 '국개론' 펼치는건 한탄일 뿐이지 원인 분석은 될 수 없죠. 진짜 원인이 맞긴 맞을
 수도 있는데 '이런 토양 속에서 어떤 전략을 써야 할 것인가' 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으로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언론장악' 이 원인일 수도 있는데 원인이 맞죠. 하지만 선거에 이겨야 할 이유에
 해당하는 것을 원인으로 잡았기 때문에, 결국 '언론이 장악당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것도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처럼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됩니다.

 몇년 동안 정치 현실을 겪어오면서 이런 토양속에서 선거는 오히려 단순하다고 보게 되었습니다. 
 한표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사람 3일간 설득해도 한표. 그냥 정의감에 불타는 동네 친구 10분간
 자극해도 한표. 그래서 저는 딱히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정치 이야기를 20분 이상 하지 않아요. 
 그냥 간단히 몇마디 하고 '내말 믿고 어디찍어라.' 정도 하지요. 관심 없는 분야를 오래 이야기하면 
 서로 머리아픕니다.  나도 관심없는 분야 오래 들으면 이야기 하기 싫듯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게 덕목이긴 하지만, 강요는 할 수 없지요.

 그 말인즉슨... 이런 토양에서는 사람들이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고 복잡하게 말해야 하는 일로
 승부 본다는건 불리하다는 거죠. 긴 문제를 깊이있게 파고드는게 옳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불리함은 변하지 않습니다. 전국민을 전문가로 만들 수도 없는 일이구요. 6월 항쟁은
 독재타도 호헌철폐 직선제 쟁취의 구호, 그리고 거기 담긴 정의가 단순했기 때문에 100만이
 참여했다고 하죠. 사람은 3가지로 제시하는게 가장 잘 먹힌다고 하듯이, 이슈도 너무 많이 분산시키면
 오히려 힘이 듭니다.

 그런점에서 이번 선거 혹은 그 직전 시기에 맨 앞에 내세웠던 각 진영의 대표적 키워드를 살펴보면
 새누리    : 민생 살리기 / 김용민 막말 / 경기동부(반공)
 야권연대  : 구럼비 바위 / FTA폐기 / MB심판 

 대충 구도가 보이시죠. 그런데 제주기지와 FTA는 참여정부때도 추진한 것입니다. 해군기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맨 선두에 세울까요? ( 반미, 반공을 피할 길이 없었으므로 실제로는 구럼비 바위로 
 감성적 접근) FTA 재협상 / 폐기 문제는 민주당에서도 결론 안 난 문제죠. 그러므로 이 프레임은
 야권연대의 성사를 위해 통진당이 주가 되어 민주당이 통진당이 중시하는 문제를 받아준거죠.
 확장성 강한 이슈를 내세워도 언론을 뺏긴 판에, 확장성이 없는 이슈를 최전선에 내세웠습니다.

 저문제가 중요하지 않냐구요? 중요하죠. 그런데 일단 선거 이기고 힘 받아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또 저 문제 외에도 저문제 못지않게 다루었어야 할 문제도 많습니다. 하지만 통진이 가장 중시하는
 문제라서 저 문제가 선택된거예요. 
 if 놀이는 싫어하지만, MB 비리의 개별적 사안이나 반민주성 후진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MB 심판을
 내세웠다면 아마 중도층을 움직일 수 있는 확장성도 가지면서 MB 심판론은 좀 더 탄력을 받았겠지요.
 국민 정서라는게 이념보다는 비리에 더 민감하니까요. 그렇지만 언론도 뺏긴판에 맨앞에 내세우지도
 않아서 그냥 선거 이슈로는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스트라이커님? 관도사님? 뭐 등 입장도 이해가 될 때가 있어요. 간혹 통진은 민주당을 대신 몸빵으로, 
 주장만 하고 책임을 안 진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거든요. 이번에도 좀 그런것 같아요.
 몇몇 글을 보고 느낀건데 통진당의 당의 핵심이 당선이 되고 의석이 늘어서 기쁠 수 있겠지만, 
 사실 초상집에 부주 많이 들어왔다고 기뻐하는 격 밖에 안된다고 생각해요. 
 심상정, 노회찬 존경하고 (특히 심상정 의원의 삶은 정말 존경) 역량도 있다 생각하지만, 
 실제 중요한 것을 이룰 때는 스타의 몇개 작품이 아니라 의석수일 수 있거든요.

 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명백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둘다 똑같다는 말은 두군데서 나와요.
 하나는 새누리당의 논리, 하나는 통진의 논리. 통진은 그 말이 자신과 민주당을 차별화 해서 1~2%
 당리를 취하는 데는 유리할 수 있겠지만 그 말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말인건 모르나봐요.

 그냥 현장에 있을때 느낀건데, 구 민노 운동권은 자본가와의 대립이나 투쟁의 완수, 미국 패권주의 철회
 라는 결과에는 관심이 있을지 모르지만 과정에 있어서의 개인의 권리라거나 민주적 절차에 대해서는 
 민주당 보다 못한 면을 많이 봐왔어요. '일사 불란함'을 오히려 느꼈죠. 그 부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구호로는 외쳐도 삶 속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둘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똑같다는 말을 할 수 있겠지만요.
 구습을 타파하려는 내부 비판자에게 '뉴라이트' 니 '프락치' 니, 개인의 희생은 승리를 위해 아예
 당연히 여기기도 하구요.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소모와 희생이 싫어서 떠나는 사람에게 
 '변절자' 니 ' 회색주의' 니... 조직의 대오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래서 정진후사건(?) 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민주당이 전략을 잘못 짠 건 맞는데, 필요이상으로 민주당이 두드려 맞고 죄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필요이상으로 무능의 이미지도 덧씌워지고 있구요. 참여정부때 한 일이
 '노무현' 이라서 한 일 도 있겠지만, 노무현이 아니었다 해도 '민주당 정부' 라서 할 수 있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민주당 그분들... 언론 노출이 안 되어서 유명한건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온 이름 없는 분들도 많아요. 더 해달라고 하면 욕심이겠지요. 
 사람 마음이 그렇지는 않지만, 비판하되 너무 욕하진 맙시다.

 나는 그래서 대표단 합의로 일사 불란한 통진당보다는 대의원, 지역위원장, 원내대표단 협상
 그리고 마지막에 최고위원회 재가로 가는 매일 시끄러운 계파싸움의 민주당도 마음에 들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오너로 있었던 삼김정치의 모습이, 정말 민주주의 사회의 민주정당이었을까요.



 * 요약 
 안그래도 언론장악 당한 판국에 이슈 파이팅은 중도층에 대한 확장이 힘든 통진당이 제안한 이슈를 써놓고
 욕은 민주당이 무능하다고 다 먹고있는데, 실리는 통진이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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