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여름이 왔어. 정확히는 여름이 아니지만 적어도 더운 것은 비슷한 것 같아. 여느때보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는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을 떠올리게 해.
원래 자기 생일 때, 반지와 함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자꾸 생각이 많아져서 미루다 보니 이제야 다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 사실 그때도 편지를 썼다가, 혼자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급하게 짧은 글을 쓰고 말았거든. 요즈음 자기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루지 말았어야 했음을 알았어
만인에게 친절한 사람. 모두에게 다정한 사람. 맞아. 내가 생각해도 내게는 일종의 좋은사람 콤플렉스 같은게 있는 것 같아. 남들과 부딪히거나, 갈등하는 것이 싫어서 내 자신의 본심은 어디론가 숨기고 그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어쩌면 그런 나이기에 보다 직설적이고 감정에 솔직한 네 모습이 더 예뻐 보였는지도 몰라
가끔은 포장된 내 모습들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나의 민낯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싶기도 해 그런 나 때문에, 그 예쁜 눈에 눈물나게 한 적도 있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받은 날도 있었지 미안해. 그런 사람이어서.
그래도 있잖아. 나에게 화를 낼 지언정, 바로 잡아주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는 걸. 어리숙한 모습,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민낯을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밖에 없다는 것을 점점 깨닳고 있어 가끔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곤 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의 내 삶에 자기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자기는 예쁘고, 똑똑하고, 애교가 많고 귀여운데다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들은 멋지기도 해 내가 어디서 이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겠어? 많이 고민하고, 많이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이야 나는 내 감정을 충분히 알고 있고, 내 생각이 분명 옳을 것이라고 믿어.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나선 가깝다고 생각했던 거리가 점점 멀다고 느껴져. 아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기가 앉아있던 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허전한 것 같아
너무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너무 똑같아서 힘들고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너무 달라서 힘든 법이라고 해. 자기와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고 생각이나 습관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 고집만 부리거나, 변화의 가능성조차 닫아두고 있지는 않아 나는 분명, 우리는 분명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앞으로 하나하나 극복해야 할 것도, 해결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알아 그렇지만 어떠한 문제가 있더라도 대화로 잘 풀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기의 결정이, 생각이 나와 같다면 말이야.
나는 자기가 내 삶의 일부가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에게서 자기만의 장소를 찾기를 바라. 앞으로는 자기에게만, 다정하고 따뜻한 그런 사람이 될게.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기도 합니다” 라는 인도의 격언이 있어. 우리가 어떻게 시작했든, 어떻게 만났는지 보다는 함께 바라볼 풍경과, 함께 들을 음악과, 함께 지낼 시간들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 함께.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기차가 어디로 갈지 같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