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입니다. <문어 가족>
문어 가족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엄마 아빠가 말했어요.
너희도 이제 일곱 살, 네 살이 되었으니 집을 떠나 살거라.
그날 밤, 동생은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마구 울었어요.
누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자지 못했답니다.
그날 밤, 엄마 아빠도 아이들 걱정에 잠이 들지 못했어요.
다음날 아침, 누나와 동생은 가방과 망원경을 챙겨 아침밥을 구하러 떠났어요.
겨울이 되어 눈이 오는 날, 엄마 아빠는 창 밖을 보며 아이들을 걱정했어요.
누나와 동생은 너무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따뜻한 차를 마셨어요.
다음날 눈이 그치자 누나와 동생은 친구들과 신나게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어요.
누나와 동생은 스무살이 되었어요.
할아버지가 되어 돋보기를 쓰게 된 아빠와 털실로 스웨터를 짜는 할머니가 된 엄마를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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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유치원 자유시간에 책을 만들어 오는데 이 이야기가 저한테는^^ 흥미로워서 올려봅니다.
급하게 그리느라 종이도 허접하고 채색도 잘 안됐지만,
부모와 분리를 준비하는 일곱 살이라 자기 얘기를 잘 녹여낸 것 같아서 대견하더라구요.
용감하고 씩씩하게 분리를 준비하고 있구나 싶어서요.
병렬식 화면 구성이나 신나는 눈싸움 장면에선 구성방식을 깨는 것도 넘 좋고,
늙은 부모를 표현한 것도 좋고, 슬픔과 즐거움, 씩씩함 등이 들어있는 것도,
무엇보다 자기 성장 단계를 이렇게 담아내는 게 신기했어요.
제 자식이라 객관화가 안 돼서 그렇겠지만요. ^^
아직 글씨도 읽을 줄 모르는데, 그림은 참 좋아해요.
앞으로 어떻게 그림을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림 문외한이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