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내 고소하도록 바스라진 비석 앞 몇 년 전까진 온갖 잡풀만 앉았을 자리엔 토끼풀이 터를 잡고 삼년상을 지내고 있다 귀천(歸天)의 아뜩함마저 들부셔 나가 시체처럼 나뒹구는 낡은 비석 조각 위에 이년 반을 꼬박 지냈다던 토끼풀마냥 사글세조차 없이 떠돌았던 그도 여기 와선 단 한 번 쫓겨난 적이 없다 한다 인적 끊긴 시간만큼 부풀어 오른 무덤은 그나마 머금은 향내도 모두 토해냈다던데 토끼풀내음 물큰, 그 고독을 대신했던 건 그저 네잎의 요행이었을까 그러나 여섯 식솔 딸려 있었다던 그의 생애는 가까스로 두잎만 노박혀선 가난은 여기 토끼풀처럼 떠나지 못했다던데.
만일 토끼풀에도 눈물이 있다면 누구도 살피잖은 무덤 차라리 찾지 못하게 소금바다 위 섬으로 남을 수 있었을거라 연민 한 점 조심스레 자금거리고 있을 때 펀뜻 숨어 들었던 그림자 세차게 일어 흐드러진다 그의 저승길에 눈바래기로 피어날 듯 토끼풀이 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