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예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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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반전,
충분히 예측가능한 반전,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흐름을 짤막히 섞어놓는 기교..
이상이 다시 환생했을까?
기형도의 글은 마치....
밋밋한 대리석 판에 꼼꼼히 박혀있는
수만가지 민무늬의 얽힘 같습니다.
기형도의 시는 저를 항상 겸손하게 만들더군요. (다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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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왔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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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시절은.....
생각하면.... 無... 였다.
무엇이던지 할수 있는 無,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눈앞에 놓인 40이란 숫자를 두려워하지 않을수 있었다.
정작 미래를 지배하는 건 과거일까?
"대학시절"
단지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10줄 남짓 글로서,
기형도는 내 과거의 1/3을 회상시켰다. (다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