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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오유 소설] 안 생겨요 - 프롤로그
게시물ID : humorstory_2901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픈태양
추천 : 0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4/18 22:31:35
아침의 공기와 오후의 공기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요하는 아침에는 공기의 흐름조차 가볍고 재빠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흐름은 눈에 띌 정도로 느려진다.

그리고 오후 세 시가 넘어가면 그 공기들은 차분함을 넘어서 무거운 침묵 속으로 스며든다.
공기의 흐름조차 없어지는 무한한 바닥 상태.

난 그 시간에 일어난다.

어두운 방에서도 시간을 알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공기의 흐름 덕분이다.
집에는 네 명이나 되는 식구가 있지만, 아침에 나를 찾는 사람은 없다.
그저 그들이 흔들어놓은 공기가 차분해질 때쯤 나는 잠에서 깬다.

뒤집어놓은 알람 시계를 뒤집어 시간을 보면 어김없이 바늘은 세 시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든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만족감이라고 할까.

포털 사이트에서 야구 중계하는 것이 내 일이다.
야구는 6시 30분에 시작하는 게 보통이니 3시에 일어나는 건 결코 게으른 게 아니다.

시간과 관계없이 경기당 2만원. 연장에 가면 3만원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경우는 5회를 갓 넘긴 강우 콜드 게임.
가장 나쁜 경우는 그냥 무조건 긴 경기다.
잘만하면 한 달에 40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

3시에 일어나서 노트북을 챙겨 들고 TV 앞으로 가서 앉는다.
이것도 일이라고 방 구석에 굴러다니던 좌식 책상 하나가 거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중계를 준비한답시고, 여기저기 게시판을 돌아다니는 것이 이 일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그 때 그 댓글을 발견했다.
아무도 관심 없던 나의 중계에 내 이름이 써진 응원글.

‘캐스터님 중계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홧팅 >.<!’

그 때 그냥 가벼이 넘겼어야 했다. 
하지만 나의 팬이 보낸 첫 번째 응원글을 나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글을 클릭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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