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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예찬 (2) - 專門家 -
게시물ID : readers_279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뎀벼
추천 : 0
조회수 : 2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07 16:27:01
專門家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끼우면 되지
마음껏 이 골목에서 놀렴
 
유리를 깬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이상한 표정을 짓던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곧 즐거워했다
견고한 송판으로 담을 쌓으면 어떨까
주장하는 아이는, 그 아름다운
골목에서 즉시 추방되었다
 
유리담장은 매일같이 깨어졌다
 
필요한 시일이 지난 후,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충실한 그의 부하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유리담장을 떼어냈을때, 그 골목은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곳임이
판명되었다, 일렬로 선 아이들은
묵묵히 벽돌을 날랐다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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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雨)가 옵니다.
차가운 비(雨)가 옵니다.
딱딱한 내 마음에 터져나는 방울을 튀기며 비(雨)가 옵니다.
 
올해 겨울은 몹시도 추웠지요?
 
오늘이 늦은 2월의 시작이건만,
어찌하여 이리도 춥단 말입니까.
 
떨어지는 비(雨)를 맞아보니,
유난히 추웠던 올해 겨울이 더욱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앙상하게 떨고있는 길옆 가로수에서,
끼니를 잇지 못하는 노숙자들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한때 나도 집을 나가 길거리에서 잔적이 있었지요.
보름을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간 적이....
 
그리고 알았답니다.
뼈를 에이는 추위보다 더 추웠던건,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얼음같은 눈빛이었다는걸...
 
그리고 그것은,
덤으로 느껴지던 조롱이었다고....
 
비(雨)가 옵니다.
혹시, 이 비(雨)가 유난히 추웠던 올해 겨울을 마감할런지요. (다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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