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적 기억이 비교적 뚜렷하고 많이 남아있는편입니다. 한돌 되기전의 기억도 가끔씩은 나거든요.. 그래도 제일 강하게 남아있는건 붉은 불빛이네요. 간혹, 아버지께서 술에 취해 늦는밤엔 엄마가 절 작은방에 재우셨어요 그방은 형광등이 나가서 빨간 불빛과 초록 불빛만 켜졌었습니다. 그리고 그 빨간 불빛 안에서 잠들게 되는날은, 아니 잠들진 못했습니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그리고 그저 큰소리도 못내고 아버지가 어떠한 일을하던 그냥 당할뿐인 어머니...
그냥 늘 그랬었습니다.약 3세부터 7살까지의 기억인것 같아요... 아버지가 끓는 주전자를 집어던져도, 다른여자가 있는걸 알아도, 그저 어머니는 바보같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말이죠..
어머니는 절 낳고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되셨다고 했었습니다. 그저 모든게 제 기억에 따른 추측과 어머니가 마지못해 쓰신 가계부사이의 글 그리고 친척들의 조롱거리속에서 따온 사실들이 다입니다.
단한번도 아니 어머니는 그러한 얘기들을 늘 피하셨으니까요..
적어도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섭게 몰아붙이면서 아들하나도 낳지 못하는 계집이라고 하는말에 그것이 그냥 제탓인것 처럼 느껴지기만 했었죠. 내가, 내가 남자아이였으면 다 괜찮았을까...?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조금은 주눅이 들었었지만, 그래도 어릴때 저는 활발했다고 하네요.
무섭지만 그래도 조금은 행복하단 생각이 들때는 있었거든요.
그치만 그것도 얼마 안가 부모님은 이혼을 결심하셨습니다. 아니 말이 그럴뿐이지요. 법적으론 별거정도 일까요.. 아버지는 다른 여자가 있었고 그여자는 저와 엄마가 집을 나올때쯔음 임신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혼을 요구했고 어머니는 그럴수 없으시다며 그 여자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버지 호적에 오르고 행복하게 사시는건 볼수 없으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제 의사를 물으셨었죠. 넌 누구하고 살거냐고... 5~6살정도 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랑 사는게 그래도 나을거라고 하셨고 아버지는 뭐,,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따라가길 바라셨었습니다. 그냥 그 분위기가 그 숨막히는 공기가 싫었던 저는 그래도 엄마따라 갈거라며 어머니 손을 놓지 않았던 기억만 납니다.
그리고는 그저 그냥 아무것도 없이 저와 어머니는 이곳 저곳을 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친구분 댁부터 여기저기... 지금 생각해도 어느쪽을 따라야 할지는 정하지 못하겠네요...
어머니는 자존심이 세셨어요. 적어도 그리나온 집(외할머니댁)으로는 돌아갈수 없다고 하셨었지요. 예전에 친척들앞에서 어머니 아버지 결혼식을 본적이 있다던 얘길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다른 이모의 결혼식을 잘못기억하는것이라고 하셨었어요. 뭐 말로 둘러대는건 어릴때 뿐이지 커가면서 호적등본이나 이러저러한 사진으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에 꽤나 반대가 있었고 제가 나고나서 4년이 지나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셨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왜그렇게 외할머니 댁에 가기 싫어했을까?란 의문이 풀리더군요. 그리 반대 했는데 이리될줄 알았다는 그런 외갓쪽 시선이 싫으셨던 거란걸...
그냥 아이 하나만 덜렁 데리고 나와 이곳저곳을 전전하고서는, 결국은 어쩔수없이 외할머니댁으로 들어가 살게 됩니다. 그게, 시작이었던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