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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구해줘도 감사함을 모르는 세상..
게시물ID : sisa_261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페라의도령
추천 : 14
조회수 : 58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6/12/31 13:36:16
아고라 펌입니다.

펀글입니다. 답답해서 다른 분들 생각이 어떠신지 궁금해 올려 봅니다. 

저는 개원의사입니다 
얼마전에 저희 병원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 말씀 드리기 위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지난 9월초순경 83세 할아버지가 병원 대기실에서 떡드시다가 
떡이 목구멍에 걸려 질식이 되었습니다 
주위가 소란하여 뛰어가보니 이미 온 몸이 퍼렇게 변한 상태라 
일으켜 세운 뒤 항아버지를 뒤에서 껴안은채 저의 양팔로 
배를 있는 힘껏 움켜쥐는 Heimlich 법이라는 응급처치를 시도했습니다 
온 몸이 파랗게 변한 상태로 거의 돌아가실 지경이었기에 
목구멍에 걸려 있는 떡 조각을 빼내기 위해 있는 힘껏 6-7회 정도 
똑같은 시술을 반복한 끝에 겨우 떡 3덩이를 빼낼 수 있었습니다 

숨구멍이 트인 할아버지는 그제서야 겨우 제정신이 조금씩 들어서 일단 119로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였습니다 

나중에 할아버지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여 병원에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니 
상태가 양호해 일단 응급실에서 퇴원한 뒤 다음달 오전에 외래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슴 엑스레이 검사 결과 갈비뼈가 하나 부러져 다시 그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당시 이것으로 이 사건은 다 종결된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보호자가 전화하여 어떻게 응급처치를 하였기에 갈비뼈가 
박살이 났느냐며 항의전화가 왔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을 때어이도 없더군요. 
하지만 보호자가 그 당시 상황을 보지 못했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일단 직원선에서 설명드려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10월중순경 의료보험 심사평가원의 의료급여(의료급여환자였음)지급하는 담당자가 와서는 그 환자가 종합병원에서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치료비가 
약 50여만원 되는데 이것을 저에게 지불하게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달 청구액을 지급할 때 50만원을 제하고 준다는 
확인서를 받으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 불만있으면 나중에 
이의신청하라는 말로 간단히 통고만 해버리고 가버렸습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갈비뼈 골절로 입원을 하게 된 것은 
제가 당시 응급처치를 잘못하여 발생한 의료과실이므로 제가 가해자가 됨과 
동시에 제가 진료비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정말 어의가 없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이 딱 이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심사평가원의 그 담당자에게 따졌고 
현재는 반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심폐기능이 정지 되어 있는 위급한 환자를 응급처치할 때 
교과서에는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의 힘으로 소생술을 시행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것은 그냥 슬렁슬렁해서는 응급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떡조각이 할아버지의 목구멍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해 온 몸이 퍼렇게 되어 
사망직전의 위급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숨구멍을 막고 있는 
떡조각을 꺼내는 것이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은 그 후 숨구멍이 트이고 
목숨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안정화 될 때 생각해야될 문제입니다 

만약 불이 나서 집이 타고 있는데 소방관이 불을 진압하고 집안에 갇힌 
사람을 구하기 위해 유리창을 깨고 불타는 건물안으로 들어가서 
사람을 구했는데 나중에 다 정리가 되고 나서 왜 창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고 박살을 내고 들어가서 구조활동을 하였느냐고 따지는 것과 똑같은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절대절명의 응급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일단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작은 문제들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소방관에게 사람을 구할 때 절대 기물을 파손치 말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피해 줘본 일이 살아왔지만 
정말이지 이렇게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고 보따리 내놓으라는 소리를 
듣기는 처음입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응급소생술을 시행하다보면 이번 일과같은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시술한 사람에게 그러한 결과까지 
책임을 묻는다면 그와같은 응급상황에서 누가 선뜻나서겠습니다 

이 할아버지의 경우는 갈비뼈 하나 부러지는 정도였지만 
만에 하나 가정을 해서 소생술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소생술을 잘못해서 돌아가셨다라는 소리를 듣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소방관에게 기물을 파손하지 않고 인명을 구하라고 하고 
화재과정에서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그 책임을 소방관에게 묻는다면 
과연 어떤 소방관이 위험을 무릇쓰고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겠습니까? 

얼마 전에 티브이 오락프로방송중에 유명 성우분이 떡을 급하게 먹는 게임을 
하다가 목에 걸려 식물인간이 되었고 결국 사망한 일을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만약 그 자리에 제가 할아버지에게 시술했던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성우분은 어쩌면 죽지 않고 살아서 
지금도 티브이에서 그 좋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지 모릅니다 

만약 생방송중에 그 숨이 막힌 성우분을 방청석에 있던 누군가가 
제가 사용한 응급처치법(하임리히)을 사용해서 가까스로 살렸는데 
나중에 보니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다면 그 성우분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분에게 갈비뼈 골절에 대한 치료비를 물어달라고 할까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런일이 일어 났네요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이번 일로인해 저도 많이 위축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길을 가다가 이와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전처럼 
자신있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 할아버지가 갈비뼈 하나만 부러지고 그 비용만 물어달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만약 더 큰 합병증이 생겼거나 만약 할아버지가 소생하지 못하고 죽었다면 
제 인생은 끝장났겠지요 
정말이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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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하임리히법이란 영화 '미세스다웃파이어'에서도 나온 건데 목에 뭐가 걸려서

기도를 막고 있을 때 명치부근을 뒤에서 안고 힘껏 압박하는 방법입니다.

근데 영화처럼 하면 안나오고 정말 갈비뼈가 부러지게 압박해야 겨우 튀어나온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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