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 자료에 병아리 관련된 만화가 있어 재미있게 보다가
문득 저도 25년 전쯤 국딩 시절 병아리를 키우던 기억이 있어서
그리고 그 병아리가 다른 병아리와는 좀 특이하게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쳐서
혹 병아리에 능통하신 과게님들에게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국민학교 앞 문방구에서 삐약 삐약 하는 소리에 홀려
트라이앵글 사야될 돈 300원을 그냥 병아리 세마리 사는데 질러버렸죠
1호는 밖에서 모이 먹다가 하수구에 빠졌고
2호는 밤에 잘때 상자 안에 넣어 놨는데 탈출, 운 나쁘게 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왔는지
다음날 처참하게 압사.....
그리고 제가 지금도 궁금한 3호... 다른 병아리들과 매우 다른 성장 과정을 거쳤던 3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단 매우 사교성이 좋았습니다. 저도 잘 따르고 우리집에 기르던 똥개 촐랑이도 잘 따르고
꼭 잘때 되면 똥개 촐랑이 품에 파고들어가 자거나 아니면 제 이불 속에 들어와서 자던 녀석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 손을 매우 많이 탔어요
특히 어릴때 부터 점프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서 처음에는 허벅지 위에서 점프 점프
좀 더 크면서 손에 들고 있으면 손위에서 점프 (국딩때니깐 대략 1미터 높이쯤)
나중에는 옥상에서도 거의 활공 수준으로 비행 및 착지까지 가능했습죠
근데 이 병아리 생김새가.... 똑같은날 구입했던 동네 친구집 병아리 3마리는
세마리 다 거의 중닭 수준까지 자랐는데
벼슬도 살짝 올라오고 덩치도 상당히 커졌고
그런데 이 3호는 계속 병아리 모습 그대로(그래서 아직도 닭으로 기억하지 않고 병아리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날개가 정말 남달랐습니다.
옆집에 중닭정도까지 자란녀석도 날개 끝부분 큰 깃털 두개를 제외하면 거의 솜털 수준의 작은 깃털들이었는데
이 3호 녀석은 생긴것도 크기도 완전 병아리인데 날개는 진짜 커다란 깃털이 빼곡히 박혀있고 펼치면 독수리까진 아니지만
최소한 참새 보단 훨씬 크고 비둘기보다는 좀 작은 정도? 까지 날개가 엄청나게 자랐어요
3호 자신도 비행을 즐기는지 항상 높은곳에 자기를 올려놓길 바랬고, 동네 축대 위에 올려 놓으면 점프! 활공~!
그리고 내려가면 다시 올려 달라고 삐약 삐약~!
.
항상 후크선장 앵무새마냥 어께위에 올려놓고 나가고
동네 공터 축대에서의 비행쇼..... 거의 동네 스타였었죠
불행이 아랬집 미친개한테 물려 죽기 전까진 우리동네 최고의 인기스타였는데......
만약 그때 죽지 않았다면 3호는 날 수 있었을까요?
후천적 노력으로 닭이 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혹 아빠가 닭이 아니었을 수도 있나요?
쓰고 나니 궁금함 보다 그리움이 더하네요.
어릴쩍 이사와서 친구도 없이 소심하게 지냈던 나를 단박에 동네 스타로 만들어준 고마운 녀석인데....
많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