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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써보는 이세계물 - "무적용사인줄 알았더니 이세계인"
게시물ID : readers_280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요
추천 : 0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20 02: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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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둠의 딥다크한 지하의 마성.
평소라면 베리스트롱한 데몬급 악마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불과 피의 붉은 향연을 벌였을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검은 색과 푸르스름한 보라빛 액체가 사방에 흩뿌려져 아트페인팅을 방연케 하고 있다.

그렇다. 매우 강력크한 용사가 드디어 마왕성에 돌입.
순식간에 마왕의 성문 앞까지 도달! 강함! 압도적 강함!!
그 앞을 막는 존재는 모두 갈기갈기 찢겨져 지옥의 풍경을 더 그로테스크하게 만들고 있다.
"술렁~술렁~~ 술렁~ 술렁~~"
마왕성에 쳐들어온 용사를 요격나간 마물들이 동요하고,
여기저기서 "크윽... 크으으윽"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성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왕.
그러나 인정사정도 없는 그에게 부하들의 생명 따위 어찌되든 알바 아니다.
그들은 그저 용옥 7개를 모아 살리면 되는 존재일 뿐!
지금은 오직 용사를 조금이라도 지치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이용 대상일 뿐인 것이다.

'용사의 움직임을 1각이라도 더 눈에, 머리에 새겨넣는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둔 마왕은 단 한 순간도 용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랄까?
빠득! 하는 층간소음급 저음이 머리통에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발바닥으로 레고를 밟았던 그 고통이 새끼 발가락이 가구 가장자리에 충돌했을 때의 고통이 삽시간에 몸 전체로 퍼져갔다.
마왕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와 있는 또 하나의 용사로 고개를 돌렸다.

"너놈, 리(理)와 기(氣)를 모두 이세계로 불러들인 것이냐?"
마왕은 왼 손으로 가슴에 반쯤 꽂혀있는 칼을 쳐내고 동시에 오른손으로 강력한 화염을 쏟아냈다.
그 화염의 빛이 일순 세상을 모두 백색으로 채웠고, 방금 전까지 용사가 있던 자리는 물론 왕성의 절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신, 이 악독한 자식!!"
이미 통증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다. 정신조차 혼미해지는 상황.
그 울분을 토해내듯 마왕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왕!!"
그의 앞에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저 아래 마왕군들을 상대로 칼부림하는 용사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것은 이동도 환영도 아닌 용사. 용사가 둘 인 것인가?

"으아아아아!!"
마왕은 비명과 함께 공포에 휩싸인 화염을 재차 뿜어낸다.

"신의 주사위 놀음에 죽을 순 없다!!"
수십번 화염을 쏟아내 마왕성의 수문을 지키는 마왕군이 잘짤린 돈까스처럼 칼질나고 나서야 마왕은 멈췄다.
그리고 멈춘 그의 앞에 용사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그의 피, 그의 육신, 그의 동정...

바닥에 드러누워 간신히 호흡만 유지하는 마왕 곁으로 용사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선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마왕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걸치고 있는 이것, 저것 하나하나 벗겨내기 시작한다.
용사가 마왕의 몸을 뒤적거려 돌아가자 그는 피가 한웅큼 튀어나오며 괴롭게 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난... 아직..."
기도가 콧물로 막힌 것처럼 피로 막혀 간신히 쌕쌕 거리며 호흡하면서도 마왕은 말을 잇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직 죽지 않는다고 마왕. 일단 당신 아이템을 다 챙겨야 귀속아이템이 안없어지니까 말야!"
용사가 이것저것 입어보거나 팔에 차거나 하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와 기는 이세계와 현실의 연결. 그 둘이 다 이곳으로 와버리면 현실로는 다신 돌아갈 수 없어..."
"걱정말라고 마왕, 어차피 현실로 돌아갈 생각 없어."
똑같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용사는 대꾸했다.

"너도 그래서 이세계로 온거 아니야?"
용사는 의아한 눈빛으로 마왕을 쳐다봤다.

"그래...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마왕은 용사를 쳐다보며 크큿~ 이건 몰랐지 하는 표정으로 악의에 찬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곧 너의 확률은 이세계에 맞춰진다... 크킄"
하지만 용사는 뭔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리둥절해하자 마왕은 다소 답답하다는 듯 상승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점점 이세계인처럼 될거라는 뜻이다. 바보같은놈."
"뭣이? 그게 무슨 소리야!?"
황망스러워하는 용사의 표정을 보며 마왕은 만족한 듯 미소를 띄우며 죽었다. hp가 0이 됐다.
하지만 이세계에의 죽음은 현실로의 복귀 그의 육신은 빛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세계인이 된다는건 무슨 뜻일까?'
용사는 +9 마왕의 망토, +8 마왕의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사라지고 엔딩을 목도한 게이머의 심정으로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걸어온 길의 회상에 잠겼다.
특히 이세계로 오자마자 레벨 1일때 마왕을 만났던 순간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 마왕자식. 아무리 이세계로 온 게이머라도 레벨1인데 죽이러 오는건 너무하잖아.'
생각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제는 그런 공포도 고통도 없다. 그야말로 본인은 마왕을 쓰러트린 이세계의 용자.
앞으로는 창창대로, 꿈과 희망, 세계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시간만 있을 뿐.

'어머~ 용사 진짜로 마왕을 죽인거야? 대박사건~'
회상 중에 갑작스런 목소리에 움찔했지만 용사는 익숙한 목소리에 대꾸했다.
"그래 신, 니 말대로 이기야! 현실의 나와 이세계의 내가 합쳐지니 엄청나잖아 이거!"
용사는 약간 머리를 상향 15도 정도 전방에 함성을 외칠 듯한 각으로 잡고 전형적인 텔레파시 하는 자세를 취했다.

'당연하지! 한 세계에 둘의 자아라니 그런거 이상해져 버린다고!'
"말하자면 버그 같은건가?"
'버그가 뭔데? 그것보다 중요한거 얘기해주려고!'
"마왕도 쓰러트렸는데 중요한게 뭐 있다고... 뭔데?"
'이제 안정화가 되었어. 그런고로 그만 죽어줬으면 해~'
"뭐..뭣?"

용사의 단말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방금 마왕이 쓰러져있던 자리에 용사의 육신이 무너져 내린다.
'이세계인은 컨트롤 가능이거든~ 근데 너 너무 강해졌잖아~ 죽일 수 밖에~'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이상한 목소리가 용사의 자리에 메아리친다.
'역시나 죽었구나~'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이상한 목소리가 용사의 자리에 메아리친다.



용사는 죽었다.
띠링~ 용사의 스킬 [죽음에서의 부활]이 발동되었다.
"쿨럭!"
용사는 물마시다 체한 사람처럼 기침질을 하고나서 숨을 가눴다.
죽기 전에 벌어진 상황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는 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분명히 레벨1에 마왕을 맞닥드렸을 때 구해준 것도 신이었다.
그리고 이세계의 시스템을 가르치고, 레벨업을 지도하였으며,
마지막에는 현실의 자신을 강제로 소환해 [슈뢰딩거의 고양이] 스킬을 습득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그였다.
그렇게 "모든 확률을 제어할 수 있는 스킬"을 얻고 나서야 마왕을 간신히 쓰러트릴 수 있었는데...

'그 결과가 이것인가...'
용사는 마왕을 쓰러트리고 나서 얻을 환락에 젖은 미래를 상상해봤다.
'이세계에서 조차...'
미래, 마왕과 싸우는데도 혼자 와야했던 자신이 유일하게 가졌던 꿈.
그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절망감이 용사를 엄습했다.
그렇지만 무서워서 비명조차 지를 수가 없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전장의 열기가 승천해 불러온 비구름이 마왕성에도 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차갑게 식어가는 몸을 움츠릴 뿐, 그의 사고는 이제는 아무 데도 돌아갈 곳이 없다는 지점에서 멈춰버렸다.


"네놈이 마왕을 쓰러트린!!"
빗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음영의 존재. 그리고 공간을 가르는 그림자가 용사를 덥친다.
쿵! 둔탁한 타격음이 빗 속으로 퍼진다. 그러나 용사는 충격에 반작용을 할 뿐 그 이상 미동도 하지 않는다.
 
"대답해라! 네놈이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냐!"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다시 그림자가 선명한 선을 그리며 용사를 가격한다.
용사는 그냥 죽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마왕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더 서글퍼졌다.
"미안."
짧은 사과에는 용사의 회환이 담겼다.

"그러냐..? 그렇다면"
용사는 더 말하기도 귀찮아 눈을 감아버렸다. 치려면 쳐라, 그냥 죽는게 나을지도...

"이제 네가 마왕이구나!"
'뭐?'
그 어둠의 존재는 뜻모를 소리를 하고 용사의 지친 정신과 육신은 그대로 끊겨버렸다.



<< 프롤로그 >>
이세계로와 그야말로 신의 사자로, 신의 사랑을 받으며, 마왕을 격퇴한 용사.
그러나 행복했던 그 시간은 마왕이라는 숙적을 제거하기 위한 신의 시나리오.

신의 꼬드김으로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현실로 돌아갈 마지막 수단도 희생한 용사는 이세계인이 되어버리고...
설상가상 신은 이세계인이 되버린 용사의 강함을 두려워해 권능으로 죽여버린다.

죽은 줄 알았던 용사는 스킬 "죽음으로 부터의 부활"을 통해 살아나지만,
어째선지 마왕이 되어버렸다.



"으음.......여긴 어디지?"
빛조차 존재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 용사는 눈을 떳지만 보이는건 없고 건조한 공기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충분한 휴식 후에는 스텟 체크가 필수!

용사는 습관적으로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 종족 : 이세계인 ]
"진짜 이세계인이 되었네."
마왕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 직업 : 마왕 ]
"직업은 마왕이군!!?"
[ 레벨 : 1 ]
"레벨은 1...?"

그는 실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왜 꿈에서 깨지 않느냐는 제스처를 취해보이는 것... 용사는 뼈속까지 혼모노다.
하지만 그가 눈을 감은 것과 무관하게 스테이터스의 추가적인 내용이 그의 뇌리에 울려퍼졌다.
"최근에 습득한 스킬 : [마군 : 레벨1]"
"최근에 사라진 스킬 : [슈뢰딩거의 고양이 : 레벨1], [죽음에서의 부활 : 레벨 9]"


'이세계인이 되어선가..?'
저 두 스킬은 정상적인 세계라면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이세계인이 되버려서 없진게 아닐까?
용사는 추측했다. 하지만 아무 상관 없다. 어차피 신의 눈에 띄게 되면 죽는다. 어찌 할 방법 없이 죽는 것이다.
신과 함께하는 시간 동안 그가 이세계에 부리는 엄청난 권능을 목도한 그로서는 저항할 상상조차 감히 들지 않는다.
그가 죽으라고 하면 이세계인은 죽는다. 그것이 이세계를 마음대로 하는 그의 권능이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다시 한번 빠져드려가려는 찰나... 간신히 주변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용사.
손을 닥치는 대로 휘둘러서 주변을 탐색하던 그는 뭔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을 손 끝으로 느끼고
더듬어 무엇인지 형체를 머리로 그려본다.

"마와...앙~"
익숙한 고음에 놀란 그는 반사적으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용사 스킬] 빛의 오라!"
신성한 빛, 마치 태양과도 같은 광채가 그의 뒤통수에서 세상을 비춘다.

"꺄악!"
그 곳에는 그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게 해줬던 붉은 여자 형상을 한 무언가가 있었고,
빛이 괴로운 듯 두 팔로 빛을 최대한 막으려고 하는데 아마 시신경 쪽만 가리나보다.
아니 다른데는 뭐 다 보이는데...
그건 뭐 대충 참 좋은데 본 적이 없어서 글로 표현하진 못하겠고 그렇다.

정작 용사는 그런 적나라한 형상은 처음보기도 하고
한창 불끈할 나이라 바로 불순한 생각이 들어 그의 빛의 오라는 금새 꺼졌다.
당황한 용사는 급히 스킬을 다시 발생시키려고 하는데
"최근에 사라진 스킬입니다." 라는 기계음만이 그의 뇌리에 울려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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