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부라고 한다. 정통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한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진보의 미래'-노무현-동녘 P 79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진보의 정권이었는가? 제3의 길, 유럽의 진보주의를 기준으로 평가해 보자. 그래도 한계는 분명하다. 본시 그들의 좌표는 어디에 있었을까? 과거의 말과 이력을 살펴보자." '진보의 미래' -노무현-동녘 P 99
김대중 대통령은 서거 직전의 일기에서 자신과 노무현 대통령을 모두 진보 진영이라고 기록했다. 노대통령도 재임시절에 진보 논쟁에 가담하기도 했고 퇴임 후에는 유럽 복지사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이 의미하는 진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수구 세력과 이념적 대립각을 세우고 있음은 분명하고, 특히 민주주의와 남북화해의 진전이나 과거사 정리 등에서 진보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 다만 경제 정책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종잡기 힘든정책을 시행했다. 중상주의적 개발독재, 구자유주의, 복지주의,시장만능주의가 혼재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는 한국 자본주의가 개발독재로부터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처하여 서구의 발전단계를 압축하고 있고, 두 정권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으며, 경제 위기와 경기 침체를 타개하는 데 급급했다는 점이 작용했다. 게다가 남북한 분단이라는 우리 상황은 진보 이념의 확대를 제약하고, 따라서 주요 정치 세력 사이의 대치 전선을 서구에 비해 훨씬 오린쪽에 위치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김-노 정권의 실제 정책은 서구의 이념 스펙트럼에서 본다면 중도우파(중도 보수파)에 가깝게 된 것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한나라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지향성에서 본다면, 두 정권은 여건과 역량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한 개혁을 추구하고 있었고,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었다. 요컨대 지향성 면에서는 개혁,진보 정권인 셈이다. 하지만 정책 실행에서는 개혁이 불철저했고 진보성도 강하게 드러내지 못했다. 게다가 시장의 활성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과도해져 시장만능주의 정책이 취해지기도 했다. - 중 략 - 그래도 두 정권이 시장 내의 분배 과정에는 손을 대지 못했으나 시장 밖의 재분배는 상당히 개선해 나갔음은 인정해야한다. 김-노 정권의 개혁성과 진보성은 그들 이후 이명박 정권의 수구성과 보수성 속에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