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갯바위 걸터앉아 너랑 내 마른 세월 끌어 모닥불 태운다
야금하듯 적시는 포말에 하얘진 발목 담가 공중그네를 탄다
사장으로 흘러온 분광 괸 조개, 석화된 불가사리 꽃 따위 콕콕 세며
일 이 삼 그리고 사로 시작하는 말 혀끝에 실어본다, 영원히 잊지 못할 랑데부
오솔길 잇다 절벽 끝
별들의 궤적 곧이 든
파노라마 등대 한 폭
파도 소리 타고
달도 오셔
어쩜 좋으나
맞문 빛은 땅 하늘 가 경계를 녹여
꿈나라도 닿을 것만 같아서
지나치게 행복한 소원이 사뭇 사무치더라
곁에 있어도
그저 네게로 달리고 싶어
그토록 뛴다, 내 마음이, 영원히 잊지 못할 랑데부
저 등대와 달 좀 봐
서로가 초점이며
설렌 눈 뗄 구석 모르게
둘은 닮았지만
서로는 분명 서로인 법인 듯 그래
역시 난 처음 그대로
네가 여겨봐 준 나답게 널 닮아가고
너는 너답게 날 닮아주어도 좋겠다고
너 나 그리고
네 마음 내 마음 순서대로
일 이 삼 사, 랑데부 그곳 등대와 달처럼
서로다운 빛으로 마주쳐
세상 암흑 녹이는
그런 우릴 바라고 싶었다
지나친 소원을 바라선 잊지 못해
무심한 신을 믿느라 슬픈 삶인데
빌면 절대 이뤄지지 않는 징크스를 잠시
그 날 밤의 명암 짙은 쪽에 잊어버리곤
등대와 달 핑계로 또 빌었네
이 별에서 내가 다 미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