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군.
거주하는 존재를 약 870만 여종이라 분석하고
그 중 단독으로 지성을 자칭한 인간은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학습해 얻은 진화적 성과를
과학이란 속도전 수단으로 모방하니
개미의 토굴을 악의 없이 부수는 기계 문명이 상식과 규제보다 앞서 발달하며
결국 자연 치유력은 뿌리째 뽑힌 계기가 발생해
광합성이 남지 않게 된 적색 폐허의 별을 떠난
우주 속 정처 없는 방주인 바로 그 먼지 한 줌으로 묻겠다
식육목 스러진 흙 속에
씨앗 옴 트고
잡새 먹잇감 되는
벌레가 잎 갉듯이
영원한 포식자가 없건만
노화와 만족을 거부한 채
유전체의 정상 범주로 선택받은 육신을 망각하고
벼룩의 탄성을 이식한 공학적 다리나
초음파 감지 원리를 적용한 인공 달팽이관 등
본래 주어진 기관보다 활약 가능하다 본 보철물을 남용해
복수 개체의 유리함만 누린 욕망인 바로 그 먼지 한 줌으로 묻겠다
인간이여, 과연 우리가 조화로울 수 있는지 진실을 묻겠다
상식과 규제보다 지식과 살의가 진화한 이유는 무엇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