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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의 뻘짓거리들이란 글에 덧붙여... (스압)
게시물ID : readers_28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면답안지
추천 : 12
조회수 : 1528회
댓글수 : 85개
등록시간 : 2017/03/29 18: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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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게에 이어 쓰기엔 여기까지 오면 멘붕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 같아서,

가장 비슷한 게 어딘가 했다가 책게에 씁니다;;;;;ㅠㅠㅠㅠ


저는 어쭙잖지만 국어 및 국어사 관련 공부를 조금 하고 있는 되게 하찮은(;;) 사람입니다. 직업은 그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얕은 지식으로나마 그 글에 실린 몇몇 질문들 중 제가 몇몇 가지는 시정하거나 동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수정 가능한 부분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1. 일단 국립국어원이 일관성 없거나 병크 많이 터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닭볶음탕, 짜장면 건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 나라의 공식적 표준어를 관리하는 기관이지만, 문제점이 많죠.

 전공자들은 현재 어문규정에 당시 국어사 연구 부족으로 인해 만든 잘못된 규정이나 설명이 잘못되거나 정리가 잘못된 것 등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죠. (대표적인 게 이튿날 규정) 사실상 어문규정이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에 만든 것이다 보니 연구가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입니다.

다행히 많은 전공자들과 상당 수의 연구자들은 많은 규정을 (학교 문법도) 꼼꼼히 뜯어보고 문제점과 비판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걸 국립국어원은 쉽게 받아들이진 않습니다만ㅜㅜ ;_; 부분적으로 천천히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정말 천천히orz.

또한 국립국어원에 답변은 대개 대학원 조교들의 알바가 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각각 관점이나 알고 있는 바가 달라, 혹은 전문 분야에 따라 시기별로 답변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래저래 문제가 있는 답변이 올 때가 있거나 속시원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쪽 분야의 좋은(?) 알바라 하더군요)

 국립국어원의 SNS나 답변들은 결국 공식 답변이라 하기 애매하니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다만 또 한 가지, 사람들이 맞춤법이나 문법에 대해 오해를 하고, 일관성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는 것들 중엔

"교육"이 잘못되어서 생기는 오해들도 섞여 있습니다.

즉, 규정에 일관성이 없다거나 어떤 규정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거나란

 문제 제기 중 일부는, 타당한 의문 제기일 때도 있지만, 교육과 홍보가 잘못되어서 생긴 문제도 섞여 있습니다. (규정은 괜찮은 경우)

우리나라는 그 동안 주입식으로 무조건 이 규정을 외우고 이 표준어를 쓰는 게 맞다고 교육해왔습니다만,

실제 '문법'학자들과 문법공부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방식이죠.

'규정 다음에 우리말'이 생긴 게 아니라, 우리말이 먼저 있었고 그 이후에 나라에서 통일해 말한 규정을 정하는 식입니다.

어문규정과 사전에 수많은 규정과 예외들이 일관성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우리말이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언어의 역사성. 아시다시피 말은 시간이 흐르면 엄청 많이 바뀌고, 그 과정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변동되기도 합니다.

영어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불규칙 문법 규칙들이 있죠. 영어만이 아니라 모든 언어가 그렇습니다. "언어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체계가 아니고, 만들었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변동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현재 제기한 맞춤법 의문들이나 이해 못할 규칙들, 아니면 자주 틀리는 맞춤법들은 학자들 입장에서는 "언어가 바뀌는 모습"의 증명입니다. 이전에는 이해가 가던 규칙들이 더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해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 규칙은 이제 점점 힘을 잃어간단 뜻이거든요.

한국어는 예전에도 바뀌고 있고, 규칙 제정할 때도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고 있습니다.

어문규정에서 일관성 없거나 왜 있는지 모르는 규정들은, 규정이 먼저 생긴 게 아니라 '화자인 한국인들이 그 규칙 만들 당시에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그걸 규칙화해서 명문화했을 뿐'입니다.

 언어가 일관적일수록 게 더 좋은 언어?.....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식이면 불규칙활용과 온갖 불규칙 어근들이 난무하는 국어는 이미 충분히 별로인 언어 아닙니까....?  영어는 어떻고? 유럽어들의 그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불규칙들은 어떻습니까?

한글과 한국어는 다릅니다. 한글은 이상적으로 만들어졌으나, 한국어는 표준어규정과 별개로 충분히 일관성 없는 언어입니다. 문법이란 그 속에서, 그럼에도 내재되는 가장 큰 줄기를 찾아내는 과정이죠.

무엇보다 언어는 강과 같아서, 억지로 강을 파낸다고 다른 강 루트로 흘러내리지 않습니다....억지로 일관성 있는 공사를 하면 번번이 실패하는 게 언어입니다.


학교에서는 그 동안 이 부분을 명확히 가르치지 않아서...오히려 규칙대로 안 하면 틀리다!식으로만 가르친 게

이런 문제를 부추겼던 걸로 생각합니다.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향후 교육에선 이 점을 명확히 하고,

'당연히 규정이 변할 수 있다.'는 게 전제된다는 걸, 그리고 '말이 나고 규정 생겼지, 규정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란 걸 다시 한 번 박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어문규정도 만일 예산과 연구를 투자할 자원이 존재한다면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쪽이 돈 되는 사업은 아니라 지원은 잘 안 들어옵니다...워낙 대대적인 작업이 될 것이라 그런지 시작도 잘 안 된다고 하네요;;)

현재 문법 교육계는 아주 더디고 소수에 의해서지만 단순 주입식과 '무조건 따라라!'식이 아닌, 진정한 언어교육, 문법 탐구교육 연구의 걸음마를 떼고 있습니다. 향후 몇십 년 후엔 좀 더 나아진 문법 교육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 글은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은 동의하고, (병크 많은 거 맞습니다 ㅇㅇㅇㅇㅇ)

일관성엔 문제가 없는데 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덧붙이는, 그런 식이 될 것 같습니다.


 지적이라기보다는, 보강한다! 수정할 부분은 수정한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인 부분을 확인해 지지할 수 있는 부분에 격하게 지지한다!

 이리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집게"

 다시 말씀드리다시피 표준어에 일관성이 없는 제일 큰 이유는 언어의 역사성 때문입니다.

 과거 역사 표기가 있는 게 있고 그 편이 널리 쓰이고 있다면, 그 편을 채택하는 게 표준어입니다.

 그쪽이 더 전통성 있고 정당성이 있고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죠.

 마찬가지입니다. 집게가 집게인 이유는 이미 15세기 '구급방언해'란 책부터 '집게'라는 표기가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전통성, 정통성 면에서 집게가 더 우위에 있고 발음 차이도 크게 안 나므로 우선은 집게를 따르게 된단 점에서 표준어 선정에 일관성이 있습니다.



3. "쇠고기"

 현재 '쇠고기', '소고기' 모두 표준어입니다. 이 역시 언어의 역사성 때문인데요. 일관성 문제로 들긴 어려운 단어일 겁니다.

 사실 19~20세기만 해도 쇠고기는 큰 문제가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화자들은 이제 도무지 쇠고기를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죠.

 애초에 옛날에 쇠고기가 괜찮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중세 때, 무언가의 고기를 부르는 방식은 '~의 고기'라고 지칭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닭고기를 당시엔 '닭의고기'(아래아가 안 써져서;;; 대강 '달긔고기' 비슷하게 불렀습니다. ㅢ의 ㅡ는 원래 아래아)라고 불렀고,

 돼지고기는 '돼지의고기'(당시 돼지는 '돝'이었고, 그래서 '도틔고기'. ㅡ는 아래아)라고 불렀습니다.

 당시의 소는 '쇼'였습니다. 그래서 소 역시도 '소의고기'라고 불렀습니다. 아래아는 이런 경우 쉽게 탈락했는데, 그 결과 나타난 글자가

 '쇼ㅣ고기'입니다. 현대식으로 읽으면 '쇼이고기'라고 읽으면 비슷할 겁니다.


 이후 '쇼'는 역사성에 따라 '소'로 바뀌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표기는 '쇠고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발음상 쇠고기는 '소이고기'라고 보면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언어는 또 다시 계속 변화했습니다.


 먼저, 'ㅚ'라는 표기가 원래는 '이중모음'[oj] 소리가 났었는데,

 20세기 초반 처음 맞춤법을 만들려 할 때 현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모음으로 사람들이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현대 21세기 가까이 와서 'ㅚ'는 재미있게도 [we](IPA)라는 이중모음 발음으로 불리기 시작합니다.

 현대인들 중 'ㅚ'를 20세기 초반 사람들처럼 단모음으로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쇠고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발음이 되고 맙니다.

 예전이었으면 '소이고기'였는데, 그나마 단모음일 때도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완전히 소와는 동떨어진 '쉐고기'스러운 발음이 나고 있으니까요.


 즉, '쇠고기'가 우선적으로 표준어인 것은 실제 그 단어가 당시에 널리 쓰이기도 하고, 뭣보다 언어의 전통과 역사를 중시한 결정이었습니다만,

 1) 고기를 '~의 고기'라 부르지 않고 바로 '동물 이름+고기'라고 부르는 근래의 현대 화자들에게,

 2) ㅚ를 '오이'라고 하지 않고 'we'라고 부르는 현대 화자들에게,

 아득히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되어 버린 겁니다.


 때문에 국어학자들은, '쇠고기와 소고기가 지금 현대 시대에 와서 생존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과거의 법칙으로 형성된 쇠고기는 현대식인 소고기에게 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정말 많은 단어들이 이렇게 과거의 규칙과 현대 규칙 사이에서 싸우다가 한쪽이 패배해 사라지곤 해왔고, 지금 그걸 현대에 와서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단어라 할 수 있겠죠.


 표준어 규정을 가르칠 때 주입식으로 외우게 시키지 않고 이런 결정이 내려진 과정과, 틀리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향후의 변화 전망을 가르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런 연구가 사실은 진짜 '문법' 연구거든요.



4.며칠

 며칠이 표준어인 이유도 마찬가지로 역사와 전통 때문입니다.

 이미 16세기 초에 '며츨'이라는 표기가 번역박통사에 등장합니다.

 이후 '며츨'은 근대 시기로 넘어오면서 'ㅡ'가 전설모음화되어 'ㅣ'가 되고, 현대 우리가 아는 '며칠' 됩니다.

 

 근데 왜 이렇게 규정되었고 왜 이렇게 쓰는지를 다시 정리하자면...

 1)역사적 표기로 '며츨>며칠'이 널려 있어 정통성, 정당성이 강하고

 2)놀랍게도 사람들이 일관성 없게 그 뜻의 단어를 그렇게 발음해 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네이버 국어사전의 답변이 명확치 않고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지지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종류의 답변은 권위자가 하진 않습니다;;)

 애초에 '몇+일'이 안 된 이유는 '며츨'에서 출발해 바뀐 단어였기 때문이란 것을 먼저 들어야 했을 것입니다.


( 물론 발음상의 근거가 그리 틀리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몇+일'로 만들어진 단어가 있다고 하면, 원칙적으론 [며딜]...[면닐]로 발음되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먼저 우선할 건 역사적 어원이었어야 했습니다. )


 맞춤법조항에서 어원이 분명하지 않다고 나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칠'이 '일'을 포함하고 있는 걸로 왠지 '유추'되니까, (마치 많은 단어들 끝에 '~일'이 붙는 것을 보고 그리 생각하기 쉽죠!)

 몇 월은 [며둴]인데 이건 아닌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이러한 방식의 생각은 현대 국어 화자가 취하기 쉬운 오류입니다.

 현대문법에 따라, 현대의 단어를 기초로 다른 단어와 비교하다 보니 그리 생각해 버리는 것이죠.

 (현대만 그런 건 아니고, 중세와 근대에도 이런 식으로 당시 화자들이 당시 문법으로 과거 단어를 생각해 잘못된 유추로 단어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조선 왕실에서 만든 책조차도 15세기 과거 표기를 오해해서 나중에 당시 국어로 번역할 때 뜻을 바꿔서 잘못 번역하기도 해요ㅋㅋㅋ)

 안타깝게도 원래 ''이었기 때문에.... 대체 어디서 온 '을'이란 말인가??? 이게 분석이 되지 않아서,

'어원이 명확치 않은 경우는 역사 전통 따르고+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그리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정말 많은 현대 화자들이 며칠을 '몇+일'로 잘못 유추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계속 '몇일'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실제 발음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압도적으로 많아지면...

 며칠도 역사에 뒤안길로 천천히 밀려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5.사글세

 사글세가 채택된 제일 큰 이유는 '삭+월세'라는 명확한 한자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규정 정할 때 사람들이 하도 '사글세'라 했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역사와 전통성을 기본 바탕으로 하되, 사람들이 그렇게 발음하는 게 널리 인정되고 있으면 결국 그쪽 편을 들라고 있는 게 기본 규칙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예외적 케이스라서 아예 규정에서 별도 지정해 써 버린 셈이죠.

 이렇게까지 써버릴 정도면 엄청 "예외"인 경우만 규정에 씁니다. 다른 경우는 원칙을 지킵니다.

 이 경우는 거의 원칙 지키려던 노력이 패배할 정도로 '사글세'의 인기가 월등했던 케이스인 셈이죠.


 물론 널리 쓰는데도 채택이 안 되는 단어들, 다소 임의적인 패배(...)나 예외 기준 충분히 비판할 문제가 됩니다.

 열심히 국립국어원에 청원 넣으면 새로 추가되거나 변경되기도 하고 근래에 들어선 그 빈도와 횟수가 높아졌습니다!

 정말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많아진 덕이고, 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6.아내

 -우선 왜 '바깥애'를 안 쓰는가? 이런 논의는 불필요한 논의이며 일관성 차원이 되어선 안 됩니다. 사람들이 안 쓰면 아닌 겁니다.

 표준어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국어 화자'입니다.

 인위적으로 인기 없는 단어를 표준어로 만들어내는 것도, 의미를 만들어도 안 되고, 그런 경우가 있으면 비판받습니다...잘 아시다시피, 모두 병크라고 비판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일단 그 발음이 '바깥해'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안해'의 ㅎ은 '안'이 원래 뒤에 'ㅎ'을 달고 다니는 'ㅎ종성체언'이었기 때문에 있는 거였으니까요.

 즉, '안+해'가 아니라 '안ㅎ+애(조사)'로 만든 단어일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100%는 절대 아닙니다. 아직 명확히 분석이 안 됩니다.)

 만일 이 추측을 채택할 때...


 '바깥'은 비교적 17세기 정도 쯤에 그 비슷한 형태가 생긴 단어입니다. (어원의 시초는 밧ㄱ이고 이후 많은 별화를 거쳐) 

 근대에 와서 말이 바뀌어 바깥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근대엔 원래 있던 ㅎ종성체언들도 ㅎ도 사라져 가던 추세였습니다.

 바깥은 원래 어원이던 단어부터도 ㅎ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새롭게 ㅎ이 붙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다고 하면 현대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바깥애'를 들 수 있겠습니다.

 비교적 근대에 와서 '바깥애'라는 단어가 생기고 (안해에 의한 유추일 수도 있겠다고 봅니다)

 지금 노인층이 다소 알고 계실 순 있겠습니다만, 사람들에게 인기 없다면 당연히 안 쓰게 되겠죠.

 마치 쇠고기가 소고기에게 점점 패배하고 있는 것처럼요.

 이에 비해 '남편'은 역사도 깊고 인기도 많은 단어입니다.

 이미 15세기 월인석보에 '남성'을 의미하는 '남편'이 등장하고,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한 의미를 나타내는 유의어는 참 많습니다. 새로 생기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하고, 예전엔 딴 뜻이던 단어가 동의어가 되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 언중들에 의해 입에 착착 감기고 익숙하게 여겨져 살아남는 놈이 승자이며, 지는 놈은 사라집니다. 그게 단어의 생리이며 표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의 세계는 정글과 같습니다. 단어의 생존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 이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언중들 직관입니다.

 신생아였던 바깥애는 결국 남편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애당초 쓰는 계층이 아랫사람으로부터로 한정되어 있어 층위도 달랐고,

 역사 깊고 한자어인(고유어에게 한자어가 승리하는 경우가 조선 때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남편이 더 강했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원래 '남편' 혹은 '사내'의 의미로 15세기부터 널리 쓰이던 '남진'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 모든 싸움 결과 '부부 중 남자 쪽'을 가리키는 의미의 가장 중립적인 단어로서는 '남편'이 최후까지 승리했을 뿐입니다.


 네, 최종적으로 요약하자면 인위적으로 아내의 반대말과 대립어를 한자어 남편으로 일부러 결정한 게 아닙니다.

그걸 결정한 건 결국 조선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국민들의 언어 감각입니다. 국민들이 아내의 의미를 남편의 반대로 인식하고, 남편을 아내에 반대되는 층위로 인식한다면, 현대엔 그게 표준어가 되겠죠. 과거엔 아니었다 해도요.

 이런 점에서 이 부분을 일관성 없다고 비판하긴 어렵습니다. 비판 자체가 불가능하고, 도리어 원칙을 잘 지킨 부분입니다.

(애초에 사실, 이런 건 의미론이나 유의어, 반의어에서 연구하지, 표준적으로 딱히 지정하진 않았습니당)

 물론, 이 의견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원칙적인 경우엔 어원까지 돌이켜 반대말을 지정하고자 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현대에 치중하고자 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국립국어원에 질답만 해도 답이 뒤엉켜 있더군요. 전부 다 문법학계에서 논쟁 거리가 될 사안이겠죠.

 무엇보다도 '남편'이 앞으로도 영원히 승리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만일 '바깥'의미를 넣은 단어를 찾는다면 안주인과 대비될 '바깥주인/밖주인/외주인/밭주인, 바깥양반/사랑양반' 같은 단어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비록 한자어가 혼합되어 있습니다만

 이 단어는 올드한 어감을 주긴 하지만 아직도 생존해 있습니다.

하지만 안과 밖을 나누는 일이나 양반, 주인 같은 느낌이 꽤 올드해진 이상, 아마 언젠가는 더 약해질 수도 있을 거 같네요.

다만 이 단어들이 '아내'의 반대말이 되지 않은 이유는 '의미적으로 동일한 위계'가 아니기 때문이겠죠.

 반대말이라 함은 일단 가지고 있는 의미적 요소가 딱 하나 빼곤(이 경우는 성별 요소만 달라야 함) 같아야 하는데,

 저 위의 단어들은 '집안의 주인'이란 의미나 신분이 '아내'에 비해 하나 더 덧붙어 있으니까요.


 -거꾸로 남편의 반대일 '녀편'은 사라진 것도 재미있죠.

 정확하겐, 현재는 '여편네'라는 것으로 대신 흔적이 남아 살아있습니다만,

 꽤 중립적 높이인 남편과 달리 "낮잡아 부르는 의미"가 추가 되어 있어서 동일 층위의 반대말이 되지 못합니다.

 언중의 직관이란 참 일관성이 없죠?ㅎㅎㅎ


 -아내를 의미하는 단어 역시 역사적으로 많습니다. 妻(처), 마누라, 아내 등.

 겨집>계집도 있었습니다만, 이제 계집은 다른 뜻의 비속어가 되었죠ㅎㅎㅎ 이 역시 언어의 의미가 변한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쪽의 동일 층위 문제나..논란이 너무 많아서....

 어쨌든 안해 대신 아내 쪽을 채택한 것은 해설에 따르자면 역시 인기 때문입니다.

 (일관성 없다 지적한 부분이 타당한 쪽은 이쪽일 확률이 높을 거 같습니다)

 '<표준어 17항 해설> 약간의 발음 차이로 두 형태, 또는 그 이상의 형태가 쓰이는 것들에서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형태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다음 항의 복수 표준어와 대립되는 처리인데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려면 그 발음 차이가 이론적으로 설명되든가 두 형태가 비등하게 널리 쓰이든가 하여야 하는데, 여기에서 처리한 것들은 두 형태를 다 표준어로 인정하면 국어를 풍부하게 하는 쪽보다는 혼란을 야기한다고 판단되는 것이어서 단수 표준어로 처리한 것이다.'

 분명히, 이런 식으로 결정했다면 같은 경우에 인정할 표준어를 더 확실히 해야 한단 점!

 이 법칙의 일관성 잘 지키길 바라야 한단 점! 앞으로도 계속 인정할 수 있는 표준어를 인정했으면 한단 점! 분명히 맞다고 생각하고 동의합니다.


 -덤: 사실 왜 안해로 지정 안 했냐는 부분보다 '아내 쪽이 왜 최후에 살아남고 인기 있었나?'를 따지는 게 좀 더 문법학자스럽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제 추론은 1)ㅎ종성체언은 이제 사라진 규칙이라 왜 '안' 뒤에 'ㅎ'이 붙는지 현대인에겐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점.

 2)ㅎ은 공명음 사이에서 발음상 쉽게 탈락한다. 때문에 안해도 어차피 현재 발음은 [아내]니까, 사람들이 발음상 쓰는 걸 더 익숙하게 여기게 됐다.

 이런 점들이 아닐까...생각합니다.

 틀리든 맞든 이렇게 언중들이 왜 저 단어를 쓰게 됐나를 추론해 보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7. 두음법칙

 -이 규정은 일관성 문제가 아니라, 실제 일어나고 있는 발음 현상을 규정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규정 나고 말이 아니라, 말 나고 규정. 정확히 이걸 대표하는 부분입니다.

 이 규정이 마음에 안든다면 기성세대가 하던 말들이 마음에 안 드는 거랍니다orz 저도 마음에 안 듭니다....

 어쩌겠습니까. 남한 쪽에선 이렇게 발음하고 있었으니 이걸 표준어로 할 수밖에.

 '발음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데, 아마도 발음할 때 이게 더 쉽다는 경제성이나(확실히 발음이 '료'보단 '요'가 쉽긴 쉬우니까) 어감 문제나 무언가 모종의 이유로 화자들이 이렇게 발음하고 있더라...그러니 일단 이걸 정리해 보자.' 규정을 만드는 건 이런 순서가 됩니다.

 말은 합리적이지 않단 게 이거죠. 우리 새로 태어난 세대들에겐 너무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거나 일관성 약한 규칙들이 참 많죠...? 외국인들에게도 그렇고.

 하지만 당연한 겁니다. 이걸 억지로 시정할 순 없습니다. 왜 o가 mouse에선 '아'소리 나고 book에선 '우'소리 나고 bow에선 '오' 소리 나는지, 왜 이걸 파닉스로 경우를 나눠서 일일이 다 외우고, 심지어 가끔 예외까지 발생하는지? 답답한 신세대와 외국인들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원랜 이 지경까진 아니었는데 대모음추이 이후 역사적 변천 과정에 따라 그냥 그렇게 발음하더라;;;'뿐입니다.

 오히려 이 두음법칙 현상을 연구해 그 규칙성을 더 명확하고 선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내는 연구자가 있다면 이쪽 계열 스타가 될 자질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잇소리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추론이 난무하고 있습니다만 명확한 이론이 잘 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두음법칙은 시작이 언제인지부터 고대부터 시작해, 중세나 근대부터란 설이 각양각색으로...논쟁이 많습니다.

 다만 'ㄴ+ㅣ'계열이에서 ㄴ이 탈락해 버리고 '이, 야, 여...'로 바뀌는 건 좀 명확하게 말하기 쉽습니다.

 우리나라가 19세기 즈음 ㄴ뒤 ㅣ에서 ㄴ이 탈락해 발음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단어 첫부분에 있던 '니'들이 ㄴ을 상실해가는 양상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단어로 '님금'이 '임금'이 된 걸 들 수 있을 겁니다. 즉, 매우 역사적인 변천 결과 생겨난 법칙인 셈입니다. ㄹ이 ㄴ으로 된 후 탈락한 경우도 결국 이 영향이죠.

 원인? 글쎄요...이 역시 연구 대상이겠죠. 아마 밝혀내시면 역시 이 분야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외래어는 두음법칙에서 제외됩니다.



8.네가

 이 표기는 역사적으로 엄청 흥미로운 표기입니다.

이게 이상해 보이는 것 역시 역사와 상당히 관련이 깊습니다. 국립국어원 입장에선 전통성과 정당성 두루 갖춘 '네가'를 채택한 상태고,

 아직 '니가'를 채택하는 건 "너무 최근의 일이라", 또 "너무 특이한 현상이라" 바로 바꾸긴 좀 어색한 상황입니다. '너가'라면 가능성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15세기엔 주격조사 '가'가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대신 당시엔 주격조사 ''만 썼죠. 당시 이 조사는 '성조'가 있어서, 붙은 단어의 성조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즉, 지금 '네가', you are을 쓰는 표기가 당시엔 '네'였습니다. 발음은 '너이'였습니다. ('이'를 빠르게 읽는 이중모음)

 참고로 당시 '너의(=네)' 'your'을 쓰는 표기 역시 '네'였습니다. 발음도 '너이'로 같았습니다.

 그런데 성조가 달랐습니다!!!

 '네가'의 ':네'는 당시 상성, 즉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성조였습니다.

 '너의'의 '네'는 당시 그냥 평성, 평평하게 아래에 있는 성조였습니다.

 때문에 발음은 같았지만 성조로 둘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흘러 조선은 세계엔 전에 없던 특이한 현상을 겪게 됩니다. (물론 이 부분 역시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논쟁점입니다만)

 즉, 성조가 점점 약화되더니, 양란 이후 사라진 겁니다.

 이건 세계 언어사에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중국어에서 갑자기 성조가 사라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니, 가깝게 말하면 경상도 사투리에서 억양이 없다고 생각해 보시겠습니까?....워우...

(그래서 경상도가 중세의 흔적이라는 평이 많고, 그쪽 연구도 많습니다. 중세의 성조나 국어 문법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남아있거든요)


 성조가 없단 문제는 여러 문제를 일으켰습니다만,

'네' 역시 큰일났습니다. 이젠 발음상 you are 와  your이 구분이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주격조사 '가'가 생겨났다고,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가'인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며 연구 대상입니다.

 다만 그 양상이 특이하게, 16세기~17세기 최초 등장한 표기부터 '네가'를 취합니다.

 즉 '너'+ㅣ(주격조사)+가(주격조사)라는, 주격조사가 두 번 붙은 특이한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 문제는 '내가' 역시 마찬가지로 비슷한 문제를 겪고, 비슷한 이유로 '내가'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현대 국어에 정말 특이하게 남아 버렸죠. 체언과 조사가 만났는데 체언이 바뀐, 다른 현대국어엔 없는 형태가 되었죠.


 하지만 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뭐가 끝나지 않았느냐....

 15세기 중세 당시, '네'와 '내'는 발음이 완전 달랐죠. 앞의 건 '너이', 뒤의 건 '나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한 이중모음이었습니다.

 하지만 특이한 일이 발생합니다. 근대에 와서 'ㅔ'와 'ㅐ'가 더 이상 이중모음이 아닌 양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ㅐ와 ㅔ를 전혀 각각 다른 혀 높이의 발음으로 읽되, 단모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유요? ....이유는 모릅니다.

 다만 여태까지 이런 모음이 발음 바뀌고 있는 여러 현상을 발견해낸 것 자체가 국어사 연구 초중반기에선 한때 큰 발견이었고, 꽤 찾기 어려웠던 부분이고, 그 근거를 하나하나 찾아내며 소름 돋아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럴 수가....ㅐ와 ㅔ가 지금 발음과 완전히 달랐다니!!!!....이후 바뀌어서 지금 발음이라니!!! 아 이게 정확히는 이 시기에 바뀐 거였어?!!!

 그래도 뭐, 괜찮았습니다. 어쨌든 발음 구분은 당시 됐거든요. 20세기 초반에도 어느 정도는 된 거 같습니다만...


 놀랍게도 현대국어에 와서, ㅔ와 ㅐ의 발음이 현실적으론 너무나 비슷해지고 그 중간 혀 위치로 통합되어 가는 양상 보입니다.

 한 마디로 하면 발음이 똑같아지고 있습니다.

 네, 또 다시 글자의 발음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특이하게도 현대 화자들 특히 새로 태어난 세대들이 그렇게 읽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대 국어 화자들은 '네'와 '내'의 발음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어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전까지 '내가'와 '네가'는 큰 문제가 없던 겁니다. 왜인지 갑자기 나와 너가 '내'와 '네'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발음상 무리는 없었죠.

 언어는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큰 문제 없으면 결국 일관성이 있든 없든 그 상태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젠 발음상 구별이 안 되니까, 문제가 발생해 버렸죠.

 (사실 이런 점에서ㅋㅋㅋㅋ 옛분들 입장에선 너희가 발음 이상하게 바꿔 놓고는 우기는 거라고 한 마디 하실 법도 합니다ㅋㅋㅋ)


 그런데 여태까지, 언어의 역사성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 언어를 쓰는 화자들은 발음 구분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여러 방식으로 그걸 해결하려고 시도합니다.

 아예 새 단어를 만들거나, 없애거나, 딴 말 쓰거나 등등등. 이번 결과는 곧,

 최근에 등장한 '니가'와 '너가'라는 발음입니다.

 너를 '니'로 바꾸거나 현대국어 화자가 이해하기 쉽게 그냥 '너' 자체로 두어서, 말하는 걸 듣고 쉽게 이해하려고 시도한 거죠.

 '니가'를 쉽사리 표준어로 바꾸지 못하는 건, 일단 일부 세대 말이기도 하고 'ㅓ'가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ㅣ'로 바뀌는 걸 설명하기가 매우;; 급작스럽고 당황스럽단 점이 어느 정도는 작용합니다. 무엇보다 오랜 역사 존재하던 규칙을 대대적으로(바꿀 책이 한두 권이 아님....) 바꾸기엔 아직 시간도 짧은 변화고, 꽤 부담스럽기도 하죠.

 하지만 이 부분은 젊은 학자들 중심으로 표준어로 볼 수 있단 논의가 오가고 있단 점에서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언젠가는 이 부분 역시 바뀔 거 같습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비록 국립국어원 탓을 하기엔 아직은 애매한 부분이었지만,

 국어학 입장에선 정말 좋고 바람직한 의문입니다...! 무조건 비표준어라고 지적할 게 아니고, 왜 이렇게 됐나 궁금해 하는 것. 의문을 갖는 것.

 그런 질문들에서 깊이 있는 연구가 시작됩니다.



9. 한글의 쌍자음, 쌍모음 부활시켜서 외국어 표기에 활용하자?

 -외래어, 외국어 표기에 대해선 사실 현재 국립국어원이 채택한 외래어 표기법 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논의가 나와 있고, 그 방법론에도 엄청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_;... 연구 안 한다는 말씀은 받아들이기 어렵네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선 정말 많고 다양한 분들의 노력과 도움이 있는 것은 이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_; 심지어 지원도 별로 없어여.. 돈 될 일은 아닌지라...


 -이 부분은 사실 아주 틀리거나 폄훼해야 할 주장은 아니라 생각하고, 다만 여기선 제 입장에서 반대 입장을 내놓고자 합니다...


 -한국어를 표기하는 문자, '한글'...참 좋죠. 참 좋은 표음문자, 자질문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좋고 뛰어난 점 많고 세종대왕님의 여러 천재적인 점이 더 강조되길 바라고 있긴 합니다만...

 너무 국뽕(?)스럽게 포장되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너무 추켜세우려다 보니 말이죠; 충분히 추켜세우고 쩐다고 감탄할 데가 아니라 다른 오해 소지가 있는 쪽으로...그게 참 많은 논란을 불러 오는 것 같습니다.


( 대표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한글을 우리가 '소리나는 대로 적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소리나는 대로 적고 있지 않고, 상당히 "한문"쓰듯이, 몇몇 독특한 방식을 활용하여 형태를 밝혀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맞춤법 틀리거나 고유어 안 쓰면 세종대왕님이 슬퍼할 리가 없습니다......백성들이 익숙하게 생각하는 말과 소리들을 한글로 쓸 수 있는 게 세종대왕님은 흡족하실 터입니다. 애초에 중세 맞춤법과 현대 맞춤법은 압도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땐 '소리나는 대로' 진짜 쓰고 띄어쓰기도 마침표도 고정된 맞춤법 규정도 없었으니까요. 15세기 관점에서 볼 땐 지금 맞춤법과 소리들은 하나 같이 알아들을 수 없는 것들뿐입니다. )


 -중국어에 수많은 학자가 붙어서 바꿔야 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중국어가 '표의문자'이기 때문입니다.

 한글과 같이 별 노력이 들지 않는 것은 일단 '표음문자'이기만 하면 모두 같은 실정입니다.

 단, 한글이 일본 가나보다 많은 음절, 음운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음성을 적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외국인이 듣기엔 버스고 맥도날드고 좀 모자랍니다. 만일 부시를 부쉬로 쓰자고 해도, 쉬는 물론이고 이미 '부'부터 원음과 한참 다릅니다. '우리 귀'에만 비교적 비슷하게 들리는 겁니다. 그네들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음운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죠.

 한글은 정말 엄청나게 경제적이고 뛰어난 글자지만 이 세계의 모든 소리를 적을 수는 없습니다. 사라진 글자를 부활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까지나 '한국인이, 한국어에서, 한국어 음운 체계로 들리는 소리들'만 다 적을 수 있는 글자가 한글입니다.

 보통 '영어'를 근거로 들며 이 과거 글자들을 부활하고자 하는 의견들이 있는데,

 1)그 글자들이 진짜 그 소리를 지니고 있는진 아직도 명확치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추정치'입니다. (정설은 있지만 확신은 아님). 

 2) 그래서 이미 영어 표기에도 완벽하지 않고, 제대로 표기하기 어렵습니다.

 3) 영어를 제외한 수많은 외국어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없는 소리가 넘쳐납니다.

 당대 역관들은 대체제가 없으니 표음 문자 한글 표기를 썼을 뿐입니다. 물론 그 자체를 폄하하는 게 아니고, 완벽하진 않단 것뿐입니다.


 -한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훈민정음은 '백성들이 우리말을 널리 쉽게 이롭게 쓰게 하기 위해' 만든 글자입니다.

 중국어를 쓰는 게 아니고, 우리말을 쓰는 게 기본이었죠.

 물론 거기에 더해 "동국정음식 한자음" 표기, 즉, 중국 원음의 '발음 기호'로서의 기능도 해보려고 시도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하고 이 점 역시 엄청 선구적이라 찬양받고 있습니다! 백 번 찬양해도 모자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발음 기호 역할은 널리 퍼지기엔 어려웠습니다. 국가 사업으로 널리 도입려고야 했지만.

 우리말이 아니라 외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별도의 글자, 규칙들을 만든 것을 어찌 백성들이 쉽게 배워 굳이 쓸까요.

 그렇게 쓰려면 외국어 발음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해, 조선어에는 없는 발음을 할 수 있어야 하고(이미 고난도;), 따로 운용법도 익혀야 하고...어렵습니다.

 결국 동국정음식 표기는 16세기 이후 사라져갑니다. 역관들에겐 꽤 편리한 발음기호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 의의는 당연히 훌륭하죠.

 그게 19세기 영어공부 때 쓴 자료로도 남아 있죠.

 하지만 이들이 굳이 한글을 발음기호로 쓰는 법칙을 따로 익혀서 우리 말에 없는 소리를 표기하고 쓴 이유는, 근본적으로 당시엔 아직 더 나은 '발음을 적는 글자가 없어서'입니다.

만일 외국 발음을 그대로 옮겨 표기하고 싶다면, 그렇게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발음을 적는 더 정확한 글자'가 있을 시 그쪽을 쓰는 게 훨씬 낫습니다. 굳이 없는 글자를 부활시키면서, 아직도 한참 발음 차이가 큰 문자를 만드는 것보단 그 편이 효율적이고 정확합니다.

 21세기 현대, '국제음성기호(IPA)'는 아직도 계속 개정되고 있습니다만, 상당한 연구 끝에 한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세계 언어의 음성들을 적을 수 있는 음성기호입니다. (영어사전에 있는 그 글자들 맞습니다.)

 오늘 날 시대에 온 역관들이라면 굳이 소리나 표기에 한계가 꽤 많은 한글식 음성기호보다는 IPA를 배워서 영어를 공부했을 겁니다. 우리가 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목적이 정말 원음과 완전히 똑같이 적는 것이라면 이 편이 압도적으로 정확하고 경제적입니다.

(국어학자들조차 한글 글자의 소리가 시대별로 계속 변하고 지금도 변하고 있기 때문에 IPA를 모두 기본으로 배우고 쓰고 있습니다.)


 -한글의 본 의미이자 핵심축,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창제 의도는 결국 우리말을 잘 쓰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한글은 한국어에 최적화되어 바뀌어왔습니다. 물론 언중은 비합리적인 존재기에 그 규칙이 상당히 어렵지만...그래도 한글은 그 자체 목적과 그 가치만 해도 이미 뛰어납니다.

 우리말을 그대로 적는 글자기에 우리말에 없는 음운들, 사라진 소리들, 바뀐 소리들은 결국 글자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건 거스를 수 없는 언어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금세 사라진 게 아닙니다. 아주 천천히, 국어가 바뀌는 과정과 함께 역사 속에서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여린히읗이 사라진 건 임의로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말에 없는 소리였어서. 결국 아주 잠깐만 반짝 쓰다 없어졌고.

 순경음 비읍이 사라진 건, 이제 누구도 그걸 발음하지 않아서. 말 규칙도 바뀌어서. 그래서 이백 년도 안 돼서 사라졌고.

 반치음이 사라진 건, 누구도 단어 속에 그 발음을 쓰질 않고 탈락되거나 다른 소리를 쓰게 되어서.

 심지어 지금도 있는 글자들은, 그 속에서도 발음 위치가 바뀌고, 발음 방법이 바뀌고, 완전히 다른 소리가 되기도 하고...정말 수없이 바뀌었습니다.

 아래아는 발음상 누구도 발음 못하게 되어서, 여러 단어들 속에서 차근차근 다른 모음으로 바뀌어져 갔고, 실질적으로 사라진 지 약 백 년이 넘었는데도 표기적 관습 때문에 계속 쓰였죠. 누구도ㅏ와 아래아를 잘 구분하지 못하다가, 20세기 초 표준어란 것을 처음으로 제정할 때 결국 뺀 겁니 다른 글자와 똑같은 소리가 나는, 혹은 원음도 잘 모르는 소리를 굳이 남겨놓을 이유가 없던 겁니다. 심지어 아래아는 아직도 명확한 발음을 누구도 모릅니다. 다 추정치입니다.

 없어진 글자들은 위정자가 일부러 없앤 게 아니고, 사람들이 그 발음을 안 해서. 그 단어를 더는 그렇게 부르지 않아서. 아니면 누구도 그 소리를 '발음조차 못 하게 되었거나, 알아듣지조차 못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글자들은 사라져갔습니다.

 바로, '우리말을 적는 글자'라는 본의, 백성이 쉽게 우리말을 적는 글자란 의도 그대로였습니다.


 우리말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우리말을 쉽게 쓰는 데에 필요가 없으면 자연히 사라지고, 자연히 소리가 바뀐 게 한글입니다.

 그리고 문자, 발음, 글자의 역사는 뒤엎을 수 없습니다.

 언어는 하나의 강과 같습니다. 강은 거꾸로 흐르지 않습니다.

 이걸 되돌린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발음할 수 없는 소리와 지금 와선 제대로 이해 못할 규칙들을 굳이 몇 백 년이 지나서 다시 되살린단 의미와 다름없습니다.

 만일 굳이 언어의 흐름을 거슬러 인위적으로 되돌린다면 질문해야 합니다.

굳이 외국어 발음을 국어 내에 없는 소리를 가진 글자를(그것도 추정치) 되살려서까지 굳이 한글 표기로 해야 하는지. 그럴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일인지.

그런 식으로 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따로 공부까지 해서 외국어 표기를 만드는 게 진정 첫 번째 한글의 본의인지.


 어디까지나,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비교적 원음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표기법을 만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 편의 연구는 분명히 필요하면서도 의견이 분분하며 많은 이들이 논쟁과 연구를 벌이고 있는 부분입니다.

 

 외래어 표기법, 외국어 표기는...발음기호가 아닙니다. 발음기호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한 나라의 '국어를 쓰는 표기 문자'와 '발음기호'가 동치가 될 순 없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한국어 여러 법칙과 음운 체계는 외국어와 똑같아질 수도 없고 똑같이 표기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어에 없는 음운이, 저쪽엔 한국어에서 구분 못하는 음운이 수두룩합니다. 예전에 있던 발음을 되살려 봤자 몇 글자 추가되지도 않습니다...거의 모든 발음이 되는 게 아닙니다...그냥 안 됩니다...;

 애초에 이런 변환 과정은 "우리가 편리하려고" 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우리 책에 그 단어 쓰려고! 한국어 말하면서 그 안에서 좀 쓰려고.

 우리가, 우리 말 속에 외국 사물을 지칭할 때 편하려고. 한국인이, 한국어 속에 외국말을 녹여 내려고.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발음기호를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의 한글 표기, 즉 외국어를 한국어화는 방식을 통일하여 여러 표기의 혼재로 인한 언어생활의 불편을 줄이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외국어랑 너무 똑같이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IPA가 훨씬 정확합니다. 우리가 유사하게 알아들을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즉, 한국어 내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할 때 쓰기 위한 변환 과정이 일종의 외래어 표기인데, 이걸 한국어에 없는 발음이나 새로운 규칙으로 구성해낸다면,

 대다수 한국인들은 발음이나 인지도 못할 그 발음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별도 표기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IPA와 별도로 또 다른 방식을 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외국어를 한글로 똑같이 적어줘야 할 가치가 있을까요?


 흔히 일본인들의 음운을 비웃는데... 비웃을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쓰는 음운이 많다는 게 언어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영어'나 유럽어에 한정해 그 발음 비슷하게 내는 게 그렇게 언어의 우월함을 돋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외국어를 자기 발음에 녹여낸 것은 완벽하지 않습니다만, 그들조차 결코 외국어 자체를 위한 새 글자나 발음이 불가능한 과거의 발음을 억지로 만들진 않습니다.

그들이 발음할 수 있는 음운의 수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며, 굳이 완벽하게 옮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 사이 소통이 목적이니까요.


 한국어를 위한 한글입니까, 외국어를 위한 한글입니까.

 한글의 목적을 어디에 두는 편이 더 좋은지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음...이렇게 길게 건방지게 제 입장에서 설득을 시도했지만 어디까지나 제가 지지하는 쪽의 사설이고,

 이쪽에 대한 논의나 논쟁은 엄청 많으니까 제가 섣불리 더 말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다큐 내용 쪽 입장에 주로 널리 논해지길래,

 이런 다른 반대의 입장도 한 번 정도는 들어 보고, 이런 입장도 있구나~하면서 모두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쪽 논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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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상 허접의 의견이었습니다...;_;

저와 다른 의견이나 모자란 부분에 대한 보충 근거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데,

이런 논의들을 이런 자리에서 다 나누는 모습을 보이면 풍성한 국어학적 지식과 논의가 널리 퍼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자 봐라 커뮤들이 이런 수준의 논의를 한닷! 하하하핳

이런 식으로 국어학 논의가 늘어나게 되면 연구도 늘어나고 가치도 늘고 밥줄도 늘어나고. . .. .헿ㅎㅎㅎㅎㅎㅎ




제일 중요한 걸 결국 세 줄 요약하자면

1. 국립국어원의 일관성 없음과 아직 미비한 쪽의 연구 부족은 시정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단, 몇몇 부분은 중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나 역사적 변천 과정에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이 부분 이유를 알아보면 잼써여.

3. 실은 대해 더 정확한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주입식 말고, 토론과 논쟁, 진짜 연구와 질문을 하는 문법 교육이요.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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