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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어디까지 대본일까?
게시물ID : star_2809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브라은브라
추천 : 3
조회수 : 139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2/12 11:31:01
예능 프로그램의 대본은 '제안'이다

우리는 흔히 '대본' 하면 드라마 대본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드라마는 그야말로 철저한 픽션이고 작가의 머릿속에서 구성과 대사, 몸짓이 거의 대부분 결정됩니다. 보통 드라마는 작가 1-2명이 대본을 전담합니다. 그리고 대본이 나오면 연기자들은 대사와 지문을 외우면서 이 대본을 어떻게 현실감있게, 작가의 뜻에 어울리게 구현할 것인지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대본에 따라서 촬영이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예능은 어떤가... 하면, 예능 프로그램은 보통 많게는 6-7명의 작가들이 한 팀이 됩니다. 1주일에 2-3회 정도 PD와 회의를 통해서 이번 촬영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를 논의합니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라면 장소 섭외 결과에 따라서 장소도 섭외되고, 토크쇼라면 게스트에 따라서 어떻게 얘기를 끌고 나갈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겠지요. 이곳에서는 어떤 미션을 할까, 게스트에 대해서 어떤 질문을 할까... 이런 주요한 뼈대에 대해서 PD와 작가 사이에 회의를 통해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작가는 대본을 쓰게 됩니다. 이렇게 대본이 나오면 출연자들은 대본을 외우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리 내용을 보겠다고 대본을 받는 출연자도 있고, 당일날 와서야 대본을 훑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출연자들이 대본을 보기는 합니다만 대사나 지문을 일일이 외우기보다는 어떤 구성과 진행으로 촬영이 이루어지는가를 보는 것이지요.

곧, 드라마의 대본이 "이렇게 써 있는 대로 하라고"라는 일종의 지시이자 명령이라면 예능 프로그램의 대본은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예능 프로그램의 대본은 '흐름'이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의 대본은 녹화의 흐름을 이해하게 해 주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카메라맨들에게는 대본을 통해서 어떤 흐름으로 촬영이 이루어지는지를 알려 주어야 미리미리 다음 흐름에 대해서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전체에 카메라를 수백 대를 깔아 놓을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주요한 흐름을 잡아 놓고 그에 따라서 미리 장소를 잡고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출연자들도 오늘 촬영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를 개략적으로 이해하고 효율있게 움직여 줍니다. 이런 흐름에 대한 안내가 없다면 아마 리얼 버라이어티 한 회 뜨려면 이래저래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면서 며칠씩 잡아먹어야 할 겁니다. 여러 프로그랯에 출연하느라 바쁜 출연자들이 그렇게 한 프로그램에 며칠씩 시간을 쓸 리가 없지요.

토크쇼라면 미리 작가들이 게스트와 인터뷰를 하거나 자료를 조사해서 게스트에 대한 여러 가지 얘깃거리들을 뽑아내겠지요. 그리고 여기에 따라서 대본을 만듭니다. 토크쇼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기승전결이 필요하고, 특히 처음에 어떻게 얘기를 시작할 것이고,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이런 주요한 포인트들은 짚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MC가 대본에 없는 얘기를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게스트가 대답한 내용이 도화선이 되어서 나오는 추가 질문들이 이어지더라도 얘기가 너무 중구난방으로 안 흐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대본을 통해서 작가와 PD, 출연자는 물론 스태프들이 전반적인 흐름을 공유함으로써 일을 효율 있게 할 수 있고, 또한 그 대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면서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출연자들은 대본대로 가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의 대본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출연자들은 대본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큰 구성과 코너들, 그리고 진행의 흐름은 대본을 존중하되,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 대사나 동작들은 대본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MC가 현장에서 대본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예능 대본을 흔히 '구성 대본', '진행 대본'이라고도 부릅니다. 지문과 대사가 일일이 적혀 있고 연기자들은 여기에 충실히 따라야 하는 드라마 대본과는 달리 예능 대본은 구성과 진행의 흐름을 잡아주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예능 대본에 아무리 대사와 지문이 촘촘하게 적혀 있더라도 출연자들은 그걸 외우지도 않을 뿐더러 심지어는 구성과 진행만 쓱 보고 마는 분들도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계획을 그려 나가는 거죠.

A급 예능 MC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가르는 차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중요한 것 한 가지는 이런 점입니다. A급 MC는 대본을 참고하되, 대본이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프로를 끌고 나갑니다. 대본에 갇혀서 그야말로 대본대로 하는 MC는 A급 MC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PD나 작가가 원하는 MC도 대본에 제시된 상황에 갇혀서 그 상황이나 충실히 하는 MC보다는 제안된 상황을 참고하면서도 자신의 감과 아이디어에 따라서 상황을 변형하거나 심지어는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MC입니다. 토크쇼에서도 주요 질문이 대본에 적혀 있습니다만 MC가 따로 질문을 준비해 오는 경우도 있고, 또 얘기를 나누다 보면 게스트의 대답에서 궁금한 점이 생겨서 그 쪽을 파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어느 경우든 잘 하는 MC들은 대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과 능력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주도해 나갑니다.

그렇다면 뭐하러 그렇게 대사나 지문을 촘촘하게 적느냐... 하면 그건 작가의 성향일 수도 있고 PD의 성향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나 PD의 성향에 따라서 대사나 지문을 대략적으로만 적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촘촘하게 적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본에 대한 원고료는 매수가 아니라 방송 시간에 따라서 정해지기 때문에 촘촘하게 많이 적어서 대본 분량이 많아졌다고 해서 돈을 더 받는 건 아닙니다. 촘촘하게 지문이나 대사를 적는 스타일은, 그렇게 하면 제작진이나 출연진들이 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어느 경우든 출연자들이 대본대로 그대로 진행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와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틀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본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무리 대본 안에 대사나 지문이 촘촘하게 적혀 있어도 흐름만을 공유할 뿐 디테일한 부분까지 일일이 따라가지는 않으며, 때로는 흐름 자체가 녹화 상황에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출연자들이 "이렇게 가는 게 더 재밌겠는데요?"라고 의견을 제시하고 그 쪽이 재밌다고 생각되면 즉석에서 흐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캐릭터를 대본이 만든다?

<패밀리가 떴다> 대본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은 아마도 캐릭터의 문제일 듯합니다. 곧,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결국은 작가가 대본에 만들어 낸, 다시 말해서 꾸며낸 것이었다는 점인데... 어디까지나 일반론으로 얘기하자면, 대본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대본이 캐릭터를 쫓아가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를 섭외할 때, 어느 정도 캐릭터가 잘 굳어져 있는 경우에는 그런 캐릭터를 기대하면서 캐스팅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김구라 씨한테 유재석 씨와 같은 유한 진행을 바라고 캐스팅을 할 리가 없죠. 강호동은 버럭버럭 소리 지르면서 에너지 충만한 진행을 원하고 캐스팅할 것이고, 노홍철은 수다스럽고 정신 사나운 캐릭터를 기대하고 캐스팅을 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캐릭터가 굳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대본에서 캐릭터를 지정해주지는 않습니다. 보통 리얼 버라이어티를 보면, 1회부터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확립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몇 회 지나가면서 천천히 캐릭터가 자리잡히게 마련입니다. 초반에는 출연자들 중에서 일단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캐릭터가 주도해 나가면서 다른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 부분들이 대본에 반영되면서 캐릭터를 굳혀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물론 처음에 캐스팅을 하고 제작진들이 인터뷰를 하거나 회의를 하면서 출연자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는 파악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바로 캐릭터에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상황 속으로 던져 놔 봐야 아니까요.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와 같은 경우에, 특히 명확한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인지되어 있지 않은 출연자들이 많은 경우에는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대본이 캐릭터를 지정해주고, 출연자들이 그 캐릭터에 따라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들이 조금씩 드러내는 캐릭터를 PD와 작가들이 빠르게 캐치해 내고 그 중에서 재미있는 부분들을 대본에 반영함으로써 캐릭터가 좀 더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밀고 당기는 관계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어차피 자기와 맞지도 않는 캐릭터는 아무리 촘촘하게 대사나 지문을 써 봐야 소화 못 합니다. 내가 대본에 써 있는 대로 대사를 했는데 상대방의 대답이 대본에 없는 전혀 엉뚱한 대답이면 그 다음을 이어나갈 방법이 없으니까요. 아무리 촘촘하게 다 써 줘도 유재석 씨가 강호동 씨 캐릭터를 하지는 못합니다. 웃기려고 흉내는 낼 수 있겠지요. 자연스럽게는 절대 못 합니다.


어쨌거나, 드라마에서 작가가 전체의 이야기를 혼자 끌고 가는 자리라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가는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예능 대본 역시도 이런 다리 구실을 하는 것이지요.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에 내용을 공유하고 흐름에 대한 예시를 제시함으로써 흐름에 대한 이해를 더 빠르게 해 줍니다. 사실 달랑 흐름만 적혀 있으면 어떻게 가자는 건지, 이래가지고 방송 분량이 나올지 쉽게 감 잡기가 힘듭니다. 또한 작가의 제안을 통해서 출연진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되고, 자신이 맡은 역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좀더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도록 도와 주기도 합니다.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든 대본 없는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그 대본은 드라마와는 많이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예능 출연자도 대사와 지문을 일일이 외워서 하지는 않습니다.

http://blanc.kr/1130




정글의 법칙때문에 "예능의 대본=조작"이라는 이미지가 넓게 퍼져있어서 몇몇 오해를 설명하고자 씁니다.(음슴체)


1.스튜디오 프로그램이나 실내촬영 프로그램은 상당부분 대본에 의지한다.

=>예를들어 우결같은 경우도 PD가 서로의 대화까지 통제하지 않으나 상황은 통제함. 또한 실내촬영이라 둘밖에 없는 것 같아도 반경3~4m안에 PD,
작가, 카메라감독 등이 촬영하고 있기때문에 말 그대로 커플들은 "실제 부부같은 연출"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됨.(물론 당사자들도 알고 있고)



2.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대본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윗글에서 설명했듯이 대본은 "제안"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음.
예를들어 런닝맨, 1박2일 같은 게임위주의 프로그램인 경우 게임의 대본만 있지 PD가 당사자들의 게임상황까지 통제하지 않음.


또한 모든 예능 프로그램은 PD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스태프용 대본을 작성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대본이 아님

스태프용 대본이란 그 상황에서 진행자가 어떻게 행동할 것이다라는 것을 미리 예상해 놓은 대본으로 예를들어 "유재석이 이렇게

행동하면 연출자는 이렇게 행동하라" 라고 행동지침이 써있는 대본임.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기자들의 멘트가 써있는 대본이 아님. 그래서 무한도전, 런닝맨 등 추격전의 경우 PD의 개입없다고 볼 수 있음.

실제 런닝맨 조효진 PD가 런닝맨 조작논란에 대해서 인터뷰를 한적이 있는데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20524_0011136664&cID=10602&pID=10600

유재석을 비롯해 밑의 동생들도 잘 따라와 줬다"며 고마워했다.
"대본이 있다", "짜고치는 게임" 등 시청자들의 의혹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멤버들이 스스로 맡은 캐릭터 때문에 조절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끊어가고 짜고 찍는 것은 전혀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즉, 인위적인 개입은 없음.

다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므로 모든 것이 리얼이라고는 할 수 없음.

예를들어 런닝맨의 경우 7명이 전원 미션을 수행해야 다음 장소에 합쳐서 미션을 수행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멤버들이 모이는 시간이 비슷한 경우가 많음.

이것은 1라운드 통과를 안해도 PD가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2라운드로 보낸 것임 (왜냐면 보통 1,2,3등만 보상을 받고 나머지 순위는 의미가 없으므로..
또한 멤버 전원이 모여야 미션이 시작되므로 원할한 진행을 위해 방송에 안 나갈 것을 알고 2라운드로 보내는 경우도 있음)


또한 무한도전과 같은 추격전의경우 멤버들은 경력 10년이상의 방송의 고수들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어떤행동을 해야 방송에 재미있게 나간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음. 즉 긴장감을 위해서 멤버스스로 돈가방을 놓아주고 잡히는 경우도 보임.

(위의조효진 PD가 인터뷰한 
"멤버들이 스스로 맡은 캐릭터 때문에 조절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끊어가고 짜고 찍는 것은 전혀 없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의내용과 일맥상통)


좀 길었지만 결론적으로 하고싶은 말은 "대본은 방송에서 필수적인 요소이고 그것이 조작은 아니다"라는 겁니다. 몇몇 오해가 풀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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