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 추운 겨울날 김삿갓(김병연)이 서당에 찾아가 훈장에게 하룻밤 재워주기를 청하나 이를 미친개 취급하며 야박하게 거절하자 인정없는 훈장을 욕한 시. 내용은 좋아보이나 음은 저급한 욕설인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오언 절구의 한시. (발음내어 읽으면 성적 비하의 욕설이 느껴짐)
김삿갓 춘천 소양강변에서 나룻배를 탔다. 얼씨구? 노 젓는 이가 처녀 뱃사공이다. 수작 걸지 않으면 김삿갓이 아니다. 김삿갓 그예 한마디 농을 걸친다. "여보 마누라. 노 좀 잘 저으소." 처녀 뱃사공 펄쩍 뛰며 "어째서 내가 댁의 마누라요?" 김삿갓 태연히 답한다. "내가 당신 배에 올라탔으니 내 마누라지."
강을 건너 김삿갓 배에서 내린다. 이때 처녀 뱃사공 회심의 한마디. "내 아들아, 잘 가거라." 김삿갓 눈이 똥그래져서 "아니, 내가 어찌 그대의 아들인고??” 우리의 처녀 뱃사공 왈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 아닌 감!” 김삿갓 오장육부가 시원해질 정도로 껄껄 웃는다. "헉! 맞는 말일세 그려! 하하하! 어머님 !! 만수무강 하소서. 하하하!“
어느날 김삿갓(김병연)은 전라도 화순 적벽에 가는 도중, 날이 저물어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어느 서당에 들렸다. 그런데 서당의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이 공부를 하는 지, 감탄하여 한마디 내 뱉었다. "자지는 만지고, 보지는 조지라." 이 말을 들은 서당선생과 학생들이 욕하는 줄 알고 달려 들어, 김삿갓을 때리려 하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붙잡혔다. "어째서 열심히 공부하는 서당에 들어와 욕설이나 하는 것이요?" "욕이 아니라 하도 열심히 공부해서 감탄하여 격려차원에서 한 말이었소." 그러니까 김삿갓의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自知晩知 補知早知=자지만지 보지조지...........자지는 만지고, 보지는 조지라.
自:스스로 자 知:알 지 補:도울 보 晩:늦을만 早;일찍 조
스스로 알려고 하면 늦게 깨달케 될 것이고, 남의 도움을 받으면 빨리 알게 될 것이다.
즉,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자기 혼자 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보다도 더 빨리 알게 된다는 그런 말이다.
嚥乳三章(연유삼장) 젖 핥는 셋 편의 요지경(글)
父嚥其上(부연기상) 시아버지가 그 위를 빨고 婦嚥其下(부연기하) 며느리가 그 아래를 빠니 上下不同(상하부동) 위와 아래는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父嚥其二(부연기이) 시아버지가 그 둘을 빨고 婦嚥其一(부연기일) 며느리가 그 하나를 빠니 一二不同(일이부동) 하나나 둘이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父嚥其甘(부연기감) 시아버지가 그 단 것을 빨고 婦嚥其酸(부연기산) 며느리가 그 신 것을 빠니 甘酸不同(감산부동) 달고 신 것은 같지 않으나 其味則同(기미즉동) 그 맛은 아마 같았으리라
<漢字工夫> 父: 아비 부. 여기선 아버지가 아니고 시아버지를 말 함. 婦: 아내 부. 여기선 아내가 아니고 며느리를 말 함. 男便으로 보면 父(아버지)이고 婦(아내)이다 그러니 시아버지와 며느리라 하겠다 嚥: 삼킬 연, 여기선 빤다,혹은 핥다는 뜻 임, 則: 곧 즉. 법칙 칙. 여기선 곧 즉으로 읽어야 함. 卽: 곧 즉. 味: 맛 미. 甘: 달 감 酸: 실 산. 辱: 욕 욕. 其: 그 기. 金笠: 김삿갓이란 말 임. 笠: 삿갓 립. 竹杖: 대나무 지팡이. 竹: 대 죽 杖: 지팡이 장
김삿갓이 天下周遊(천하주유)를 하다가 한 처녀를 만나서 하룻밤 情(정)을 나누고 한다는 소리가 毛深內關(모심내관)하니 必過他人(필과타인)이라 털이 무성하고 속이 넓으니 필히 타인이 지나갔을 것이다
이 처녀가 그 말을 받아서 한다는 소리가 後園黃栗不蜂折(후원황율불봉절)하고 溪邊楊柳不雨長(계변양유불우장) 입니다 뒤 뜰의 누른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시냇가의 버드 나무는 비가 안 와도 잘 자랍니다
한번은 어느 환갑 잔치에 갔더니 대접이 시원치 않아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彼坐老人不似人(피좌노인불사인) (彼는 저 피, 坐는 앉을 좌, 似는 같을 사) = 저기 앉은 늙은이는 사람 같지 않은데 膝下七子皆盜賊(슬하칠자개도적) (膝은 무릎 슬, 슬하膝下의 자식이라고 하죠. 皆는 모두 개, 盜는 훔칠 도, 賊은 도적 적) = 슬하의 일곱 아들 모두가 다 도둑놈 아니, 아무리 대접이 시원치 않았기로서니 이렇게까지 함부로 욕을 해도 되는 겁니까? 더구나 잔치자리인데. 하여 좌중이 싸늘해졌음은 물론, 이제 곧 두들겨 맞고 쫓겨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김삿갓, 조용히 다음 두 구절을 두 번째와 네 번째 자리에 끼워 넣었습니다. 何日何時降神仙(하일하시강신선) (何는 어찌 하, 어느. 時는 때 시, 降은 내릴 강, 강림한다고 하죠.) = 어느 날짜 어느 시에 신선께서 내려왔나 竊取天桃善奉養(절취천도선봉양) (竊은 훔칠 절, 取는 취할 취, 가지다. 桃는 복숭아 도, 천도天桃는 하늘나라에서 수천 년에 한 번 열리는 복숭아로, 먹으면 신선이 되어 불로장생한다고 하며,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훔쳐먹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善은 착할 선, 잘하다. 奉은 받들 봉, 養은 기를 양) = 하늘에서 천도 훔쳐 지성으로 봉양했네.
참으로 기가 막힌 반전입니다. 순서에 맞춰 바꿔서 한 번 읽어보세요. 어찌 되는지. 저기 앉은 늙은이는 사람 같지 않은데 어느 날짜 어느 시에 신선께서 내려왔나 슬하의 일곱 아들 모두가 다 도둑놈 하늘에서 천도 훔쳐 지성으로 봉양했네. 바로 턱 아래까지 왔던 주먹이 맥이 스스르 풀리며, 땅에 엎드려 절하는 손바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은근히 욕할 건 다 하면서도 환갑 잔치를 빛내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 이 솜씨. 그 집 아들들은 김삿갓에게 한 상 잘 차려 내왔을까요?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한문의 의미는 이거지만 우리말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_-;
천장에 거미(무)집 화로에 겻(접)불 내 국수 한 사발 지렁(간장) 반 종지 강정 빈 사과 대추 복숭아 월리(워리) 사냥개 통시(변소) 구린내
腰下佩ㄱ 牛鼻穿ㅇ 歸家修ㄹ 不然点ㄷ 허리 아래엔 '기역'을 차고 소 코에는 '이응'을 뚫었네. 집에 돌아가 '리을'을 닦아라 그렇지 않으면 '디귿'에 점찍으리. -> 한글을 사용한 한시인데, 이런 시가 조선후기엔 많지요.
二十樹下三十客 이십하중삼식객 四十家中五十食 사십가중오십식 人間豈有七十事 인간개유칠십사 不如歸家三十食 불여귀가삼십식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서른) 나그네 망할(마흔)놈의 집에서 쉰 밥이다.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일흔) 일이 있을까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설익은(서른) 밥을 먹으리라 -> 숫자의 우리말 음을 이용한 한시
諺文風月 언문풍월 靑松듬성담성立이요 청송듬성담성립이요 人間여기저기有라. 인간여기저기유라. 所謂엇뚝삣뚝客이 소위엇뚝삣뚝객이 平生쓰나다나酒라. 평생쓰나다나주라. 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섰고 인간은 여기저기 있네. 엇득빗득 다니는 나그네가 평생 쓰나 다나 술만 마시네.
宣化堂上宣火黨 樂民樓下落民淚 선화당상선화당 낙민루하낙민루 咸鏡道民咸驚逃 趙岐泳家兆豈永 함경도민함경도 조기영가조기영 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 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 선화당, 낙민루, 함경도, 조기영을 똑같은 음을 가진 한자를 사용해서 지은 시입니다. 완벽한 음일치 -_-;;;;; 무엇보다도 당시 함경도 관찰사였던 '조기영'의 폭정을 폭로한 시기도 하지요.
사방기둥붉어타 석양행객시장타 네절인심고약타 -> 절에서 하루 묵고라려는데 절 주지가 거절하자 즉석으로 지은 언문한시 (운자가 '~타'임)
秋美哀歌靜晨竝(추미애가정신병) 雅霧來到迷親然(아무래도미친년) 凱發小發皆雙然(개발소발개쌍년) 愛悲哀美竹一然(애비애미죽일년) 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황혼에 고요히 퍼지니 우아한 안개가 홀연히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가 자연이라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하나로 연연하다
儒頭尖尖海狗腎 (유두첨첨해구신) 선비의 상투는 뾰쪽하여 물개 좆이요 僧首潤潤馬不謁 (승수윤윤마불알) 스님 머리는 번들거려 늘어진 말 부랄 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