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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예찬 (11) - 죽은 구름
게시물ID : readers_281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뎀벼
추천 : 2
조회수 : 32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04 01:23:08
반전(反轉), 한번씩 감당해야 하는 감정이다.
당연히, 의례히 그래야 할것이 그렇치 못할경우,
누구나 느끼는 당혹감, 그리고 또다른 조그만 反轉.
마음 한구석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즐거움.
 
1989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조그만 反轉이 일어났었다.
처음으로 상이 만들어진 뉴에이지 부문,
누구나, 당연히, 의례히,
그들중에서 수상자가 나올줄 알았다.
죠지윈스턴? 쟝 미셀자르?
저 윈드햄의 만능엔터테이너도, 유럽 최고의 신세사이즈 주자도, NO
 
너무나 생소한 안드레아스 발렌바이드 Andreas Vollenweider,
이 이국적인 스위스의 신사가, 일렉트릭 하프로 그래미를 안은 것이었다.
 
反轉, 살아가면서 한번씩, 아니 여러번씩 감당해야 하는것.
아니, 아니 매일 매일이 反轉의 연속일지도.
나는 反轉이 두렵다.
그리고, 이율배반적으로 反轉을 바라고 있다.
 
매일 아침 이 조그만 어둠의 사각공간을 바라보며,
알지 못할 反轉을 꿈꾸며,
나역시,
다른이에게 조그만 反轉을 주려 초라한 글 한줄을 쓴다.
 
저 독선과 아집의 그래미에 신선한 느낌을 부어다 준,
안드레아스 발렌바이드가 누구도 알지못하는,
동양의 한 청년에게 기습적인 反轉의 쾌감을 안긴것 처럼.    (다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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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구름   - 기형도 -
 
 
구름으로 가득찬 더러운 창문 밑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다, 마룻바닥 위에
그의 손은 장난감처럼 뒤집혀져 있다.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온 것처럼
비닐백의 입구같이 입을 벌린 저 죽음
감정이 없는 저 몇 가지 음식들도
마지막까지 사내의 혀를 괴롭혔을 것이다.
 
이제는 힘과 털이 빠진 개 한 마리가 접시를 노린다.
죽은 사내가 살았을 때, 나는 그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그를 사람들은 미치광이라고 했다, 술과 침이 가득 묻은 저
엎어진 망토를 향해, 백동전을 던진 적도 있다.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신만이 홀로 즐겼을 생각
끝끝내 들키지 않았을 은밀한 성욕과 슬픔
어느 한때 분명 쓸모가 있었을 저 어깨의 근육
그러나 우울하고 추악한 맨발 따위는
동정심 많은 부인들을 위한 선물이었으리
어쨌든 구름들이란 매우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한다.

미치광이, 이젠 빗방울조차 두려워 않을 죽은 사내
자신감을 얻은 늙은 개는 접시를 엎지르고
마루 위엔 사람의 손을 닮은 흉칙한 얼룩이 생기는 동안
두 명이 경관이 들어와 느릿느릿 대화를 나눈다.
 
어느 고장이건 한두 개쯤 이런 빈집이 있더군,
이따위 미치광이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 죽어갈까
더 이상의 흥미를 갖지 않는 늙은 개도 측은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저 홀로 없어진 구름은
처음부터 창문의 것이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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