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말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평생 엄마한테 사랑한단 소리 한 번 못해봄. 엄마가 사랑한다고 하면 괜히 시크한 척 "ㅇㅇ 알아" 란 소리나 함. 내가 바로 츤데레임.
엄마랑 따로 살고 있음. 대학생활로 인해서. 짧게는 일주일~길게는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갔었음. 사실 갈 때마다 한 번씩은 꼭 큰소리가 오고 감.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엄마가 원하는 나의 인맥 생활과 내가 원하는 나의 인맥 생활이 매치되지 않는 것이 있어서. 싸울 때마다 엄마한테 상처 주는 말을 했음. 이러니까 내가 주말마다 집에 안 오는 거야. 집에 올 때마다 스트레스 받아 미치겠어. 내일 당장 갈 거야,라고.(물론, 학교 근처의 그 곳으로)
며칠 후면 엄마가 계신 집으로 완전히 들어감. 졸업을 하므로. 진작에 취업했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개인사정(핑계)으로 취업 준비가 늦어졌음.
그래서 집에서 잉여생활하느니 나는 그냥 가고 싶은 중소기업이 있는데, 엄마는 지금껏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대기업 한 번 지원도 안 해보는 것은 아깝지 않겠냐며, 대기업 못 가도 좋고 취업 늦어져도 좋으니 상반기까지만 도전해보자고 하심. 동의함..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 싶다는 것은 모두 지지해 주셨고, 지원해 주셨으니까. 그래서 이왕 해보기로 마음 먹은 것, 내 의지가 불타지 않다 보니 좀 더디지만,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음.
게다가 취업 준비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주로 술과 먹는 걸로 푸는데, 문제는 살이 찌고 나니 스트레스가 가중됨.
취업 스트레스 + 살 스트레스 + 며칠 후면 내 독립생활이 끝난다는 스트레스 ..
방금 전에 엄마가 네이트온 채팅 하자고 불러서 들어갔더니, 취업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 갖지 말라고 하심. 취업 못해도 평생 먹여 살릴 거니까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심. 괜히 울컥함. 돈은 아빠가 버는데 말이지....는 농담이고.
이 불효녀는 그냥 투정이 하고 싶어졌음. 답답하다고, 그냥 스트레스 받아서 막 짜증난다고. 중소기업 그냥 가고 싶은 곳 열정 가지고 공부할 때 두지 그랬냐고.
엄마가 왜 답답하냐고, 스트레스 받아서 힘들면 오늘이라도 집에 와서 쉬라고 하심. 이 불효녀는 또 투정이 하고 싶어짐. 집에 가면 싸우기밖에 더 하냐고. 이제 곧 있음 아예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젠 싸우고 나면 도망갈 곳도 없다고. 내가 집에 가면 만날 싸우는 그 이야기(인맥 관련) 밖에 더 하냐고. 그나마 나 힘들 때 그 인맥들이랑 만나면서 스트레스 푼다고.
엄마는 이 불효녀 투정 받아 주심. 집에 오면 절대 그 이야기 안 꺼낸다고. 지켜보기만 하겠다고. 이제 절대 뭐라고 안 한다고.
나도 그냥 막 닭똥눈물 나고 흥분해서 폭풍 지껄인 건데, 정신 차리고 나니 이미 다 타이핑 엔터 종료. 얼른 화제를 돌림. 살 대박 쪘다고. 엄마도 쪘다나. 나 집에 들어가면 우린 무조건 다이어트라고. 그리고 채팅 종료.
엄마는 내가 주말에 집에 갔다가 일요일에 떠나려고 하면 그것도 너무 아쉬워 하시면서 하루 더 자고 가면 안되냐고 하시는데. 난 엄마랑 싸우는 거 싫어서 집에 가기 싫단 개소리나 내뱉고.
솔직히 내 평생 꿈이 빨리 취업해서 돈 모이는 대로 해외 한 번 못 가보신 엄마랑 유럽여행 가는 건데. 난 엄마 많이 사랑하고 돈 많이 벌어서 엄마 노후 떵떵거리면서 살게 해드리고 싶은데. 작년 초부터 이런저런 개인사정(심리적)으로 그런 의지들을 다 잃어버리는 바람에, 상위권이었던 학점도 거지같이 받고. 높은 토익점수는 만료되기 반 년 남았고. 왜 이렇게 의지박약아가 됐지. 재작년까지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해내고 그랬는데.. 다시 취업의지, 삶의 목표에 대한 의지 불타게 하려면 어디 가서 상담 받아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