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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의 이카리 유이에 대한 잡설
게시물ID : animation_2817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3
조회수 : 146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1/08 02:47:13


1.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힘을 표현하는 이 문구는 나약한 여성상의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성차별 문구라고 비판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의 나약함을 강조하는 문구는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어머니라는 존재의 힘이라는 것을 잘 나타내는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카리 유이는 어머니가 맞는가?



2. 자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주며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부모된 사람의 올바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카리 유이는 에바 초호기 실험으로 반쯤은 의도한 듯한 자살로 어머니의 위치에서 사라진다.

TVA에서는 반쯤 자의로 나오고, 신극에서는 스스로의 온전한 의지로 들어간 것처럼 묘사한다.

결국은 TVA를 봐도 모든게 이카리 유이의 의도처럼 된 것으로 묘사되기에  그녀 스스로 아들을 돌보는 지위를 유기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녀가 진정 이카리 겐도가 신지를 잘 보살필 것이라 여기고 의도된 죽음에 다다랐다면 그건 그것대로 충분히 실패한 모성애에 가까울테니까.



3. 태양과 달이 있다면 어디든 괜찮다고 생각했던 이카리 유이는, 아들에게 자신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진정으로 못했던 것일까.

이카리 유이의 인류보완계획은 어찌보면 아들딸에게 더 나은 미래와 더 나은 지식을 전달하려는 부모 세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인간이 모두 하나가 되어, 의식조차 온 우주에 닿는, 지구라는 세계 하나를 벗어나 온전한 존재가 되는 그 거대한 계획. 그 계획은 아들딸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하는 부모의 막연한 생각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더 나은 미래'인지 '부모와의 행복한 시간'인지는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4. 온 인류가 하나가 되어 우주에 온 의식을 퍼뜨리며 진정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미래를 꿈꿨던 이카리 유이는 정말로 자신의 아들이 원했던건 그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었다는 것을 몰랐을까?

이카리 유이 같은 여성이 몰랐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태양과 달이 보는 아래라면 살아갈 이유는 있다고 했던 강인한 여성이 아들이 원했을 관심과 사랑을 몰랐다고 한다면 그것대로 이상한 생각일 것이다.


여기까지 본다면, 그리고 TVA 20화 즈음까지만 봤다면 이카리 유이라는 사람은 더 나은 미래를 전해준다는 말 아래에 아들을 내팽게친 콩가루 집안의 어머니처럼 보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아들을 방치하고 일을 하는 어머니처럼.



 5. 하지만 나는 이카리 유이가 신지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결정적인 묘사는 바로 이카리 겐도를 거부했던 장면을 통해서였다.

온 인류가 자신이 원하던 존재와 만나며 LCL이 되는 그 과정에서, 이카리 겐도는 거부 당한다. 그토록 사랑하던 이카리 유이를 만나면서 LCL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초호기에게 씹히면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다. 

이 장면은 해석의 여지가 여러개인데, 겐도가 신지에게 가진 미안함이 속죄로 표현된 것이라고 하는 해석이 있다. 한편으로는 초호기 베이스의 인류보완계획에서 이카리 유이가 아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겐도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는 것으로도 해석한다.

뿐만 아니라,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인류의 진화를 원했던 그녀는, 인류의 운명에 대한 결정을 자신의 아들에게 맡겼다. 신지가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현 세상을 부정하려 했다는 사실을 본다면 소름 돋는 설계라고도 할 수 있갰지만, 어찌되었건 그녀는 전적인 선택권을 넘겼다.

그리고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다는 아들의 말을 긍정하며 어디에나 희망은 있다고 한다.

아들을 위해 인류에게 우주와 진화를 수여하려고 했던 거대한 계획을, 아들이 원하지 않았다는 것 하나로 포기하는 것을 보면, 그녀는 영원히 어머니인 듯 하다.



6. 나는 당장의 내일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아들에게 온 세상과 우주라는 아름다운 진화를 선물하려 했던 이카리 유이를 이해하긴 힘들다.

아이를 버리고 자신의 꿈을 선물하려 했던 사랑은 방식이 틀렸을지언정 크기는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인 듯 하다.

우주의 노래를 선물하려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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