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갑과 을의 관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관계는 연애인거 같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내가 먼저 좋아했고,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먼저 고백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난 을의 입장에 있던 적이 없다. 사과 같은거 해 본 기억이 없다. 바람을 펴도 떳떳했다. 어차피 그사람은 날 떠나지 못한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연애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나쁜여자의 표본이었다.
3년간 사랑한 남자와 헤어졌다. 이번에도 내가 헤어지자고 했다. 슬프지 않았다. 난 최선을 다해 사랑했으니까.
9개월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슬펐다. 지금 이 사람이 내가 했던 행동양식으로 날 대해서가 아니라 그냥 갑자기 철이 들었나보다. 내 행동으로인해 그 사람이 힘들어 했을걸 생각하니 맘이 아팠다. 그 때부터 내가 잘못한 일이면 미안하다 사과하고, 매일 사랑한다 말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고...
결론은 망했다. 처음엔 나한테 쩔쩔매던 사람이었는데.. 완전히 태도가 달라졌다. 헤어졌다. 이렇게는 못 만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