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서운건 아니니깐 긴장타진 마시고..-_-이건 분위기가 좀 오싹한 거지 잔인하다거나 그런건
없답니다.
이야기1
그림자
[김XX, 근무다.]
[일병 김XX!]
아, 불침번 근무가 있었지...
난 비몽사몽 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깜깜한 내무실에서 내 관물대에 걸려진 전투복을 주섬주섬 걸쳐 입기 시작했다. 사수는 박XX병장, 지금 4번초 시간대니까 아마 일어나진 않겠지.. 나 혼자 서야겠군..
이윽고 간단한 인수인계와 함께 전번 근무자들은 취침에 들어갔고, 당직사관이 깜빡 잠이 들어버린 상황이라 인접한 위병소와 무기고 근무자들을 깨운 후 잠깐의 쉬는시간이 만들어졌다.
우리 막사는 1층건물이 1자로 길게 뻗은 형태로, 가운데 행정반이 위치하였고 행정반 오른쪽으로 2생활관, 왼쪽으로는 1생활관이 있었다. 각 생활관에는 약 70명가량의 병사들이 생활하고 있다. 당직사관이 잠든 틈을 타서 2생활관의 구석진 곳, 취침등이 절묘하게 가려져 그늘진 곳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야'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음성으로 부르는 느낌이 들었고 난 고참이 일어났나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일어나 있는 병사는 보이지 않았고..
[내가 잘못들었나..]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잠시뒤
'야'
깜짝 놀랬다. 소리의 근원지는 정말 귓가에 대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뭐, 뭐지? 순간 오싹해져 자리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리면서 행정반 쪽으로 슬금슬금 발걸음을 옴겼다.
'야'
아, 또 들렸다.. 분명히 다들 자고있는데.. 두리번 거리던 내 눈에 생활관 창문이 들어왔다. 월광도 얼마 없어 거의 새까맣게 어둠이 드리워진 창가에 희미한 형체가 붙어있었다. 뭐, 뭐지? 차마 가까이 다가가진 못하고, 흘긋흘긋 보았지만, 거무튀튀한 그림자의 형태밖에 확인되질 않았다. 차츰 공포감이 들기 시작했다.
'야'
아.. 아!
공포감이 극대화 되자 난 근무고 뭐고 간에 행정반으로 뛰기 시작했다. 20여미터.. 그러나
'야'
'야'
'야'
'야'
창문을 지나칠때마다 귓가에서는 계속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행정반에 도착하기 직전에 으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행정반에서는 깜짝놀라 잠에서 깬 당직사관, 행정보급관이 있었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화를 버럭 낸다.
[이자식이 어디서 졸다 와가지곤 헛소리야! 그래, 뭐가있다고?]
하면서 날 데리고 창밖에 가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근무자들의 장난인가 싶어 근무지를 돌아다녔으나
발견한건 잠에 곯아 떨어진 근무자들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다시 생활관으로 와서 다음 근무자들을 깨우러 갔다.
'낄낄낄...'
이번엔 부르는 소리가 아닌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황급하게 창문쪽으로 바짝 붙어 바라보니 거뭇거뭇한 그림자가 단지 숲뿐인 뒷산으로 흐느적흐느적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이야기2
노인
아, 야간근무는 다 심심하지만, 특히나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산자락 진지와 연결된 후문근무는 너무 지겨웠다. 사수는 몇마디 이야기를 하다가 꾸벅꾸벅 졸고..일병 나부랑이인 나는 차마 졸진 못하고 졸음을 참아가며 근무를 계속 서고 있었다.
그때였다.
-치익 치익, -터벅 터벅
후문 바깥쪽에서는 사람이 올 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끌면서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후문쪽 산 위에는 예전에는 병사들이 종교활동을 하던 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허가 되었고, 그 외에는 훈련을 하기 위한 진지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황급히 사수를 깨웠다.
[박병장님, 박병장님]
[...아, 왜? 왜? 순찰떴냐?]
[그게아니고,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소리?]
[사람이 뭐 끌고가는 소리같은데.. 후문 바깥에서 들립니다.]
-치익 치익 -터벅 터벅
[야, 나 저쪽초소에서 지켜볼테니까 넌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라. 좀 이상하네]
박병장은 지금 있는 초소에서 약간 전방 오른쪽에 은폐된 초소로 이동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는지 날 남겨둔 채 그리로 가버렸고, 혼자 남겨진 나는 고개를 바짝 숙인 채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주시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치익 치익 -터벅 터벅
아.. 웬 노인이었다. 복장은 지금은 흔히 볼수 없는 삼베옷같은 느낌을 주는 옛날 옷이었고, 등 뒤로는 길고 어두운 나무로된 상자.. 사람이 들어갈 만한.. 마치 관 같은 상자 2개를 끌고 초소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치익 치익 -터벅 터벅
난 조금 당황했지만 노인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수하지점에 이르자 수하를 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반응이 없다. 묵묵히 다가온다. 조금 더 크게 외쳤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그래도 반응이 없다.. 뭐, 뭐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노인이 멈춰섰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탕!
* * *
[뭐, 뭐야! 무슨소리야!]
묵묵히 생활관 순찰을 돌던 한 당직사관이 갑작스레 들린 총성을 듣고 황급히 행정반으로 뛰어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