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013년 태양에서 강력한 자기장을 동반한 우주폭풍(태양폭풍)이 발생해 지구를 덮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구가 우주폭풍에 노출될 경우 전하층과 자기장이 교란돼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인공위성, 항공통신, 은행 시스템 등이 마비돼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사의 태양권물리학부 담당책임자인 리처드 피셔 박사는 이날 “현재 태양은 표면폭발 활동이 비교적 잠잠한 ‘깊은 잠’ 상태에 들어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2013년이 되면 태양에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해 우주폭풍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 플레어(solar flare)란 태양의 뒤틀어진 자장에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될 때 일어나며 자장이 강력할수록 플레어의 위력도 강력해진다.
피셔 박사는 태양 표면의 폭발활동이 11년 주기로 왕성해졌다가 조용해지기를 반복하고, 22년마다 태양의 전자기적 에너지가 최고에 이르는데 2013년엔 이 두 주기가 겹치면서 전례없이 강력한 우주폭풍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피셔 박사는 “병원 장비나 은행 서버, 항공기와 공항관제시스템, 방송기기, 철도통제시스템 등은 물론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 등 전자제품은 모조리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피해액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며 복구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주 미 국립과학원(NAS)도 대규모 태양폭풍이 일어나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20여배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예측을 한 바 있다.
우주폭풍의 피해를 예방할 방법은 많지 않다. 언제 어느 지역이 우주폭풍에 얼마나 노출될지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미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태양 플레어로부터 배전망을 보호하는 데 1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며칠 동안 전기공급을 중단하고 전자제품의 전원을 끄는 것이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피해예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인간이 관측한 이래 가장 강력한 우주폭풍은 1859년 9월에 일어났다. 당시 22만5000㎞에 달하는 전신망이 마비되고, 이탈리아 로마와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 오로라가 관측됐지만, 우주폭풍이 인체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고 당시엔 전자제품도 거의 없어 피해가 미미했다. 최근엔 1989년 캐나다 퀘벡주를 강타한 우주폭풍이 있었는데, 1859년 폭풍의 3분의 1 정도 위력임에도 불구하고 600만명이 9시간 동안 정전사태를 겪었다.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