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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자화상
게시물ID : readers_28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뚜뚜르
추천 : 2
조회수 : 2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20 14: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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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그리려 마음먹은 사람은 사진보다는 거울을 선호하지 않을까. 그리고 거울을 통해 자신을 그린다면 그림 그리는 모습이 캔버스에 담길 것이다. 그럼 순간의 나를 쓰기 위해 거울을 본다면 나 역시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써내려야 할 것이다. 




나는 글을 시작할 때 사건을 정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 사건이 정해지면 배경조사를 해야 하는데 구글링이 제격이다. 정보가 가득한데 소설이 아닌 사전 형식이 되지 않도록만 주의하면 큰 문제없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인물 설정과 대화다. 이 작업은 즐겁다기보다는 힘에 부친다. 매력적인 인물과 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모든 설정을 정리하여 연습장에 적는다. 사건과 인물이 어우러지도록. 그러면 비로소 글쓰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사실 '그냥' 쓰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즐겁다. 욕심 덕에 '그냥'이 아닌 '보기 좋은' 글을 써 내려가야 하는 것. 이것이 정말 힘들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한 단어, 한 문장씩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글이 읽힐 때의 즐거움 때문이다. 고통으로 탄생한 글을 읽을 사람들 덕분이다. 




글의 조회수가 나오지 않으면 마음이 심란하다. 내 글이 재미가 없나. 좀 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쓰려 노력해볼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는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이라니. 나에게 즐거운 일은 다른 이에게도 즐거울 것이 분명하니. 그러니, 내게 즐거운 글을 쓰자. 




꿈에서 좋은 소재를 훔칠 때가 자주 있다. 항상 빚을 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도 대견하다. 참으로 신비한 소재를 꾸준히도 내게 주는구나. 물론 꿈을 그대로 글로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거기서 시작된 공상이 주는 영감은 신선한 느낌이 든다. 재미는 상상이 끝난 후 따져보도록 하자. 




꿈속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스스로의 모습을 쓰는 중이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나의 인생이 이 글과 다를 게 무엇이냐고. 글을 쓰는 나와, 글 안의 내가 다를 게 무엇이냐고 말이다. 책 속에는 내가 있고 이 글이 나의 현재라고. 




의식의 흐름 그대로를 담은 '자화상'이란 제목의 글을 다른 이가 읽는 그 순간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와 같은 시간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 내가 지금 이 글자를 쓰고 있는 시간에, 독자는 이 글자를 보고 있다. 이 문장의 끝에 마침표 세 개를 찍으련다... 








이 글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에게는 없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이 글의 끝이 있다. 



그렇기에 내 인생은 이 글과 다를 바 없다 말한 것이다. 소설을 읽는 순간, 순간은 나를 그 시간으로 데려가지만 모든 일은 정해져 있다. 그저 스크롤을 위로 올리면 과거가 되고, 밑으로 내리면 미래가 되고, 돌아오면 현재다.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쓴다. 이건 과연 나의 의지일까? 나의 운명이 적힌 글 속에 '자화상'이란 글을 쓰도록 이미 정해져버린 게 아닐까? 정말 나의 의지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인가... 




하며 한탄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썩 괜찮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내 스스로도 즐겁고 신선하고. 만약 내가 꿈속 '자화상'을 쓰는 화자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다시 볼 수 없는 그에게 작별을 고하며 이렇게 쓰겠다. 










너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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