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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것을 계획 했을 때는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한창 운동 할 때도 맞는 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호응만 있다면 관심도 받고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운이 좋으면 이성과의 썸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 상상들만 하면서 몇 년이 지났다. 날이 너무 춥거나 날이 너무 뜨거우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실행을 피했다.
하지만 결국은 돈이었다. 진퇴양난이다. 일거리도 줄어들었는데 씀씀이는 수입이 좋을 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기에 점점 힘들어지자 이렇게 다급함에 떠밀려 여기 서있다.
이 곳 말고도 몇 군대 더 봐둔 실행 장소가 있었다. 가령 예전에 동성애자들의 비밀미팅장소라고 불렸던 어둑한 놀이터가 있었다. 유동인구도 어느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일정 정도의 공터가 보장되는 놀이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본 그곳은 너무 변했고 어둑한 놀이터가 아니라 공원 한 가운데 같은 형국이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다른 장소들은 버스킹 팀들이 상시 주둔 하고 있어서 분란이 일어날 것 같은 곳이 되었다.
지금 서있는 놀이터는 버스킹 팀들도 꺼려하는 구석이지만 처음 시작하기엔 더할 나위없는 부담 없는 장소였다. 단지 좀 걸리는 부분은 바로 옆 블록에 경찰서가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일종의 버스킹이라고 스스로를 안정시켰다.
놀이터 구석 벤치에서 나는 주섬주섬 준비를 시작했다.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내리고 목에 걸어 놓을 간판부터 꺼내서 글자를 붙였다. 나는 악필이기에 손으로 써 놓으면 그 수준이 너무나 적나라해 창피했기 때문이다. 손님의 가독성 또한 중요했다. 최대한 말 수를 줄여야 했다. 마우스피스를 끼고 있으면 발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헤드기어를 쓰고도 간판을 목에 걸고 내릴 수 있게 줄을 넉넉하게 조절 하고 준비를 한다. 영화에서 최민식선생처럼 소리를 지르며 호객행위를 할 만큼은 못되었다. 그저 간판을 매고 헤드기어를 쓰고 16온즈의 큰 글러브를 끼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생각되었다.
헤드기어와 글러브는 다니던 집앞 체육관에서 빌려왔다. 그래서 그런지 냄새가 좀 났다.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김장용 비늘장갑이랑 목장갑으로 해결 되었다. 비늘장갑을 끼고 목장갑을 끼고 글러브를 끼도록 순서를 적어 놓고 대략적인 설명을 적어놓은 설명판이 하나 더 있었다. 손님이 오면 들고 보여줄 생각 이었다.
마우스피스를 끼고 빼면 침으로 엉망일 것이다. 2리터 짜리 물통을 세 통이나 준비했다. 그래서 저 가방이 그렇게도 무거웠다. 침이 고인 마우스피스를 입에서 바로 헹구고 빼면 한결 나았다.
헤드기어는 별로 벗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촬영을 막을 순 없으니 그냥 계속 헤드기어를 쓰고 있는 것이 덜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헤드기어를 눌러쓰고 간판을 매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설명판은 벤치 위에 기대에 놓고 비늘장갑과 목장갑 상자를 빼서 정리를 해놓는다. 그리고 나도 목장갑을 낀다.
글러브를 끼고 손님용 글러브는 한 팔에 걸고 사람이 제일 많이 지나다니는 빛나는 거리를 향해 선다.
간판에는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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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빛이 나는 방향을 향해서 한걸은 더 들어간다. 뒤에 있는 짐이 걱정되서 몇번 돌아봤다. 이윽고 좀 더 밝은 곳으로 나온 나는 사람들의 수근거림 속에 파묻혀 있다. 한 남자가 다가온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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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센드백 - 0 밝은 곳으로 나와 파묻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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