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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시골
게시물ID : phil_26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자기사
추천 : 1
조회수 : 4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4/28 10:34:49


도시인들은 냉정하고, 시골 사람들은 온정 넘친다고 말하는 상투적인 수사에는 가치평가가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가치평가는 부당하다. 

공간은 인간 내면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그 공간에 거주하려는 사람은 공간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적응해야 한다. 

즉 도시인들의 냉정함은 그 공간에서 생존하려는 적응 양식일 뿐이다. 

시골은 하나의 코드로 작동하는 공동체이다. 

도시는 여러 개의 공동체, 즉 다수의 코드가 중첩되어 있다. 

화폐가 도입되고 교환이 확장하면 도시가 발달한다. 

우리는 이질적인 코드 출신의 사람들과 물건을 교환해야 한다. 

도시란 이질적인 코드의 중첩이다.

 따라서 시골에서의 삶과 달리 도시에서의 삶은 엄청난 긴장감을 준다. 

낯선 코드들이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자본주의는 대도시를 형성시킨다. 

상인자본에서는 교환의 확장만 이루어지지만, 산업자본에서는 상인이 생산까지 통제한다. 

공장 주인이 된 상인은 교환을 더욱 팽창시킬 수 있고, 이제 생산과 소비가 결합된 대도시가 가능해진다. 

대도시는 거기에 거주하는 인간에게 도시보다 더 큰 자극을 가한다. 

처음 가는 서울 여행은 시골 영감을 초긴장 상태에 빠뜨린다. 

도시인들은 지나치게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이 자극을 수용해야 한다. 

이 자극 수용에 실패하면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그런데 어떤 대상과 정서적 관계를 맺는 것보다 지적 관계를 맺는 것은 훨씬 편리하고 신속하다. 

지성은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정신적 에너지이기 때문에 지나친 자극에 노출된 사람이 그 자극을 수용해야할 경우 발달한다. 

그러나 지적 관계는 피상적 관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도시인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정서적 관계는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대상과의 관계는 매우 친밀해질 수 있다. 

한편 자극의 변화가 거의 없는 공간인 시골에 거주하는 인간은 의식의 환기가 거의 없다. 

의식이란 선행하는 자극과 이어지는 자극의 차이만큼 환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성이 발달한 사람은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적응하기가 어렵다. 

자극에 의해 발달한 지성은 적정한 수준의 자극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결국 냉정한 도시인을 나쁘다고 비난하기 위해 온정적인 시골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논리에 주목해야 한다. 

병적으로 자극이 넘치는 곳에서 인간은 냉담한 지성을 개발시켜야 생존할 수 있고, 자극이 결핍된 곳에서는 지성을 퇴화시키고 정서적 태도를 유지해야 적응할 수 있다. 

자극이 없는 곳에서 지성이 발달한 사람은 심심해 죽을지도 모르고, 자극이 넘치는 곳에서 정서적인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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