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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그리고 코빈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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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치사회학
추천 : 5
조회수 : 2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21 18: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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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 2014, Jones, Owen, 이세영, 안병률 옮김, 북인더갭



'차브(chav)'

 

   1960년대에는 장발의 히피족, 70년대에는 팝아트적 펑크족, 80년대에는 헐렁하고 과장된 힙합족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차브족이 있다. 차브는 2005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실린 신조어로 ‘어린이’를 의미하는 19세기 집시 언어 ‘chavi’에서 유래된 말이다. 차브는 번쩍이는 가짜 금으로 만든 장신구와 유명 브랜드의 짝퉁 등 저급한 취향과 패션을 즐기는 영국 노동자 계층의 일탈 청소년과 그들의 문화를 폄하하여 가리킨다. 세련미와는 동떨어진 악취향의 청소년 문화를 의미하던 차브는 점차 2000년대 젊은이들의 고유한 문화적 취향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차브 [chav] (대중문화사전, 2009., 현실문화연구)

 

   영국은 계급의 나라이다. 아직 귀족제도가 존재하며, 계급별로 받는 교육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국가이다. 마가렛   대처의 복지와 국유화 경향에서의 탈피는 누군가에게는 '영국병'을 고쳤다는 평가를 하고, 누군가는 영국을 '병'들게 하였다고 주장한다. 오언 존스의 『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는 이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저자는 '차브'라는 비아냥이 '노동계급'과 같은 의미가 되었음을 대중문화적 차원에서, 정치적 차원에서 입증하고 있다. 또한 노동계급이 가난한 것은 그들의 나태와 무능, 더 나아가 도덕적 타락이라는 '차브'스러움에서 기인한 것이 며, 누구나 중간계급이 될 수 있는 이 시대에서 그들의 가난은 철저하게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즉, 노동계급은 가난해도 '싸다'는 문화적 장치인 '차브'를 통해서 합리화 되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킹스맨'이라는 영화에서의 남자 주인공이 사는 공간이 딱 '차브'들의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주인공은 콜린 퍼스의 도움을 통해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그 이름도 대단한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계급 상승을 이루어 낸다. 아. 참고로 주인공의 불행과 그의 성장은 철저히... 스포일러라서 밝히지 않겠다.


   노동계급에 대한 위와 같은 비난은 실제로 빈곤층인 노동계급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사회현상일 수도 있고, 하층계급에 대한 속칭 '중간계급'의 무지에서 기안한 것일 수도 있다. 먼저 후자를 먼저 살펴 보자면 기자나 정치인, 정책결정자들은 중간 계층 이상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노동계급 빈곤의 실상을 보면 사회에 원인이 있음을 저자는 양적, 질적 방법을 통해서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조심스럽게 위와 같은 이미지의 확산은 부유층의 의도가 담겨져 있음을 지적한다. 마가렛 대처가 천명한 사회관은 개인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이다. 이는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함을 저자는 지적한다. 계급이라는 논의를 받아 들이는 그 순간 이미 무언가 바꾸어야 한다는 사상을 견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영국은 노동당이라는 계급정당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국가이지 않는가. 그러나 저자는 보수당 뿐만 아니라 노동당마저도 노동자들을 멸시하며 정책적 지원을 회피하였음을 지적한다. 그게 바로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과 '제3의 길'이다. 그들은 빈곤층은 일을 '안' 해서 가난한 것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는 통계자료를 통해서 빈곤층은 충분히 노동을 수행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은 빈곤층은 일을 안 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저임금이라는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가난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보수당이나 자유당 뿐만 아니라 영국 노동당까지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추궁하고, 무능과 나태라는 '차브'라는 단어로 엮어내어, 위 부정적 이미지를 하층민, 구체적으로는 노동계급에게 씌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이익은 물론이고, 그들의 명분과 자의식의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비판하고 여전히 영국에서 계급은 중요하고 '실재'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대표해야 했던 노동당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를 거부했다. 자신들을 대표할 정치적 세력을 상실한 노동자 계급은 그렇게 '차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노동계급은 자신들의 빈곤이 이민문제에 있다고 생각하기, 혹은 생각하게 되도록 시작했다. 이민이라는 문화적 지점을 자극한 영국 국민당 같은 곳이 노동계급의 지지를 받기 시작한 것 역시 이에 대한 사회 변동이었다.

 

   차브에 대한 혐오감 조성은 중간계급의 '표준화'로 이어진다. 노동계급을 버리고 중간계급으로 올라서기 위해 스스로 중간계급 논리에 복속 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간계급이 사회의 '정상적인' 모습이 되면서 노동계급이라는 비정상태는 나쁜 것이 되었고, 그 누구도 이들을 대표하지 않게 된 것이 저자가 지적하는 현재까지의 영국의 모습이었다.

 





   『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에서 저자가 분석한 영국과 대한민국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본인도 읽는 내내 놀라웠던 사실은 명사만 바꿔서 한국적으로 적용해도 그 어떤 문제도 없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며, 제1야당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우리 월급쟁이들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다. 무능했고, 오판을 거듭했다. 그리고 우리는 차브는 아니지만 '잉여'는 되었다.

 

   최근의 영국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독립당까지 등장하면서 '참패'했다. 그리고 그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마가렛 대처가 바꾸어 놓은 영국을 뒤엎겠다는 각오로 당대표로 나선 제레미 코빈이 4자대결에서 60%에 가까운 지지세를 얻고 당대표로 당선 되었다. 차브라는 문화적 낙인까지 만들어진 현재의 영국에서 급진 좌파로 분류되던 그가 승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것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잘못 되었다. 그것도 꽤나 잘못 되었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월급은 변화가 없는데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있지만, 주가는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고, 누군가는 한국의 현대사를 더없이 자랑스러워 해야 함을 주장한다.

 

   우리는 영국의 '차브'와 다르지 않다. 스스로 가난이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중산층이 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힘들다. 빚은 늘어가고 전세 기간은 만료 되었지만 전세금은 말이 안 된다. 월세를 내자니 저축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아껴 쓰자니 삶이 비참하다. 영국, 스페인, 그리스, 미국 모두가 현재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터졌다' 그동안 뜨거워 지기는 했지만 아직 '끓는 점'에 다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 한민국은 2016년에 국회의원 총선거, 2017년 18대 대통령 선거, 2018년 7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한국은 아직은 '끓는 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뜨거워' 지고 있다. 불평등에 대해 예민해 지고 있다. 본인은 이것을 지켜보고자 한다. '끓을 것'인지, 아니면 차게 '식어'갈 것인지를.

 

   본 책의 시작점은 바로 "계급은 사라졌는가"이 다. 이 질문은 세계 어디네아 유효하다. 블루칼라 계급이 사라지고, 중간 화이트 칼라 계층이 등장함에 따라서 기존 '계급' 논의가 사라진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인은 계급이 약해졌다고 생각하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정말 계급은 사라졌는가. 그리고 이것이 뭉쳐지고, 표출되던 계급정치는 사라졌는가. 본 책에서는 이에 대해 반대한다.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영국 보수당의 득표 수는 비슷했다. 그러나 노동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투표를 '거부'했다. 노동당의 표가 떨어져 나가서 노동당이 약해진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이 노동당에 실망한 것이다. 1부 때 개진했던, 블레어의 신노동당 구축이 저자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의, 솔직하게 말 하자면 대한민국에서의 저학력, 저소득층은 극우정당에 투표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들은 대안 종덩을 SPL과 영국 국민당으로 상정하고 투표를 한 것일까. SPL과 영국 국민당은 가난과 불평등의 원인을 이민자와 민족으로 돌렸다. 왜냐하면, 그것이 '쉽다' 통계수치나 납세자료 보다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고학력, 화이트칼라에 진보적 정치성을 가지고 있는 강남좌파들은 이것에 속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불평등의 배후를 읽을 수 있는 독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강남좌파라는 표현을 혐오한다. 사회주류가 마음에 안 들어하면 딱지 붙이기 좋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의 그 센스만큼은 존경한다)

   아. 참 재수없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히 재수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적 중립성과 약간의 귀찮음을 덜기 위해 뜨문뜨문 사진을 넣겠다. 그러나 해석은 달지 않겠다. 맞추는 재미가 있을지 또 누가 아는가. 그리고. 앵이. 나도 좋아하는 정치인 홍보도 좀 하고 싶다. 잘 하면 알려주고 싶은게 또 한국인의 맛집 정서 아니겠는가.

 

   사람 들은 위 주장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재수가 없으면 표가 안 나오니까. 그냥 탓하기 쉬운 만만한 대상 설정해서 욕하는게 훨씬 더 좋은 것이다. 그것이 영국에서는 차브와 이민자고, 한국에서는 복지대상자와 청년들, 이민 노동자가 되었다. 그러나 영국보다 한국이 더 처참한 이유는 영국의 차브와 이민자들은 투표를 안 하거나, SPL과 영국국민당 같은 대안 정당을 찍는다. 보수당으로 표가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민주자유당 계통 정당에게 그 표가 돌아간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변화한 노동시장에 맞는 계급정치를 주문한다. 미조직, 저임금, 미숙련,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이익에 부합하고, 이들에게 긍정적 정체성을 가지도록 만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당처럼 지역의 작은 일이라도 직접 참으함으로써 지역에 녹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노조는 변화된 노동환경에 적응하고, 파편화 된 임시직 서비스업 노동자를 노조에 포섭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함을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결론적으로 노동당은 중산층 설득을 위한 중도화 전략보다는 다시 노동계급을 위한 정당이 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한국은 어떠할까. 영국과 상황이 비슷할까? 그렇다면 우리도 다시 '우리'를 지지해주던 근간으로 돌아가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월급'과 '주거'에 답이 있다. 월급과 주거문제는 현재 기성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가장 강력한 체감을 선사했으면서도, 현재 가장 고통스러운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소위 금수저와 흙수저의 가장 큰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이기도 한 '빠'를 만드는 카리스마는 이미지와 이에 맞는 시대정신의 제시에서 비롯된다.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현재 시대정신은 월급과 주거에 있다.

 

   결론으로, 책으로 돌아와. 『차브 - 영국식 잉여 유발사건』은 본인이 올해 읽은 모든 책들 중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우리'의 빈곤과 이에 대한 옳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급은 한국사회에서만 유독 말하기 힘들다. 냉전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다시 한번 스스로 마주하자. '우리'가 '누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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