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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해져 가는데 또 들추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게시물ID : bestofbest_28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닉네임Ω
추천 : 204
조회수 : 9965회
댓글수 : 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4/22 15:56:37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4/21 03:58:36

제가 부산에서 8층짜리 고층 원룸에서 살고 있었을 때...
제 이웃에 저랑 상당히 친하게 진했던 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여학생 집이 어려워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16평 짜리 원룸에서 다섯 명의 가족이 모여 살아도, 예쁘지는 않았지만 행동가지가 귀엽고 얼굴도 항상 밝게 웃는 모습이었고 생각도 아주 바른 그런 아이였습니다. 사교성도 좋아서 저 말고도 이웃들과는 모두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고, 예의는 그다지 바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웃게 만들 줄 아는 그런 좋은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새벽인가... 왠지 잠이 오지를 않아 뜬 눈으로 이불 속에 파묻혀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바깥에서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깨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전 또 누가 바깥에 세워둔 차 받았나 보다... 하고 혹시 내 차가 아닌가 하여 얼른 일어나 소리가 난 쪽의 커튼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전 제 평생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악몽을 보게 되었습니다.

천장이 반쯤 내려앉은 하얀 그랜져. 그리고 옆으로 터지듯 금이 가 불거져 나온 유리조각들... 일그러진 천장의 군데 군데 묻어 있는 핏자욱... 그리고 옆 차의 사이 공간에서 보이는 검은 덩어리...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차 위로 떨어져 내렸다는 그런 생각 따위는 말입니다.  

놀라서 얼른 바깥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언제 듣고 내려왔는지 몇 사람이 저보다 먼저 달려 내려와 차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더군요. 어떤 남자분은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격하게 통화중이었고... 하얀 옷을 입은 여자분은 돌아서서 심하게 구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도 저는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뭔가 단단한게 차 위로 떨어져 내린 것으로만 알았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차의 사이에 괴상한 자세로 엎드린 듯한 물건... 그건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매일 아침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던 그 아이였죠.

뛰어 내린 겁니다. 8층 옥상에서 말입니다.

다행히 차 위로 떨어져 차 천장이 쿠션 역할을 하는 바람에 죽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평생 왼쪽 팔을 못쓸 정도의 상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왜... 도대체 왜...

그 날 이후 꽤 긴 시간 동안 아이는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아이와 대화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몇 일 후에 우연히 그 아이의 어머님과 마주치게 되었고, 어머님과의 대화에서 그에 대한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집과 학교간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었었습니다만, 집에 돈이 없어 차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같은 원룸에서 사는 아저씨의 차를 얻어타고 통학을 했었죠. 하지만 아저씨의 출근 시간대와 통학 시간대가 좀 어긋나 매일 10 분 정도 지각을 했었나 봅니다. 더욱이 돈을 벌러 일하는 어머님을 돕기 위해 원룸에 들어와 살게 된 이후로는 집 안 일을 거의 도맡아 하다시피 해서 성적이 빨리 떨어져 선생에게 다소 밉보여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 문제로 학교에서 이 아이는 매일 같이 선생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꾸지람은 주로 이 아이에게 성적으로 심한 수치심을 주는 것이었고, 굳이 그런 꾸지람이 아니더라도 아이에게 성적으로 못된 농담을 자주 했었나 봅니다. 
이 아이는 그게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습니다. 단지 돈이 없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그런 창녀와 같은 소리를 듣고 살지는 않겠다고 그렇게 써놓았답니다.

선생은 '그냥 농담일 뿐이었다. 농담의 질이 낮은 건 인정하지만, 그 정도로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정신이겠느냐.' 라는 개소리를 어머님의 앞에서 했다더군요. 

살아가면서 다시는 듣지 않을,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변명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의 개소리와 같은 언사들을 이번 일로 오유에서 듣게 되는 군요.

자신의 작은 유흥을 위해 타인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 그것도 가장 민감한 성이라는 문제로 타인을 농락하는 행위... 이런 행위는 그 어떠한 이유와 의도를 막론하고도 절대 합리화 되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저나 다른 많은 분들 분명히 이번 일에서 P.지수님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차원의 이야기로 시작되어야 하는거지, 씨발 엄연한 성범죄를 감싸야 한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되는 거잖아. 

성희롱이 그저 질낮은 농담으로 보여? 가해자의 사회적인 위치를 감안해 덮어 줄 수 있을 만한 그런 만만한 가십거리로 보여? 좃같은 생각 집어치워. 지금 이 순간에도 성범죄피해자 관련 센터 같은 곳에 성희롱으로 고통받고 상담을 위해 전화를 거는 여성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아? 해마다 성희롱 때문에 목숨을 끊는 여자들의 수가 몇 명인지 알기나 해? 개 좃도 그런 여자들 앞에서 같은 소리 지껄여봐.

...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실과 타협해야 할 문제가 있는거고, 타협하지 말아야 할 문제가 있는 겁니다. 농담도 해야 할 농담이 있는 거고, 하지 말아야 할 농담이 있는 겁니다.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남의 아픈 말에는 상처입고 할딱거리며 그걸 욕하는 인간들이, 왜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아픈 말들에는 그렇게 무관심 한건지... 
아무리 세상을 살아가며 무의식중에 어떤 말이라도 내뱉을 수 있다고는 해도, 적어도 상처줄 말은 줄일 수 있도록 노력은 해보아야 하는 거고, 생각은 해봐야 하는 겁니다.

감쌀 걸 감싸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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