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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오뤤지?...........개그하냐?
게시물ID : freeboard_2830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렌줘오이
추천 : 9
조회수 : 47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8/01/31 03:20:41
이모여사의 '오뤤지'발언을 읽고나니 그녀가 몸개그보다 더 한 허탈개그의 달인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렌지'하면 못알아먹고 '오뤤지~'하면 알아먹는다고?

허 내 참...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세 가지 있다.

첫번째 이야기.
고등학교때 영어선생님이 해주신 체험담이다. 참고로 그 분 실력도 있고 애들한테 자상하고 가르치는 방식도 쉬워서(한주일에 꼭 한 번씩은 어학실로 불러서 올드팝송으로 수업해주신분) 유부남임에도 여학교에서 인기순위를 달리시던 분이다.

그분이 어학연수를 갔단다. 미국으로. 아마 동부였다지.
숙소에 머무르시다가 내 실력에 진짜 회화가 가능할까 싶어서 과일가게로 가셨드란다.
먼저 다녀오셨던 나이 좀 있으신 영어선생님의 충고 '약간 과장되게 발음하라. 혀를 팍팍 꼬면서 굴려라'를 가슴에 품고 가셔서 잘 익은 파인애플 하나(90년대 초에는 한국에서는 파인애플이 아직 비싼 과일이었다) 사서 먹고자 이를 사려 물고 가서 호기롭게 외치셨단다.
"화~~아~~인 애플, 플리~이~~즈" <-이렇게는 아니셨지만..내가 영어가 딸리는 관계로..이것만 기억나네
뭐 그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주인에게 문법 딱딱 맞춰서 "미스터. 저에게 화~~아~인 애플 하나 주시겠습니까?" 대강 이정도의 내용을 말하셨더라지.
주인이 딱 보더니 "화인애플? 파인애플?" 하며 자꾸 반문하시더래.
그래 울 영어샘. '아! 내 발음이 아직 미숙하구나!! 좀 더 굴렸어야 되나?!' 하시며 "화~~아~~인"을 팍!팍! 강조해주셨더란다.

주인이 몇 번 듣고 나더니 "오케이!"하며 내준것은

아주 크고 잘 익은 사과 한개.

차마 창피함에 이거 아니라는 말도 못하고 같이 오케이를 남발해주며 썩소를 머금고 숙소로 돌아와 국내산보다 맛을 덜하고 크기는 오살나게 큰 사과를 눈물에 곁들여 드셨더라던 이야기

그 선생님이 개학 후 첫시간에 해주셨던 이야기다.

그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너희들이 영어 번역가나 통역사, 외교관이 될 것이 아니라면 굳이 문법이나 발음에 목매일 필요는 없다. 완벽한 문장도 필요없어. 중요한 건 단어를 똑똑히 발음하는 것. 정 소통이 안된다싶으면 스펠링을 불러도 좋고, 하지만 의외로 영어권 국가가 스펠링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바디 랭귀지가 더 잘 통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메모지에 간단히 그림을 그려도 소통이 되지. 난 지금도 화인애플이 맞는지 파인애플이 맞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주인은 내가 동양인이기에 내게 완벽한 발음을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오버해서 내 뜻을 제대로 전달 못한거다. 그냥 파인애플 한마디만 했어도  아마 맛있는 파인애플 쉽게 살 수 있었을건데 문법 따지고 발음 따지느라 20여분 주인과 소통불량을 겪고 결국 맛없던 사과 하나 건졌다. 니들이 나같은 창피 안당하려면 남보기 멋져 보인다고 혀굴리려 하지 말고 올바른 의사 전달에 신경써라."

솔직히 이 이야기가 선생님의 진짜 체험담인지는 의심스럽긴 하다.
대학때 만난 다른 친구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니까. 진짜 선생님의 체험담일 수 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람의 체험담을 선생님이 그럴듯하게 꾸며서 해준 것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로 나를 포함한 많은 수의 영어치들이 발음공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건 사실이다. 아이들은 한동안 유치한 발음-또박또박 끊어지게 읽기-을 하며 즐거워했고 모의고사에서 영어 문법 문제들을 당당히(?) 찍으며 단어가 장땡이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두번째 이야기
내 친구는 영어 강사다. 경력 10년이 넘어가는
중고등학교 영어 10년이면 정중한 문장은 술술 나온다며 웃는다.
간단히 말하면 "화장실이 어디죠?"를 "실례합니다만 시간이 되신다면 제게 화장실이 어딘지 가르쳐 주실수 있겠습니까?"가 된다는 거다.

그 친구가 친정부모님 모시고 홍콩 여행을 다녀와서 내게 해준 이야기다.
홍콩도 영어권 국가다 보니 처음에는 의기양양하게 제가 모든 일을 다 처리하려니 하고 갔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여행의 일등공신은 친정아버지더란다.
홍콩도 영어권이긴 한데 실제 가게를 가보니 영어와 중국 공용어가 같이 쓰이고, 더욱이 장글리쉬(중국식 영어)라 서로 못알아먹어 결국 영어 한 번 제대로 배우신 적 없는 친정아버지의 툭툭 뱉는 한단어로 모든게 해결됬단다.

가장 압권은 돌아오는 기내에서 였다지.
예쁜 스튜어디스들의 상냥함에 용기를 얻어 완벽한 문장으로 자신이 마실 커피 한 잔과 가족들의 음료수를 주문했는데 스튜어디스들의 반응은 "what?"
머뭇거리며 다시 말하려 하자 뒷자석의 아버님
"아~갑갑하네. 사이다 원! 콜라 원! 커피 투! 오케이?"
가져온 사이다 시원히 들이키고는 아버님의 명언이 이어지셨다네
"뭘 그리 길게 말해? 저것들도 긴 거 알아먹을라면 귀찮어~! 글구 다 동양인인디 지들이 영어 익숙해봤자 얼마나 익숙하다고. 먹고 얼른 잠이나 자."

세번째 이야기.
우리 부모님 이야기다.
우리 부모님, 나 초등학교 때부터 고학년인 언니의 지도력(?)을 믿고 여행 잘 다니셧다. 우리 다 크고 아버지 정년퇴임하고 나시자 퇴직금 받고 적금들어놓으셨던 걸로 해외여행에 열을 올리셨다. 더 늙기 전에 가보고 싶은데 다 가보신다고. 퇴직금이랑 적금은 아빠랑 엄마가 힘들여 번 거니 우리 물려주지 않고 다 쓰고 가신다 하신다. 돈 모자라면 살고 있는 집 팔아 더 적은집 가면 되고, 한달에 우리 세 남매한테 상납(*^^*)받는 돈에 좀 더 보태면 생활비랑 용돈 대강 되니 살만하시다며 오늘도 한비야씨의 책을 읽으며 티벳가고 싶다 노래부르시는 분이다.

그덕에 두분은 띄엄띄엄이나마 아메리카 대륙 빼고는 한발씩 디뎌보셨다.(중국, 일본, 동남아, 러시아, 유럽, 호주. 아프리카대륙은 이집트와 모로코.)

처음에는 걱정하시더니 이제는 오히려 여행가는데 도가 트셔서 겁도 안나신단다.

내가 그래도 영어가 좀 되야지 편하지 않냐 하니 울엄마 하시는 말씀이

"우선은 가이드가 다 해주지. 자유시간줘서 어디 나가도 잘 웃기만 하면 되. 개들도 알어. 우리가 지들하고 틀린 머리 까맣고 피부 노란 사람들인거. 기본적으로 자기들말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알아서 배려해주는데 뭘. 그리고 실제로 영어쓴는데가 많은 줄 아냐? 프랑스만 가봐도 우리야 노란둥이니까 그런다 쳐도 같은 흰둥이들이 영어 쓰면 들은 척도 안하더라. 중국? 한국말 잘 하더라. 일본? 거기가서 영어 써봤자 개들이 못알아먹어. 밀크를 미루꾸라 하는 애들인데 말 다했지. 호주갔을때 같이간 oo선생님. 미국서 몇 년 살고와서 어학원 하는데 호주애들하고 말 잘 못하던데. 한국으로 치면 사투리와 표준어의 차이라고..글구 뭐니뭐니 해도 바디랭귀지가 영어보다 더 만국 공용이야."

우리 부모님. 영어수업하신다는 그 발표 보시고 첫마디가 "미친~"이었다.
우리 부모님 말씀이 온국민이 영어 배워서 써먹을 때가 어디있냐는 거다. 해외여행 나가서? 대부분 패키지로 나간다. 온국민이 배낭여행 가나? 그리고 동양권, 특히 많이 가는 동남아에서는 필리핀이나 싱가폴 빼고는 영어 써도 현지인이 못알아먹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쪽은 프랑스, 영어, 독일어 이 셋이 같이 쓰이고 러시아야 뭐 할 말 없단다.

그런다고 온 국민이 직접 외국인 상대로 장사를 하나? 우리 오빠 물류회사 다닌다. 중국, 일본, 유럽쪽 사람들 온단단. 옆에 꼭 끼고 오는 게 있단다. 통역사. 

대체 그럼 영어는 다 배워 어디 써먹는다는 거냐? 설마 조중동이 영자 신문을 만들까?

결론은 밥먹고 배부르니 뻘짓한다는 거다. 정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일본처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역사적 의미를 찾고 좀 뻥튀기를 시켜서라도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환경보전을 하는게 더 돈되는 일이고, 그래도 정 시간이 남고 힘이 남는다면 국어나 국사에 더 치중하는게 옳단다. 쓸데없이 땅파는 거 막아서 그 돈으로 보건소에 복지시설이라도 더 만든다하면 인수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을 거란다.
칠순넘고 환갑넘긴 할아버지 할머니의 의견이다.

야밤에 배고파서 일어나 기사 검색하다가 열받아 한 줄 쓴다는 게 엄청나져버렸네...
제발 인수위가 뻘짓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빌어먹을 영어 몰라도 잘 산다. 

우리 어머니 명언이 하나 있다.
"쌀 씻을 때 수압측정하고 회전력으로 쌀 표면의 먼지 얼마나 벗길 수 있나 계산해서 쌀 씻냐? 다 필요없다. 그냥 씻고 밥통에 넣고 단추만 누르면 된다. 마트가서 수입물품살 때 꼭 영어 필요하냐? 한글로 번역된 것 옆에 붙어 있고 정 궁금하면 사전 찾으면 되지. 그리고 안쓰면 잊어먹는게 정상인데 아무리 배워봤자 우리가 시장가서 생선장수 아줌마랑 영어로 거래할 것도 아닌데...하지만 수학, 영어는 잊어먹어도 내가 읽었던 책들, 좋은 이야기들, 여행다녔던 곳과 거기서 느꼈던 것들은 두고 두고 잊히지 않지. 요새 교육은 글러도 한참 글러먹었어. 넌 니 애기 달달 볶지 말고 책이나 많이 읽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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