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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오세훈 사람' 발탁
게시물ID : sisa_2005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치즈킹
추천 : 2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4/29 23:27:45
일에 대해 박원순 시장을 특징짓는 키워드는 ‘근면함’이다. 나쁘게 말하면 ‘일 중독’이다.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박원순’을 알던 주변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던 반 농담(?)이 있다. “서울시에 들어가면 공무원들을 얼마나 더 혹사시킬지 안 봐도 뻔한 일.”
 
농담은 현실이 됐다. 혜화동 시장 공관에서 나와 서울시청에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전후. 한 정무 관계자는 “현장 방문 등 일정이 있을 때는 빠르면 새벽 2시 30분에 공관을 나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저녁 행사 일정까지 모두 소화하면 늦은 10시, 11시가 된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시간에는 종종 트위터 등 SNS 관리를 한다. 트위터 등을 통해 들어오는 시민들의 ‘민원’을 해결한다. 보좌하는 비서라인도 덩달아 바빠진다. 권오중 비서실장의 출근 시간은 오전 7시 내외. 앞에서 언급한 또 다른 정무 관계자는 “사실 주중에 거의 시간을 낼 수가 없어 중요한 일은 주말에 미뤄놓고 한다”고 말했다. 

근면함 체화된 박 시장 업무스타일 



박 시장 특유의 부지런함은 그가 시장이 되기 전부터 알려진 일이다. 김명신 서울시 의원은 박 시장이 출마하기 전, 선진교육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핀란드를 같이 방문한 적이 있다. “늦게 잠을 자도 제일 먼저 일어났다. 일행 중에서 가장 호기심도 많았다. 특히 놀랐던 것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컴퓨터로 받아 적는데 결과물을 보면 바로 보고서가 된다는 것이다. 거의 재정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름대로 익힌 노하우였던 것 같다.” 


박 시장의 ‘일 중독’은 공무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시장에게 바란다’라는 코너에 메일을 보내면 반드시 답장이 들어온다. ‘아, 우리 주무관님 수고가 많습니다. 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는 식인데, 답장이 오는 시간이 저녁 10시, 11시다.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감동이 반드시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국장이나 본부장은 사실상 보고를 받고 결제하는 역할이지 결정에 대한 실제 권한은 3·4급 과장급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무원들이 제일 관심을 갖는 영역은 승진이다. 그런데 설혹 박원순 시장이 재선하더라도 이들 과장급의 승진은 차차기 정도로 예상된다. 어차피 박 시장 임기는 자신의 승급과 상관없는 것이다. 일부 공무원들이 팔장 끼고 바라보는 이유다.” 

이런 시각도 있다. “시장이 아이디어가 많고 콘텐츠가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공무원 조직 특유의 위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공원 제돌이 문제를 보자. 이전 시정 같으면 그게 사회이슈가 되었다면 시장이 서울대공원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것이냐 하고 알아보는 정도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이슈가 되니 바로 서울대공원에 가서 방사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서울시장이 서울대공원 원장 역할까지 다하려 한 셈인데, 그런 게 행정조직의 메커니즘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 아니냐.” 

누가 시장이 되든 선출직 시장에게는 임기를 같이 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이른바 정무라인이다. 박 시장이 행정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시각은 정무라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이어진다. 

권 비서관은 “서울시 직원을 1만4000여명으로 보면 0.5% 즉 70명 정도가 적절한 외부충원 인원으로 본다”며 “현재 서울시 행정 1·2 부시장 및 기획비서관, 비서관실, 언론소통비서관실 등에 외부에서 들어온 정무인사들은 20여명 남짓”이라고 말했다. 

전임 오세훈 시장은 이 정무라인이 너무 비대하다는 것이 언론비판의 표적이 되었다. 결국 오 전 시장의 정무라인은 일종의 대선캠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박 시장의 한 정무 관계자는 “박 시장 자신이 전임 시장의 일을 상당히 의식을 했던 것 같고, 그래서 처음부터 가급적이면 공무원 출신을 중용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류경기 대변인의 중용은 기존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도 의외의 선택으로 비쳤다. “보통 대변인은 시장의 뜻을 가장 잘 읽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사람’을 앉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거기에 공무원 출신을, 게다가 오세훈 시장 시절 한강사업본부를 맡았던, 말하자면 ‘오세훈 맨’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인사를 앉힌 것이다. 밖에서도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이 말을 전한 서울시 공무원은 그 ‘인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덧붙였다. “사실 류 대변인이 업무처리에서 스마트한 편이고, 기자들과 관계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말하자면 박 시장은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공무원 조직에 던진 것이다.” 

류 대변인 스스로가 자신의 인사에 대해 내린 해석도 엇비슷하다. “인사권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느낌으로는 전임시장 때 무슨 일을 했냐가 판단기준이 아니라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를 갖고 판단한 걸로 본다. 나 말고 다른 케이스도 있다. 능력 중심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오세훈 맨’ 중용한 까닭은 

그런데 지난해 12월 말 1급 공무원들 여럿이 퇴출되었다. 박원순식 코드인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시 핵심 정무 관계자는 “박 시장의 원칙은 이것이다. 일단 신뢰를 보여주고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런데 변화하는 모습이 없다면 단호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다른 정무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 나간 1급 공무원들의 특징이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혼자 일하는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 때는 맞았을지 몰라도 박원순 시장과는 맞지 않다. 조금 일을 못하더라도 조직구성원들 사이에서 소통을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인사 문제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실험은 계속된다. 지난 1월, 박 시장은 ‘희망전보’라는 인사제도를 시행했다. 기존의 인사 시스템은 드래프트 형식이었다. 간단히 말해, 자신이 필요한 인력을 윗간부가 직접 차출하는 톱다운(top-down) 형식이었다. 반면 ‘희망전보’는 자신이 지망하는 부서를 직접 써내는 말하자면 아래로부터 위(bottom-up)로 올라오는 방식이다. 시장 업무보고도 국장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다 들어와서 보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박 시장의 업무 스타일을 비판하는 공무원도 이것 하나는 인정한다. “사실 단기간 동안 많은 일을 했고, 또 일에 열의를 갖는 직원들을 만들어낸 것만은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지지하는 공무원들을 만들어냈다는 것만 보면 일정 정도 성공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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