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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게시물ID : sewol_28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빟인
추천 : 10
조회수 : 41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5/13 23:17:27

나는 민주주의를 배웠습니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부터 나오고, 국가는 국민이라는 말을 배웠습니다.

 나는 양심을, 선한 사람들을 위해 눈물 흘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역사를 배웠습니다. 독립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야 했는지, 이 나라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쟁취했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장은 배를 버렸습니다. 마땅히 구조 활동을 해야 했을 해경은 죽어가는 언니 오빠들, 부모님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심지어 구조 활동을 하려는 선한 사람들을 막아섰습니다. 진실을 알려야 하는 언론은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산다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은 국민의 죽음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삼았습니다. 정부는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고 이에 청와대로 행진하는 학부모를 막아서고 누군가는 그들을 더러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들을 내뱉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배안의 언니 오빠들과 부모님들은 그들을 믿고 있었습니다. '괜찮을거야'라고 말하며 서로를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무능력했고, 구조 0명이라는 숫자를 기록했으며, 언론은 여전히 정부의 목줄에 매인 채 남은 유족들을 모독하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이게 내가 살고 있는 나라입니까. 이게... 이게 정부입니까...

 

처음 학교 교무실에서 언뜻 보게 됐던 사고는, 작은 헤프닝인 줄 알았습니다. 수학여행을 갔다가 사고가 일어나 금방 구조되어 학교로 돌아와 우리처럼 웃고 떠들 언니 오빠, 여행을 갔다가 사고가 일어나 구조되어 집으로 돌아와 며칠 후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부모님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교실을 텅텅 비어 책상에는 국화꽃이 그득하고 분향소에는 영정사진이 되어버린 학생증 사진 수백개가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며 육지의 자식들을 걱정하신 부모님들께는 보상도, 관심도 덜합니다. 남은 사람들은 찢어지는 가슴을 껴안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손가락질합니다. 찢어진 가슴에 대고 대못을 박고 칼로 난도질을 합니다.

 

왜요. 왜 그래야만 했습니까. 왜. 도대체 왜요. 왜 그랬나요.. 꼭 그래야만 했나요. 그 수많은 사람들을, 해경과 정부 그리고 수단으로만 바라봤던 짐승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들이 대체 무슨 죄가, 대체 무슨 잘못이 있었다고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나요. 당신이 우리의 언니, 오빠, 부모님들을 죽였습니다. 모두가 살아서 우리곁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을, 당신들이 막아섬으로 인해서 ... 차마 뒷말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말 하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그런데도 여전히 당신들은 그 주둥이를 나불거리고 있네요. 남겨진 사람들은, 겨우 죽음의 늪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여전히 울고만 있는데.

 

나는 세상이 무섭습니다. 이 나라가 무섭습니다. 이 사회가 무섭습니다. 이 끔찍한 참사를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적다고 말하는 당신이, 유족분들을 향해 종북 빨갱이 선동꾼이라고 말하는 당신이, 진심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가두려고 모여드는 당신이, 그럼에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그 더러운 주둥이로 쓰레기만 뱉어내는 당신이, 이 와중에도 여전히 공주님의 얼굴을 한 채 가만히 앉아있는 당신이.

당신에게는 우리가 그렇게 가치없는 존재들이었나요. 당신에게는 우리가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들이었나요. 당신에게 우리는 당연히 있어야 할, 노예와 같은 존재들이었나요. 당신이 보여준 두 가지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 섬뜩합니다. 두렵습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당신은, 대체 어떻게 된 사람이길래 이런 끔찍한 상태를 만들었는지......

 

단원고 앞에서 사진관을 운영하셨다는 할아버지. 여느 때처럼 학생들의 학생증을 만들기 위해 찍은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쓰이게 될 줄 아셨을까요. 당신 손으로 영정사진을 만들며 무슨 기분이셨을까요. 대체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내셨을까요. 단원고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하셨다는 아주머니. 제주도에 가서 기념품을 사서 돌아오겠다며 웃으며 말했던 학생들이 이렇게 돌아오게 될 줄 아셨을까요. 이름조차 알 수 없어 그 학생들을 찾던 그 분은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셨을까요. 수학여행 가는 당일 날, 다녀오겠다며 환하게 웃었던 언니 오빠와 잘 다녀오라며 배웅해 주시던 부모님들. 남겨진 사진을 끌어안은 채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걸어간 부모님들. 당신의 자식들 사진을 끌어안고, 그 사진을 경찰에게 정부에게 내보이던 심정이 어땠을까요. 나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고통입니다. 살을 도려내는 것보다 더 끔찍한 살인입니다. 그게 이 정부가 저지른 일입니다. 앞으로는 '괜찮다'라고 말하며 뒤에서는 그들을 조롱하고 우롱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슬픔과 분노를 담아, 멍든 손에 쥐여져있던 학생증의 눈물을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나는, 이 끔찍하고 추악한 정부와 사회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채 피지도 못한 채 져야만 했던 수많은 꽃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가슴에 다 안지도 못했던 아들, 딸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우리의 부모님들.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걱정하며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부모님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남은 우리의 형제 자매들. 잊지 않을겁니다. 역사가 그들을 심판하고 우리가 그 역사를 만들겁니다. 지금 흘린 눈물들, 결코 헛되지 않게 할겁니다. 이 참담한 비극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그렇게 만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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