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보 좌파 우파 말이 넘친다. 이미지의 홍수가 감각을 마비시키고 시야를 흐리게 한다면 말의 홍수는 판단을 흐리게 한다. 별다르지 않은 너와 나의 생각이 용어에 의해 편가름 되고, 모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로 말 위에 말을 덧씌우고, 포장하고, 때로는 흘려버리며 서로의 감정를 갉아먹고 스스로의 의지를 고갈시킨다. 기틀을 다지지 못한 이 나라의 근대·민주화 과정은 반쪽짜리 우파. 반쪽짜리 좌파들이 설치기에 참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고 본다. 무엇이 보수고 좌파고 우파인지를 따지기 전에 한번쯤 되돌아봐야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