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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와 '무도'팀의 무한한 도전에 경배를
게시물ID : muhan_28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체이탈가카
추천 : 19
조회수 : 1172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4/05/19 20:13:13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newsview?newsid=20140519155004848&RIGHT_REPLY=R44

'무도', 진짜 절박함이 가슴에 훅 밀려들어 온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세월호 관련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현 상황에 대한 분노와 함께 국가 시스템이 이렇게 되도록 방치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자, 앞으로 정치사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대규모 집회가 한창 벌어질 바로 그때 TV에서는 '무한도전 선택 2014'가 방송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할 때 집회에 참가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 보편적인 방법은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 무한도전 > 은 매우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프로그램의 미래를 위한 차세대 리더를 뽑는다는 유희를 통해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선거를 즐거운 축제이자 나의 이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임을 각성케 한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선택한 정부의 무능을 마주한 세월호 국면과 맞물리면서 < 무한도전 > 의 선거 캠페인은 더욱 의미가 커졌다.

'무한도전 선택 2014'의 적나라함은 종편의 정치 토크쇼를 능가했다. 제작진의 각본인지 멤버들의 기본 소양과 능력의 발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멤버들이 보여준 행동들은 여의도 정치공학을 매우 놀랍고도 신랄하게 풍자했다. 온갖 주판알이 날아다니며 종이 한 장 차이로 대화합과 뒷거래가 난무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시시각각 특종이 쏟아지는 선거철의 정치판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후보 간의 연대가 순수한 정치적 가치의 교감이 아니라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이 현실적 실익을 놓고 어디에 붙을까 따지고, 유재석에게 정형돈이 '변 총량제'를 놓고 '딜'을 하고, 박명수가 노홍철에게 각서를 요구하는 등 여러 검은 계약들은 우리 정치판의 이면을 보는 듯했다. 있는 공약이나 잘 지키자는 유재석의 < 그 후보가 알고 싶다 > 패러디 영상 속 후보들의 무대 밖 모습은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증거 같았다. 마치 우리 정치의 현주소처럼 말로는 모두들 시청자를 위한다지만 자기 안위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국 정치란, 선거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어두운 뒷거래를 제안하며 박쥐, 철새 정치인의 전형을 보여준 박명수도 그렇지만 킹메이커에서 독자 출마로 가닥을 잡은 정형돈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센스의 신동엽이나 현실과 코미디 소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김구라보다도 더 현실 감각이 묻어나는 센스가 돋보였다. 평소 어눌한 말발에 묻혀서 그렇지 평소 무언가를 많이 본 티가 났다.

오글거리는 홍보영상과 같은 톤으로 말하자면 킹메이커를 운운하는 정형돈의 연기는 절찬리 방영중인 드라마 속의 정도전과 작고한 김윤환 의원이 세삼 떠오를 정도였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깜짝 이벤트를 벌인 정형돈 후보의 단독출마 선언은 열세임에도 기적을 꿈꾸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기대하게끔 했다. 오글거려서 중간에 직접 상영을 중단한 홍보영상도 다른 의미에서 대단히 흥미로웠다. 네거티브를 걷어내고, 대신 눈물즙을 대량 살포한 그의 홍보 영상은 전혀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실제 이번 선거에 나선 한 후보의 행보와 닮아 있었다.

물론 촌스럽게 100% 현 정치와 대칭이 되게 그려낸 것은 아니다. 유재석 후보의 지난 10년간의 독주를 막겠다며 나선 대선 당시 이정희 후보를 보는 듯한 박명수나 자극적인 공약을 앞세운 노홍철에게 자극적 공약을 찬성하지 않은 시청자들을 어떻게 품어 안을 것인가에 대한 하하의 질문(물론 산술적 오류는 범했지만 51%와 49%의 상황을 대입한)은 누가 봐도 우리 현실정치의 직접적인 반영이다. 하지만 가장 문제시 되는 보수로 칭해지는 수구세력과 진보로 수렴되는 그 외의 갈등을 그리진 않았다.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모형 화산 폭발 실험과 같다. 선거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 무한도전 > 이라는 실험대 위에서 직접 시현해 보여줬다는 데서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에 전달되는 재미와 그 방향이 바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선거가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현실 반영은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거에 꼭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 주말 < 무한도전 > 은 방송과 우리의 일상에서 동시에 찾아왔다. 방송에서는 후보 단일화 협상과 후보 간의 TV 토론이 벌어졌고, 전국 각지에서는 사전 선거가 실제로 진행됐다. SNS 등을 통해 엿본 현장 열기는 대단했다. 예능의 역사를 새로 쓸 대단한 실험이었다. 지난 주 이후 예능은 매우 진중한 국가적 이벤트인 선거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 무한도전 > 이 젊은 세대의 정치적 성향과 맞는 색을 보여주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방송이, 예능이 현실의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고 함께 갈 수 있을지의 지점에서의 김태호 PD 및 < 무한도전 > 팀의 '무한 도전'에 경배를 올리는 것이다.

예전엔 방송과 일상이 분리되면서 환상을 자극했다면( < 천생연분 > 같은 스튜디오쇼), 방송이 현실을 베끼면서 유사현실을 만들어 친근감을 전하더니(리얼버라이어티쇼), 방송이 현실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냈다(서바이벌쇼). 그러나 이제 방송의 파급력이 환상이란 매개나 신기루를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적인 행위를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양심냉장고의 개인적 시민의식 차원이 아니라 국가 이벤트를 좌지우지하는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실제 시청자와 함께 방송을 만들어가는 < 무한도전 > 의 선거는 그 어떤 방식보다 효과적인 선거체험 교육의 진행이다. 평범한 사람이 절대다수인 세상에서 한 사람의 카리스마나 현란한 말솜씨를 가진 사람이 아닌 절대 다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정형돈 후보의 말에 말솜씨를 옷차림으로 대치하면 정말, 진짜 선거의 절박함이 가슴에 훅 밀려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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